[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신천지 교회를 향해 시선이 쏠리고 있다. 동시에 신천지와 미래통합당과의 유착 의혹도 불거지는 중이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본부장 정은경)가 발표한 확진환자 현황에 따르면 대구·경북에서 가장 많은 확진환자가 나왔다. 그런데 확진환자 대부분은 신천지 대구교회와 관련을 맺고 있었다. 또 확진자 가운데 52.1%가 신천지 교인이기도 하다. 즉 코로나19 확진환자 둘 중 한 명은 신천지 교인이란 말이다.
신천지 교회가 '수퍼전파자'로 떠오르면서 서울시와 경기도는 신천지에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하고 나섰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내 신천지교회를 폐쇄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25일 경기도 과천에 있는 신천지 총회본부를 직접 찾아 신도 명단 제출을 요구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진원지인 다대오지파 교회가 있는 대구시와 경상북도의 조치는 사뭇 온도차가 느껴진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24일 대구시청 브리핑에서 서구보건소 팀장이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렷다.
이때 권 시장은 해당 팀장이 신천지 교인임을 숨기려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26일 신천지 교회에 "보건당국의 안내에 따라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시고 이동검진 상담팀과의 면담을 통해 증상 유무를 정확하게 알려줄 것"을 호소했다.
권 시장과 이 지사의 행보를 두고 네티즌들은 갑론을박했다. 특히 소셜미디어 상에선 통합당이 공천한 대구·경북 지자체장이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이재명 경기지사에 비해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질타가 쏟아졌다. 심지어 일부 소셜미디어 유저들은 통합당과 신천지와의 유착 의혹도 제기했다.
신천지와 통합당의 유착의혹은 사실 새삼스럽지 않다. 2012년 대선 당시 통합당 전신인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는 신천지와의 유착의혹을 받았다. 흥미로운 점은 보수 개신교 연합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구원등판을 자처했다는 점이다.
홍재철 당시 한기총 대표회장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신천지가 연관이 있다'는 루머가 이미 6개월 전에 입수가 되어 여러 경로를 통한 자체 사실관계 조사 결과 박근혜 후보와 신천지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고 그러한 루머는 사실무근임을 확인했다"고 못박았다. 홍 대표회장의 기자회견이 열린 장소는 공교롭게도 새누리당 당사였다.
그러나 유착의혹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다. 신천지에서 활동했었던 A 씨는 2017년 CBS 팟캐스트 '싸이판'에 출연해 "신천지 이만희 교주가 한나라당 당명을 새누리로 지어 줬다"라고 폭로했다.
신천지·통합당 유착의혹, ‘코로나19’로 새 동력 얻다
이 같은 유착의혹은 코로나19가 무섭게 퍼지고, 통합당이 신천지 관련 언급을 꺼리면서 재차 힘을 얻기 시작했다. 주목을 끄는 건 통합당 황교안 대표의 발언이다.
황 대표는 24일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에게 "특정 집단에 책임을 떠밀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황 대표가 전도사 시무 경력을 지닌 독실한 개신교 신자로 알려져 있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이 발언은 무척 이례적이다.
기성 개신교 교단은 신천지를 이단 종파로 분류해왔다. 특히 일선 교회는 신천지에 극도의 경계감을 드러내왔다. 그 이유는 신천지 종파의 포교 방식이다. 이들은 '추수꾼'으로 불리는 신도를 기성 교회에 잠입시켜 신천지 교회로 옮기도록 하는 방식을 즐겨 써왔다.
이런 이유로 코로나19 확산 훨씬 이전부터 각 교회마다 '추수꾼 출입금지' 안내문을 붙이고 단속해 왔다. 신천지가 코로나19의 진원지로 알려지면서 각 교회는 출입구를 한 두 곳으로 지정하고 등록교인만 예배드리도록 하는 등 단속을 더욱 강화했다.
그럼에도 신천지는 교인을 기성 교회에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3일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교단 소속 수원교회에선 신천지 교인이 왔다가 적발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 교회 정 아무개 부목사는 "단속 조치가 조금 과하다는 생각도 했지만 막상 신천지 교인을 적발하고 보니 과하지 않다는 생각이다"라면서 "새로이 교회에 나온 이들을 과도하게 경계해선 안되겠지만 타인의 안전을 위해선 일정 수준 제한을 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신마저 신천지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홍콩 영자신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5일자(현지시간)에 신천지가 코로나19 수퍼전파자임을 시사하는 기사를 실었다.
SCMP는 "12월까지 우한에서 집회를 열었다가 코로나19를 인식하면서 집회를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이 대로라면 신천지는 바이러스의 존재를 알았으면서 이를 숨겼고, 우한 집회 참가자가 국내 입국해 퍼뜨렸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와중에 1야당인 통합당은 여전히 신천지 관련 언급은 피하고 있다. 이러자 더불어민주당이 우회적으로 압박을 가했다.
박주민 최고위원은 26일 오전 최고위원 회의에서 "종교의 자유를 내세워 타인의 생명과 건강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이런 행위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이 정치권에서 나와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형석 최고위원은 "신천지 교회와 관련한 황교안 대표의 태도에 할 말이 많다"면서도 "정쟁을 자제한다는 차원에서 할 말을 아끼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아직 통합당과 신천지와의 유착은 의혹 단계이다. 하지만 종교와 정치의 관계를 고려해 볼 때, 신천지가 어떤 방식으로든 통합당에 '줄'을 대려고 했을 가능성은 아주 높다.
어느 종교든 정치인을 필요로 한다. 기성 교단으로부터 이단시되는 종파일수록 이 같은 경향은 더욱 강하다. 기존 종단으로부터 백안시되는 이단 종파로선 유력 정치인의 비호를 받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지역 정치인도 종교를 필요로 하기는 마찬가지다. 목사든, 주지든 종교단체의 리더는 신도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기에, 이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면 선거철에 표를 얻기 수월해서다. 신천지와 통합당의 유착을 의심하는 건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신천지가 이단 종파라는 이유로 사회적 낙인을 받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현 시점에선 신천지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보건 당국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또 대구·경북 지역의 유력 정치세력인 통합당이 신천지와 유착관계에 대해 적절한 해명을 내놓을 필요도 있다.
재난 상황에선 정확하고 투명한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