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충청의 꿈' 담아내는 백제문화제로
[노트북을 열며] '충청의 꿈' 담아내는 백제문화제로
백제 첫 도읍 천안 직산 위례성, 백제 부흥운동 예산 임존성 등 관련 콘텐츠 풍부
백제의 미소 서산 마애여래삼존상…소복 입고 울며 빚었다는 서천 한산 소곡주
  • 김갑수 기자
  • 승인 2020.03.01 15: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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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년제 수용과 2021년 대백제전 개최를 계기로 백제문화제는 이제 새로운 모색에 나서야 할 때다. (왼쪽 윗줄부터 시계방향으로 백제 초도설 천안 직산 위례성 발굴 현장, 서산 용현리 마애삼존불입상, 예산 임존성, 서천 한산 소곡주. 충남도 및 각 시군 자료사진 등 합성/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격년제 수용과 2021년 대백제전 개최를 계기로 백제문화제는 이제 새로운 모색에 나서야 할 때다. (왼쪽 윗줄부터 시계방향으로 백제 초도설 천안 직산 위례성 발굴 현장, 서산 용현리 마애삼존불입상, 예산 임존성, 서천 한산 소곡주. 충남도 및 각 시군 자료사진 등 합성/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굿모닝충청 공주=김갑수 기자] 충남 공주시가 부여군이 주장해 온 백제문화제 격년제 도입을 수용하면서 그로 인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비판 여론의 핵심은 김정섭 시장이 이를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백제문화제의 핵심 축인 충남도와 부여군, 그리고 공주시가 현 체제를 유지하며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행사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이번 결정은 불가피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부 아쉬운 점 있는 것은 사실이다. 민선7기 들어 계속돼 온 부여군의 격년제 요구에 대해 좀 더 숙의의 과정을 공개적으로 거쳤다면 어땠을까 하는 점에서다.

그러나 백제문화제의 기본 틀을 바꿀 때가 됐다는 기본적인 문제의식에 동의하는 여론이 적지 않다는 점은 곱씹어 볼 만한 대목이다. 과연 이대로 지속되는 것이 공주시민에게 마냥 유익일지에 대해선 그 누구도 확답을 내놓기가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동안 김 시장은 백제문화제의 틀 안에 충남지역 모든 시·군은 물론 한성백제 등 이른바 백제권 전체를 아우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펴 왔다.

김 시장은 특히 “1500년 전인 서기 500~600년에는 충청권이 공주와 부여를 중심으로 한반도 정치를 좌지우지했다”며 “중국과 맞상대하면서 일본을 부양, 오늘날의 국가가 될 수 있게 해 준 역량과 지도력, 리더십을 가지고 있었을 때와 비교하면 우리가 해야 할 노력들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누파구려 갱위강국(累破句麗 更爲强國: 여러 차례 고구려를 깨뜨려 다시 강국이 됨)’ 선언 1500주년을 맞아 준비하고 있는 2021년 대백제전을 이를 위한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얘기다.

김 시장의 이런 문제의식과 방향성에 적극 공감한다. 이를 전제로 몇 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핵심은 충남지역 나머지 시·군에 산재된 백제 관련 콘텐츠를 어떤 식으로든 백제문화제에 녹여내야 한다는데 있다.

그 중 하나가 향토사학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는 천안 직산 위례성 백제 초도(初都)설이다. 이 주장의 핵심은 백제 시조 온조대왕이 BC 18년 이후 13년 간 이 지역을 최초의 도읍지로 삼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국사기>와 <세종실록> 등 옛 문헌에는 백제의 초도가 천안 직산 위례성으로 기록돼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주장은 비록 주류사학계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지만 충청권의 입장에서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백제의 시작과 끝이 바로 충청권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충남의 수부도시 천안시를 백제문화제에 어떤 식으로든 참여시켜야 할 이유다.

예산군 봉수산에 위치한 임존성 역시 상징하는 바가 크다. 백제의 도성을 방어하기 위한 외곽 기지 성격으로 축조된 것인데, 나중에는 백제 부흥운동의 핵심 근거지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충남도역사문화연구원(원장 박병희)이 발간한 ‘충남도의 백제유적’에 따르면 흑치상지와 지수신 등이 이곳을 중심으로 부흥운동을 전개했고, 초기에는 나당연합군을 격퇴하는 등 큰 성과를 거뒀다고 한다.

그러나 흑치상지가 당에 항복하고, 당군과 함께 임존성을 공격해 함락시키면서 백제 부흥운동 역시 종말을 고하게 됐다. 백제인의 아픈 역사가 임존성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서산 용현리 마애삼존불입상은 ‘백제의 미소’라 불릴 정도로 최고의 작품으로 통한다. 학계 전문가들은 수준 높은 작품성을 놓고 볼 때 백제 왕실과 연관 돼 있는 석공이 만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태안 마애삼존불, 예산 사면석불과도 어떤 식으로든 연결고리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얼마 전부터 주목받고 있는, 가야산을 중심으로 한 내포문화권은 중국을 비롯한 선진 문물을 받아들이는 전초기지 역할을 해 왔다. 특히 공주·부여의 왕도문화와는 다른 서민 중심의 문화로 평가받고 있다.

지배층과 피지배층으로 양분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포문화권에 대한 학술적 연구가 앞으로의 백제문화제에 담기길 바란다. 그래야만 백제문화의 진면목을 정확히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천군의 대표 특산품인 한산 소곡주도 백제의 역사와 연관성이 깊다. 문헌에 따르면 백제의 왕과 귀족들이 소곡주를 즐겼고, 패망 이후에는 여인들이 한복을 입고 눈물을 흘리며 술을 빚었다는 이야기까지 전해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백제문화제 프로그램 중 하나인 ‘다리 위의 향연’에는 공식 술로 소곡주를 사용하면 어떨까 싶다. 건배사를 서천군수가 하는 것도 의미가 적지 않을 것이다.

공주대 윤용혁 명예교수는 “첨단 기술과 예술을 발전시킨 장인정신, 선린 우호 기반의 동아시아 세계를 구축한 글로벌 감각이 바로 백제 정신
공주대 윤용혁 명예교수는 “첨단 기술과 예술을 발전시킨 장인정신, 선린 우호 기반의 동아시아 세계를 구축한 글로벌 감각이 바로 백제 정신"이라며 "그 부흥운동의 상징성을 구현하고 실험하는 것이 바로 백제문화제이며 대백제전이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료사진)

격년제 수용과 2021년 대백제전 개최를 계기로 백제문화제는 이제 새로운 모색에 나서야 할 때다. 비판까지는 몰라도 지나친 정치 쟁점화는 우려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혹여 백제문화제를 특정 지역만을 위한 축제로 전락시키려는 움직임이 있다면 이 역시 경계할 일이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앞으로의 백제문화제가 충청인 모두의 꿈과 충청권의 보다 나은 미래를 담아내는 방향으로 치러졌으면 한다는 것이다. 1500년 전 갱위강국을 선언했던 그 때의 국제적 위상과 문화적 역량을 지향하며 이를 준비하는 축제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끝으로 윤종혁 공주대 명예교수가 지난해 12월 3일 공주시 고마센터에서 열린 ‘대백제전 비전 및 전략수립 포럼’에서 한 발제 내용을 소개해 본다.

“첨단 기술과 예술을 발전시킨 장인정신, 선린 우호 기반의 동아시아 세계를 구축한 글로벌 감각이 바로 백제 정신이다. 그 부흥운동의 상징성을 구현하고 실험하는 것이 바로 백제문화제이며 대백제전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말하는 21세기의 백제 부흥운동이란, 백제가 유산으로 남겨주었던 백제의 정신과 문화유산을 우리 시대 지역발전의 동력으로 활용, 국가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백제전은 단순한 축제 혹은 이벤트가 아니라 역사의 맥락에 기반 한 거대한 운동(Movement)이다. 운동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벤트와는 차이가 있다. 백제권에는 서울시를 비롯해 충남도, 충북도, 전북도, 전남도, 제주도, 대전시, 광주시, 세종시 등 9개 광역지자체가 포함된다. 대백제전은 지자체의 경계선을 넘어 지역의 에너지를 결집하는 의미를 갖는다. 지역과 세계를 연대하는 평화공동체 선언으로서의 의미를 갖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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