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천안=김갑수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강세를 보여 온 충남의 수부도시 천안지역 선거판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오는 4월 15일 천안시장 보궐선거와 갑‧을‧병 3석의 국회의원 선거가 함께 치러질 예정인데 민주당 박완주 국회의원의 지역인 을 선거구만 제외하고 모두 시끄러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
특히 민주당 인사들 사이에서는 “양승조 충남지사가 지나치게 개입,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조금씩 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도종환)가 2일 천안병 공천과 관련 이정문 변호사와 박양숙 예비후보 간 경선을 진행하기로 발표하면서 이 같은 시선은 확산되고 있다.
이상하게 돌아가는 민주당 천안 선거판…양승조 충남지사 입김 때문?
예비후보 등록조차 하지 않은 이 변호사가 양 지사의 국회의원 시절 청년위원장을 지낸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천안병 당원들은 지난 달 25일 성명을 발표하고 최기일 건국대 겸임교수의 전략공천 움직임에 대해 반발하며 추가 공모를 통한 경선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자 이들이 염두에 둔 인물이 이 변호사라는 이야기가 나돌았는데 결국 현실이 된 것이다.
그야말로 제3의 인물이 집권여당의 유력 경선 주자로 하루아침에 깜짝 등장한 셈이다. 그것도 ‘민주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천안병에 말이다. 천안병은 양 지사의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다.
정치권에서는 이처럼 양자 경선 구도가 잡히기까지 양 지사가 중앙당에 일정한 영향을 미쳤을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반면 일찌감치 천안병에서 표밭을 다져 온 김종문 예비후보는 경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김 예비후보 측이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력 반발하고 있는 이유다.
천안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정순평 예비후보의 급작스러운 경선 불참 선언도 그 배경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정 예비후보 캠프는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최근 각 당별로 후보 확정이 임박해지고 경쟁관계에 있는 후보자들 간 근거 없는 비방과 네거티브가 등장하는 것을 보고, 주변 지지자들과 함께 많은 고민을 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며 다소 애매한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12월 23일 출마선언을 한 뒤 꾸준히 표밭을 누벼 왔는데, 경선 후보 등록 당일 돌연 불출마를 선언하면서도 그에 따른 뚜렷한 입장 표명조차 없었던 것이다.
양승조 지사 측근 이정문 변호사 천안병 경선 주자로 깜짝 등장
정책특보 정순평 천안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는 돌연 출마 포기 선언
정 예비후보는 양 지사의 정책특보를 맡고 있는 인물이다. 정치권에서는 양 지사가 천안시장 경선에 출마한 특정 주자를 돕기 위해 정 예비후보의 중도 포기를 독려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는 “나중에 분명한 대가(자리)가 있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정 예비후보는 이날 오후 <굿모닝충청>과의 통화에서 “후배들과 경선을 했는데 좀 없는 얘기들이 나돌더라. 내가 참고, 그냥 후배들끼리 열심히 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양 지사의 의중이 반영된 지 여부에 대해서는 “지사님 스타일 상 얘기를 하실 분이 아니다. 누구든 다 도와주시는 분”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정 예비후보는 “천안시를 바꿔야 하는데 아쉬움이 많다”며 묘한 여운을 남겼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인사들 사이에서는 양 지사의 관여 또는 개입이 선을 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서 민주당 홍성‧예산 지역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강희권 변호사가 후보자 자격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등 결과적으로 총선에 출마할 수 없게된 것 역시, 2018년 지방선거 충남도지사 경선 당시 양 지사가 아닌 복기왕 예비후보(현 아산갑 예비후보)를 지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었다.
홍성‧예산에는 현재 양 지사의 정책특보인 김학민 예비후보 등이 출마한 상태다.
“양승조 지사 도정에 전념해야”…“금시초문” 민주당 인사들 입장 엇갈려
한 민주당 인사는 “양 지사가 천안지역 선거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는 정황 증거는 차고도 넘친다”며 “정 예비후보의 돌연 불출마 역시 양 지사의 의중과 무관치 않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민주당 인사는 이 변호사를 겨냥 “그야말로 이력서 한 장 만으로 경선 기회를 얻은 것인데 공당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으로, 누군가 뒤를 봐주지 않고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라며 “양 지사는 도정에만 전념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중앙 정치권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양 지사의 무리한 요구로 인해 민주당 지도부가 점점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반면 양 지사와 가까운 인사들은 다른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 측근은 “이 변호사의 경우 청년위원장 출신인 만큼, 중앙당에 요청을 할 순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불출마를 선언한) 윤일규 국회의원(천안병) 역시 같은 생각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천안시장 경선의 경우 정 예비후보가 특정 주자에 대한 지지선언을 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측근은 “정 예비후보의 불출마 선언이 (장기수-한태선 예비후보 중) 누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라며 “양 지사가 정 예비후보에게 불출마를 주문했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