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미의 세상읽기] ‘기본소득’, 코로나19가 불러낸 논쟁적 의제
    [김선미의 세상읽기] ‘기본소득’, 코로나19가 불러낸 논쟁적 의제
    고용 없는 저성장, 양극화 심화로 필요성 제기, 여러나라 실험 중
    사회적 공론화 필요, 20대 대선판 흔드는 중요한 의제 가능성 높아
    • 김선미 편집위원
    • 승인 2020.03.2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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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미 편집위원
    김선미 편집위원

    [굿모닝충청 김선미 편집위원]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했던 신종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우리의 일상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IMF 이전과 이후가 구분되듯 감염병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의 세상은 결코 이전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사회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을 이전과 다른 코로나19 이후의 세상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여러 사회적 변화 속에 삽시간에 떠오른 논쟁적 이슈가 있다. ‘재난기본소득’ 시행 여부다. ‘재난기본소득’은 국가적 재난인 코로나19 사태가 2달 이상 장기화되면서 소득 감소로 생활이 어려워진 국민 모두에게 정부가 직접 현금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보상과 관련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에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문제는 대상과 방법을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현금성 보편복지에 대한 국민 인식 등으로 ‘재난기본소득’에 대해 선을 그어왔던 청와대와 정부도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자 이를 검토하고 있다. 100% 지원이냐 경제적 취약계층에 대한 선별 지원이냐는 의견 차이는 여전하지만 ‘재난기본소득’을 염두에 두고 대책 재원 마련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난기본소득’에 선 그었던 청와대와 정부도 의견 차이는 있지만 검토

    코로나19 사태가 촉발한 ‘재난기본소득’ 논의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전 국민에 대한 보편적 복지인 ‘기본소득제’ 도입에 대한 논의로 확대되고 있다. ‘기본소득제’는 저소득층, 아동, 청년, 노인 등의 자격을 선별해 복지 혜택을 주는 ‘선별적 복지’를 폐지하는 대신 일정한 금액을 전 국민에게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모든 국민에게 같은 액수의 급여를 ‘조건 없이’ 지급하자”는 ‘기본소득제’는 생소한 개념은 아니다. 누구는 주고 누구는 주지 않는, 수혜 대상자 선별에 들어가는 막대한 행정비용을 줄이고 실업이나 재난에 대비한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그 필요성이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막대한 재원 마련 때문에 이상론으로 치부되고 있기는 하나 핀란드, 캐나다 온타리오주 등 세계 여러나라에서 다양한 형태로 실험되고 있다.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앤드루 양 후보는 ‘자유배당’이라는 이름의 기본소득 공약을 주창하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재난기본소득’ 넘어 국민 모두에게 똑같이 지급하는 ‘기본소득’ 논의 확대

    국내에서는 ‘부자’와 ‘일하지 않는 사람’에게까지 현금성 보편복지를 시행하는 데 대한 부정적 인식과 사회주의적 포퓰리즘이라는 프레임 때문에 본격적인 공론화 장으로 올려지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기본소득 논의가 처음은 아니다. 세계적 흐름과 마찬가지로 학계,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꾸준히 논의가 전개돼온 논쟁적 의제다.

    ‘모든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주자’는 원이슈 정당인 기본소득당이 창당돼 이번 총선에 참여하는가 하면 기본소득의 실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연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기도 했다. 무모한 몽상가적 발상이나 나라를 거덜 낼 무책임한 포퓰리즘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LAB2050, 나라살림연구소는 지난해 “세목을 신설하거나 세율 인상 없이도 시행 의지만 있다면 2021년부터 매월 30만원씩 전국민에게 지급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기본소득’ 내세운 정당 창당, 민간연구소, 증세없이 월30만원씩 지급 가능

    근거는 기존의 소득공제, 세액공제를 대부분 폐지하는 등 기존 세입을 조정하고 아동수당 기초연금 등 개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수많은 선별적 복지를 없애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전 국민에게 월 30만~6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데 드는 재원은 최소 187조원에서 최대 405조원 정도로 추산했다.

    아동수당 지급 대상에서 소득 상위 10% 가구를 제외하는 데 드는 행정비용이 수당 지급액과 맞먹는다는 사실에서 보듯 선별적 복지 시행에는 막대한 행정적 비용이 수반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파 세 모녀 사건에서 보듯 복지 사각지대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일자리가 사라지는 저성장 시대, 저출생 사회에서 가족과 노동 형태는 변하고 양극화와 불평등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와 유사한 재난은 일회성이 아닌 반복될 수 있고 고용없는 저성장의 경제적 위기상황은 이미 시작됐다.

    무상급식이 낳은 변화, 막대한 행정비용의 ‘선별적 복지 폐지’ ‘세입 조정’

    ‘기본소득’은 세원, 재정, 분배, 복지 등 우리 사회 전반의 패러다임을 뒤흔드는 거대한 정책 의제다. 기본소득제 도입은 경제적 위기 등 여러 여건 변화로 2년 후 2022년 20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가장 중요하고 논쟁적인 정책 의제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무상급식 도입 과정을 복기해 보자. 나라를 두 동강으로 절단낼 것처럼 격렬한 논쟁을 낳았던 무상급식은 지금은 너무도 당연한 정책이 되었다. 무상급식에 이어 무상교육도 실시되고 있다. 불과 10년 전 일이다.

    우리사회도 이제 ‘도입 취지는 좌파적이지만, 방식은 우파적인 제도’라는 ‘기본소득’에 대한 진지하고 본격적인 공론화와 선진국 사례처럼 국가적 단위의 실험이 필요하지 싶다. 현실 가능성, 시행 여부 등은 그 다음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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