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어느 날 불쑥 걸려온 출입기자의 위압적인 전화에 극도의 불쾌감을 느꼈던 대구지검 진혜원 부부장검사가 지난 2일, 검찰과 언론의 그릇된 유착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관련 녹취록을 공개했다.
이에 소속 기자 언론사인 〈경향신문〉은 이튿날인 3일 “진 검사에게 ‘처신을 잘 하라’는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없고, 검찰과의 친분을 과시한 적이 없다”며 “해당 기자나 신문사를 비난하는 행위에 법적 대응으로 맞서겠다”는 경고성 메시지를 보냈다.
당시 전화통화에서 검찰권력을 앞세운 기자의 발언에 불쾌한 압박감을 느꼈던 진 검사의 입장에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경향신문〉이 사실을 전면 왜곡 또는 호도하는 취지의 궤변에 가까운 주장을 해온 셈이다.
그러나 진 검사는 오히려 한결 여유 있게 받아넘겼다. 그는 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갑자기 페친님들이 1,000분 정도 늘어났고, 페친님들께서 모두 녹취록을 두세 번씩 정독하시는 것 같다”라고 다소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이어서 “기자님과 그 기자님께서 근무하시는 회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는 일종의 반어적인 표현으로, ‘검-언 유착’의 현실에 수많은 시민들이 기대 이상의 관심을 가져준 것을 〈경향신문〉 덕이라며 오히려 감사의 뜻을 표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는 이를 나관중의 허구소설 삼국지연의 중 ‘적벽대전’ 편으로 오버랩시켰다.
그리고는 “광고계의 명언이 계속 생각난다”며 “Even bad news is better than no news”라는 영어 문장을 떠올렸다. ‘나쁜 뉴스라도, 차라리 없는 것보단 낫다’라는 메시지로, 녹취록 공개를 통해 오히려 얻은 게 많다는 메시지를 비유적으로 담았다.
한편 적벽대전은 유비의 책사인 제갈량의 기막힌 전술로 적벽에서 조조 대군을 크게 무찌른 싸움을 그린 내용이다.
전쟁의 위험 속에서도 천하태평으로 놀고 있던 제갈량은 안개가 자욱한 어느 날 밤 순시선 백여 척에 허수아비와 지푸라기를 가득 채워 장강에 띄운다. 그러나 이를 적군으로 오인한 조조 대군은 모든 군사력을 동원해 무자비한 공격을 감행하고, 결국 제갈량은 허수아비와 지푸라기에 꽂힌 수십만 대의 최신 화살을 싣고 유유히 돌아오면서 목숨도 건지고 무기도 확보하고, 아울러 상대방이 준비한 무기도 무용지물로 만드는 1석3조의 효과를 거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