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ㆍ소매상 사재기 의혹… 정부 속수무책
[굿모닝충청 한남희 기자] 담뱃값 2000원 인상을 일주일여 앞두고 담뱃가게는 ‘풍요 속 빈곤’이다.
“없어서 못 판다”는 소매점주의 아우성에 손님들은 ”왜 있으면서 사재기하냐”며 고성이 오가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띈다.
담뱃값 인상이 결정 나지 않았던 지난달만 하더라도 소매점들은 열 갑들이 한 묶음으로도 팔았지만, 인상안이 정기국회를 통과한 이후에는 계속해서 1인당 판매량을 줄여 왔다.
소매점마다 다르지만 지난 2일 인상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에도 서너 갑씩은 팔았지만, 이후 두 갑으로 줄이더니 급기야 지난주부터는 대부분 ‘1인당 한 갑’으로 제한하고 있다.
우선 담뱃값 인상이 가까워지면서 담배를 많이 사두려는 소비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달 10일부터 16일 사이 담배 매출 추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하루 한 갑 이상 피는 애연가, 일명 ‘꼴초’들은 하루에도 몇 차례 담뱃가게를 들어야하는 번거로움이 생겼다.
이모(45)씨는 “전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보루(줄)로 사서 폈는데 담뱃값 인상으로 지금은 한 갑씩 밖에는 살 수 없다”며 “전에는 담배 많이 사면 가게 주인이 고맙다고 했는데 이젠 갑과 을이 뒤바뀌었다”고 하소연했다.
담배가 부족해진 데는 도소매상의 사재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우세하다. 한 달 만 기다렸다가 담배를 풀어도 폭리를 취할 수 있기 때문에 품귀현상이 벌어지고 잇다는 것. 이에 대해 소매점도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도매상이 납품을 제한하기 때문이라는 것.
한 편의점 업주는 “담배를 더 받으려고 해도 도매상이 담뱃값 인상 결정 전 3개월 간 평균 판매치를 계산해 그만큼만 납품을 한다. 사재기를 할 수 없다”며 “괜히 손님들한테 의심만 사고 우리도 곤혹스럽다”고 억울해했다.
정부는 매점매석을 적발하기 위해 현상금도 걸고 특별단속에 나선다고 했지만, 단속실적은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들은 담뱃갑 디자인을 바꾸거나 제조일자 또는 출고일자를 기준으로 판매하라 요구하고 있지만,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제조일자는 담뱃값 바닥에 인쇄된 숫자로 소비자들도 쉽게 확인이 가능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사재기 한 담배라고 단정하는데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가령 KB32430309라고 쓰여 있으면 앞의 KB32와 맨 뒤 09는 무시하고 다섯 번째 문자 4는 2014년, 이어 303은 올해 303번째 날짜인 9월 말 경 제조됐다는 것이다.
담뱃갑 디자인 변경을 추진 중이라는 소문에 대해서도 정부 관계자는 ”담뱃갑 디자인 변경에 걸리는 시간이 최소 6개월 이상 걸리는데다 정부가 담배제조사들을 강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