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최영미 시인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사악함이란…
〈조선일보〉 최영미 시인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사악함이란…
  • 정문영 기자
  • 승인 2020.04.14 2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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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시인. 사진=조선일보/굿모닝충청 정문영 기자
〈최영미 시인. 사진=조선일보/굿모닝충청 정문영 기자〉

[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호시탐탐 진보계의 허점을 노리는 〈조선일보〉. 대표적인 수구언론 〈조선일보〉는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여권의 흠집 찾아내기와 만들기에 혈안이 된 모습이다.

최근 〈조선일보〉는 ‘n번방 사건’ 관련 여권 인사가 회원에 포함됐다는 의혹을 들추어 선거막판 뒤집기용으로 쟁점화시키려 했던 야권의 음모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 허탈해하던 중, 때마침 경기 안산단원을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박순자 후보가 꺼내든 변호사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후보 카드를 놓지지 않았다. ‘성인지 감수성을 강조하던 김 후보가 과거 ‘섹드립 팟캐스트’에 나와 성희롱 맞장구를 쳤다는 박 후보의 주장을 인용, 이슈화에 나선 것이다.

이런 가운데 〈조선일보〉가 인화성은 떨어지지만 2탄으로 올린 기사가 최영미 시인. 최근 발간된 그의 산문집 ‘아무도 하지 못한 말’을 소개하면서다. 이 작품은 〈조선일보〉의 구미를 당기는 소재로 이용가치가 있었고, 최 시인은 본의 아니게 그들이 의도한 그림 속 주인공으로 소환됐다. 책은 지난 8일 출간됐고, 기사는 13일 실렸다.

최 시인은 그러나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그냥 넘어가려 했는데, 안 되겠네요. 저의 산문집을 다룬 오늘자 '조선일보' 기사에 대해 말들이 많다”며 볼멘소리를 던졌다.
“저는 산문집을 출간한 뒤 조선일보와 인터뷰한 적 없습니다. 기자와 전화도 하지 않았어요. 기사에 달린 제 사진은 그 전에 시집들 나왔을 때 기자간담회 사진입니다. 저는 조선만 아니라 어떤 언론하고도 아직 인터뷰하지 않았습니다.”

〈조선일보〉가 선의를 베풀어 최 시인의 작품을 선뜻 앞장서 홍보까지 해주었다는 이야기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말이다.

그는 “’운동권이여...’라는 제목의 '조선일보' 기사는 기자가 책만 보고 쓴 서평”이라며 “그리고 위 제목처럼 제가 산문집 본문에 ‘운동권이여’라고 쓰지도 않았다”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어 “지금 인터넷에 뜨는 '조선일보' 기사 2개 중 나중 것은 ‘민주주의?’로 시작하는데 그게 맞다”며 “'조선'의 기사제목은 제 책의 내용을 전부 포괄하지 못한다”라고 꼬집었다.

〈조선일보〉 백수진 기자는 13일 처음 기사를 올린 다음, 하루 지난 14일 제목만 수정해 다시 올렸다.

최영미, 운동권이여, 민주주의 그 거룩한 단어 내뱉지 말라”였던 원래 제목은 다음 날 “민주주의? 자유? 평등? 그 거룩한 말 내뱉지 말라”로 바뀌었다. 수정본에서는 ‘최영미’라는 시인의 이름이 빠졌고, ‘운동권이여’라는 표현 또한 삭제됐다. 지나치게 왜곡했다는 자체 판단에서인 듯싶다.

결국 문단계 미투의혹을 처음 폭로했던 최 시인을 〈조선일보〉가 정치적으로 ‘이용’했음이 뒤늦게 까발려진 것이다.

특히 해당 기사 밑에 달린 댓글에는 최근 통합당 차명진 후보의 '세월호 막말'에 등장한 은어에 관한 내용도 실렸다.

이에 최 시인은 “댓글은 제가 책임질 문제는 아니나, 80년대 운동권 문화에 대한 무지와 왜곡이 너무 심해 한마디 한다”며 “적어도 제가 아는 한, ‘운동권 애들이 떼로 뭘 했다’는 등의 일탈행위, 즉 집단 성행위는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저는 그런 일을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며 “20대의 청춘남녀들이 모여서 토론하고 시위하고 농성하는 과정에서 성추행이 일어났고, 운동권만 아니라 80년대 우리사회 어느 구석에서도 성폭력이 만연했지요. 운동선수들도 고교때부터 합숙하고 그러다 코치들에게 당하고 그러지 않았나요?”

그의 산문집 ‘아무도 하지 못한 말’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쓰여 있다.
“지금은 유명한 정치인이나 국회의원이나 법조인이 되어 우리 사회의 지도층으로 성장한 그들, 명망 높은 남성 활동가들에 가려진 여성들의 고단하며 위태위태했던 일상. 선배, 동지, 남편이라는 이름의 그들에게 유린당하고 짓밟히면서도 여성들은 침묵했다. 침묵을 강요당했다. 대의를 위해서. 민주주의? 자유? 평등? 혁명? 내 앞에서 지금 그런 거룩한 단어들을 내뱉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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