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인] ‘캅스’ 된 태극낭자…“범죄자 꼼짝 마”
    [굿모닝충청인] ‘캅스’ 된 태극낭자…“범죄자 꼼짝 마”
    시드니올림픽 태권도 금메달 출신 이선희 경사…“경찰 생활도 ‘금빛 발차기’처럼”
    • 이종현 기자
    • 승인 2020.05.03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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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희 아산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 경사.
    이선희 아산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 경사.

    [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충남 아산경찰서에는 태권도 국가대표 출신 여성 경찰관이 있다.

    계급은 경사다. 하지만 경위나 경감 같은 간부들은 그 앞에 서면 꼼짝 못 한다.

    지난해 9월 여성청소년수사팀에 배치된 이선희(41) 경사 이야기다.

    이 경사의 어렸을 때 장래희망은 경찰이었다.

    그러나 경찰 직업은 위험하다는 주위 시선에 꿈을 접었다.

    그래서 태권도를 시작했고,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첫 대회(2000년 시드니)에서 금빛 낭보를 전했다.

    선수 은퇴를 앞둔 시점에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 2014년, 경찰청이 2000년 1월 이후 올림픽 같은 국제대회 입상자를 대상으로 무도 요원을 선발했다.

    중학생 때부터 입었던 태권도복을 벗는다는 게 쉽지 않았지만, 그는 경찰관이 되는 길을 택했다.

    서류 전형과 신체·적성검사, 면접시험을 거쳐 순경 특채로 합격했다. 태권도 선수 출신으로는 처음이었다. 이 경사의 2의 인생은 그렇게 시작됐다.

    6개월 동안 교육을 받고 경찰종합학교 체육학과 교수로 배치받았다.

    처음에는 일선 경찰과 간부 후보생에게 체포술과 태권도를 가르쳤다.

    경찰 체력이 튼튼해야 민중의 지팡이로 시민을 보호할 수 있다는 소신이 있었다.

    말처럼 쉽지 않았다. 이 경사는 첫 수업을 마치고 눈물을 흘렸다.

    그럴 만도 한 게 덩치도 크고 무섭게(?) 생긴 강력계 형사 100여 명이 이 경사만 바라봤다. 형사들은 팔짱을 끼고 “우리 사부님은 겁도 많으면서 어떻게 태권도 선수를 했냐”고 놀렸다고 한다.

    이 경사는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당시엔 형사들이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 같았다”며 “수업이 처음이라 긴장됐는데 형사분들이 공격적으로 말하니까 힘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경찰교육관 교수와 무궁화체육단 태권도부 감독으로 활동했다.

    태권도 국가대표 선수 시절 이선희 경사. 굿모닝충청=이종현 기자.
    태권도 국가대표 선수 시절 이선희 경사. 굿모닝충청=이종현 기자.

    14년 동안 교육기관에서만 머물던 이 경사는 지난해 1월 치안 현장으로 배치, 처음으로 시민과 대면하게 됐다.

    치안 현장은 모든 게 낯설었다. 법 조항은 생소한 단어가 많아 일일이 사전을 뒤적여야 했고, 때로는 동료들을 찾아 문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시민에게 안전한 삶을 제공해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었다.

    특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무도특채’라는 꼬리표를 달고 동료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다. 결국 이 경사는 '당당한 경찰'이 되겠다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켰다.

    그는 “마흔이 넘은 나이에 치안 현장에 처음 왔지만, 선배와 동료들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 경사는 지금도 지난해 여름을 잊지 못한다. 교육기관에서 가르친 체포술을 처음으로 활용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당시 아산 한 대학에서 선배가 후배들을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의자는 몸무게가 100kg 가까이 될 정도로 덩치가 컸다. 이 경사와 동료 경찰은 싸움을 말리기 위해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던 중 행패를 부리던 피의자가 동료 경찰을 발로 찼다.

    이 경사는 본능적으로 체포술로 피의자를 넘어뜨렸고, 피의자 검거에 성공했다. 동료 경찰들은 “역시 국가대표”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고 한다.

    대전 동부경찰서 강력팀 심혜영 경장과 이선희 경사. 굿모닝충청=이종현 기자.
    대전 동부경찰서 강력팀 심혜영 경장과 이선희 경사. 굿모닝충청=이종현 기자.

    이 경사 목표는 ‘총경’ 같은 간부직이다.

    그는 “경찰이 시민 안전만 생각하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며 “그러기 위해선 경찰서장이 돼야 하지 않겠냐”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태극마크를 달고 태권도 매트에 오를 때와 지금이나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며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범죄 앞에 당당한 경찰로 남고 싶다”고 다짐했다.

    특히 ‘텔레그램 N번방’이나 ‘랜덤채팅 어플’ 같은 여성과 청소년 대상 범죄를 언급하며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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