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미래통합당이 죽어야 보수가 산다
[특별기고] 미래통합당이 죽어야 보수가 산다
  • 육동일 충남대학교 명예교수
  • 승인 2020.05.03 16:18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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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동일 충남대학교 자치행정학과 명예교수
육동일 충남대학교 자치행정학과 명예교수

[굿모닝충청 육동일 충남대학교 자치행정학과 명예교수] 4·15 총선에서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부터 2017년 19대 대선, 2018년 지방선거, 그리고 다시 21대 총선까지 5년 사이 내리 4연패로 집권여당에 전승을 내준 것이다. 그것도 집권여당 단독으로 180석에 달하는 의석을 내준 것은 1987년 개헌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더욱이 보수정당 역사상 지역구에서 100석 미만 그것도 84석 밖에 차지하지 못한 선거결과는 1992년 14대 총선 이후 최초의 기록으로 미래통합당은 완전히 체면을 구겼다. 그래도 21대 국회 원내에선 보수를 대표하는 제2당에 위치하겠지만, 한국 정치사에 최약체 보수당으로 평가되어 벌써부터 식물정당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도 지금 미래통합당은 비대위냐 조기 전당대회냐를 놓고 자중지란에 빠져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의 결과를 보고, 한국 사회의 주류가 1960년대와 70년대의 산업화를 주도한 보수 세력에서 1980년대와 90년대를 민주화를 이끈 진보세력으로 완전 교체됐음을 의미한다고 단언하기도 한다.

즉 한국사회가 그동안 반공과 안보 그리고 시장 중심의 시대에서 평화와 통일 그리고 사회 중심의 시대로 바뀌었는데 불구하고 한국 보수는 스스로 주류세력이라고 착각하면서 변화와 개혁을 거부한 결과가 이번 선거로 나타난 것이라는 주장이다.

졸지에 보수 세력들은 감수성과 공감능력도 없으면서 막말과 반대만을 일삼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신세가 되고만 것이다.

그러나 실제는 보수가 실패한 것이 아니라 보수를 등에 업고 총선에 임한 미래통합당이 선거에서 실패한 것인데도 말이다. 미래통합당에게 표를 준 그들은 지금도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당의 현실을 지켜보면서 미통당이 오히려 총선에서 승리했다면 더 큰 일이 날뻔 했다고 개탄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국회의원 7석 전석을 다 내주고 참패한 대전시 보수 세력의 상당수는 참담한 선거결과로 인해 화병 내지 집단우울증을 겪고 있다고 호소한다. 그들은 미래통합당의 공천과 선거과정에 매우 실망했지만, 우리 사회가 자칫 공산주의 내지 사회주의 국가로 가는 것은 최소한 막아야 한다며 코로나의 위험, 자식들과의 갈등 속에서도 투표장을 찾았다고 한다.

그런 그들의 걱정과 고민을 현 정권은 그동안 오해를 풀어주거나 설득하려 하지 않았음은 물론 그럴 의지와 계획조차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저 친일·독재정권하에서 잘못 교육받고 사회의 변화를 외면한 정치적 금치산자들 쯤으로 취급했을 뿐이다.

미래통합당 역시 이들을 대변해서 집권세력과 사회체제와 이념문제를 놓고 논리적이고 정책적으로 치열하게 싸우지 못했다. 그 대신 이들에게 태극기와 반 정권 투쟁의 팻말만 들려주고 길거리로 내몰면서 선거에 활용하려 했을 뿐이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충청지역 당선인/굿모닝충청 자료사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충청지역 당선인/굿모닝충청 자료사진.

이번 선거결과는 국회의원 의석수를 비교해 볼 때 여당의 압승이자 야당의 참패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정당 득표율로 보면 49.9%을 얻은 더불어민주당과 41.4%의 미래통합당 간 격차는 불과 8.5%로 243만표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즉 1200만 명의 지지자들이 보수야당에 표를 모아줬다는 점을 여야 모두 가볍게 봐서는 안 될 것이다.

현 정권은 이들을 계속 교화의 대상이나 적패세력으로 몰아세우면 안 된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정권에 반대하는 국민도 존중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미래통합당은 이 보수 유권자들의 고뇌에 찬 지지에도 불구하고, 이길 수 있는 선거를 놓친 책임을 면할 길이 없다.

미래도 없고 통합도 없었던 미래통합당은 이번에 제대로 죽어야 한다. 죽어야 새 기회가 올 것이다. 오로지 낡은 과거의 이념과 체제로 회귀하는 것이 대한민국을 바로세우는 길이라고 오판해온 미래통합당과는 결별할 때가 되었다.

뉴노멀 시대에 진보와 당당히 경쟁해서 대한민국이 좌우 균형적인 발전을 이루려면 새 시대에 맞는 새로운 보수를 끌고 갈 수 있는 정당이 새로 태어나야 한다.

기존의 자유, 성장, 안보라는 단일가치 중심의 구시대적 사고에서 벗어나 자유와 공정, 성장과 분배, 통일과 안보, 민주와 효율이라는 상충 가치들을 어떻게 조화롭게 추구할지에 대한 보수의 새 비전과 갈 길을 국민 앞에 제시할 수 있는 정당이 필요하다.

특히,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권력은 물론 입법부의 권력까지 장악한 집권여당이 오만과 독선에 빠져 전체주의 국가로 가지 않도록 국민 편에서 제대로 견제할 수 있는 야당 이 절실하다. 완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이 돼버린 대전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이를 위해 비대위의 출범이나 조기 전당대회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미래통합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의 역할이다. 그동안 여의도연구원은 당대표의 친위조직으로 측근이 맡아 공천이나 선거용으로 활용했을 뿐, 보수정치 발전을 위한 연구원 역할을 하지 못했다. 반면에,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총선 훨씬 전부터 인재영입, 선거 전략들을 극성맞을 만큼 치밀하게 준비해서 선거승리를 견인했다는 평가다.

당장 여의도연구원이 본연의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나서 맡아야 할 첫 과제는 지난 총선을 비롯해 최근 계속된 선거패배의 근원을 국민들의 의견을 담아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정리하는 것이다.

둘째 과제는 보수가 그간 스스로 가둬버린 낡은 정치이념과 사회인식의 틀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이 가야 할 미래 보수의 새 비전과 가치 그리고 실용적 정책대안을 제시해서 국민적 공감대를 받는 일이다.

셋째, 보수 세력들의 불만과 걱정을 수용하고, 그들의 주장과 고민을 경청하고 반영해서 분열된 보수의 대화합과 통합을 이루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난 보수정권들의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중도보수 또는 진보층을 향한 외연확대는 그 다음 순서다.

네 번째는 새로운 보수당이 이 과제들을 완수하기 위해서 국민과 함께 가야 할 혁신방안과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혁신의 제일 성공조건은 속도보다 방향이다.

혁신은 속도가 중요하지만, 혁신의 올바른 방향이 정립된 다음의 얘기다. 대선과 지방선거가 2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해서 젊고 유능한 대선후보를 급조해서 세워놓고 당의 간판과 색깔을 바꾼다 해서 혁신이 된다고 생각하거나 다음 선거의 승리를 기대한다면 큰 오산이다.

영국의 보수당이 다시 살아난 것은 새로운 시대환경에 맞게 당의 혁신방향을 바로 세운 다음, 지속적으로 혁신하면서 보수인재를 꾸준히 키워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보수당이 실패를 거듭하는 이유는 구호만 요란하고 호들갑만 떨었지 혁신의 방향이 한 번도 올바르게 정립되지 않고 다음 선거만을 기대하면서 혁신을 흉내만 냈기 때문이다.

보수인재도 키우기는커녕 그 싹을 자르기 바빴다. 기득권 챙기기 바쁜 웰빙 정당이었지 소외된 국민들을 보듬지도 못했음은 물론 당에 충성해온 당원들도 배려할지 모르는 탐욕의 정당이었음을 국민들은 안다. 진솔하고 뼈저린 반성이 앞서야 할 것이다.

이제 더 이상의 기회는 없다. 큰 시련과 위기에 빠진 한국의 보수가 건강하게 살아나려면 미래통합당은 이번에 제대로 죽어야 한다. 다 비워야 새로 채워진다. 즉 죽어야 산다. 그 길이 지난 총선에서 지지해준 유권자들과 묵묵히 따라준 당원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자 국민들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미래통합당에 조금 남아있는 애정으로 고언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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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가아니라극우 2020-05-13 19:30:51
세상 어느 천지 보수가 자유민주주의 타령하면서 독재자 빨디?외국인 보기 민망할 정도ㅋㅋ난 저 산업화란 단어도 졸라 웃겨. 경제 지들만 일으켰나?정작 구글에서 1인당 gdp만 쳐봐도 알겠지만 한국 경제가 급속도로 치고 올라간건 IMF 이후다. 그건 결국 문어발식 대기업 경영 정리하고 전문화시켜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만들어내고 IT, BT, 한류, 벤처붐 일으킨 민주정부의 공이지. 물론 제일 큰 공은 기업가와 노동자들. 사실 이 흐름은 이명박때까지도 v자형으로 이어졌는데 희한하게 박근혜 때 들어 주춤ㅋㅋ

kdh 2020-05-05 00:52:43
보수가 무슨 특권층인가? 그리고 대한민국의 진정한 보수를 어디가 보수라고 해야할까?
외국을 비교한다면 현재의 진보라고 말하는자들이 진정한 보수이고 지금 보수라고 자칭하는 사람들은 극우이다.....자신들이 보수라는 프레임으로 부르지만 엄연히 말하면 극우들인데....마치 보수인양 말하는 사람들이 참 우습다.

유현의 2020-05-04 15:11:18
맞아요. 세상의 흐름을 잘 못 읽고 민심과 불일치하면서도 김종인카드도 거부하고 자기 이익에만 집착하는 의원들...당을 해체하고 20-40을 중심으로 재야에서 창당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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