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인문학 서재] 교만·질투·분노·게으름·탐욕·탐식·호색의 죄를 참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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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단테 '신곡'-연옥편
  •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 승인 2020.05.05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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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단테는 부활절 새벽에 연옥(煉獄) 문턱에 도착합니다. 죽은 지 사흘 만에 부활하신 그리스도처럼 온갖 악마들에게 고초를 겪고 구사일생으로 지옥에서 벗어났습니다. 이제 3일 낮과 3일 밤 동안 연옥 여행을 합니다. 게으른 영혼은 연옥 입구에서 서성일 뿐 길을 못 찾고 있습니다. 인간은 잘못이 있으면 빨리 참회하라는 가르침입니다. 

네 죄를 씻으라

단테는 이제 좀 더 즐거운 여행을 하고 싶은 의욕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동쪽 하늘에는 샛별이 떠 있습니다. 연옥의 어귀에 문지기 카토(B.C.95~B.C.46)가 서 있습니다. 카토는 로마시대 영웅 카이사르의 통치를 막기 위하여 목숨을 걸고 싸운 자유주의 공화파 장군입니다. 카토는 베르길리우스의 설명을 듣고 산에 오르는 것을 허락합니다.

그는 참회의 길로 가는 사람의 표시로 허리에 갈대 줄기를 둘러매라 하고, 지옥의 악취가 배어있으니 얼굴부터 몸 전체를 정결하게 씻고 가라고 권합니다. 연옥은 천국으로 갈 희망이 있는 공간입니다. 

연옥은 개신교에는 없고 카톨릭에만 있는 개념입니다. 신앙이 있다는 것만으로 천국에 들어갈 수는 없습니다. 이승에서 죄는 지었지만 지옥에 갈 정도는 아니고, 천국에 갈 정도로 선행한 것도 아닌 영혼들이 모인 곳으로, 천국에 들어가기 전에 하느님에게 용서를 빌고 회개하기 위해 중간 정착지입니다. 지옥이 지하라면 연옥은 지상입니다. 지옥처럼 어둡고 처절하지 않습니다. 지옥과 천국의 중간지대입니다. 

연옥 산은 둘레로 된 동산이다

연옥도 지옥과 같이 완벽한 구조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곱 개의 둘레로 된 동산으로 영혼들은 산 위로 올라가면서 죄를 씻습니다. 교만. 질투, 분노, 게으름, 탐욕, 탐식, 호색의 죄를 지은 자들이 죄의 성격에 합당한 벌을 받고 참회하면서 깎아지른 비탈길을 올라갑니다.

문지기 천사는 단테에게 이마에 번쩍이는 칼로 일곱 개의 글자를 새겨 주었는데 죄를 뜻하는 P자로 새겨진 그 상처는 일곱 가지 죄악의 뿌리를 상징합니다. 천사는 하나의 둘레길을 마칠 때마다 이마의 상처를 지워주었고, 단테는 몸이 훨씬 가벼워짐을 느낍니다. 

연옥의 일곱 개 동산
연옥의 일곱 개 동산

올라가는 도중 단테는 이승에 돌아가면 자기 가족들이 자기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하는 영혼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몬테펠로트라는 영혼이 자기 아내인 지오반니와 친지들이 자기를 위해 기도해주지 않는다면서 자기 소식을 전하여 자기 가족들이 자기를 위해 기도해 주기를 애원했습니다. 이는 일종의 연옥을 빨리 벗어나는 패스트 트랙입니다. 죽은 지 얼마 안 된 자가 벌써 연옥의 끝자락에 온 것은 끊임없이 이승에 있는 사람들의 기도 덕분입니다.

첫 번째 둘레길에는 교만의 죄를 지은 자들이 바위를 등에 지고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단테는 세속의 영광과 명성이 덧없음을 깨닫습니다. 두 번째 둘레 길에는 질투의 죄를 씻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장님이라도 되고자 하는 양, 철사로 눈꺼풀을 꿰맨 채 앉아 있었습니다. 그들은 하느님의 은총인 빛을 애써 거절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세 번째 길에서 분노의 죄를 지은 자들이 짙은 연기 속에서 죄를 씻고 있는 것을 목격하였습니다. 걸핏하면 화내기 좋아하는 영혼들이 합창하는 “천주의 어린 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라는 평화의 기도 소리가 완전한 화음으로 평화로운 음률을 이루었습니다. 

인간의 자유의지가 모든 장애를 극복 가능하다

베르길리우스는 도중에 만난 롬바르디아 사람 마르코와의 대화에서 사람들은 세상이 잘못된 것은 다 하늘의 탓으로 돌린지만 이것이 사실이면 인간은 ‘자유의지’가 없는 것이고, 선에 대한 기쁨도 악에 대한 슬픔도 갖지 못한다고 합니다. 인간은 그릇된 것과 옳은 것을 구분하는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고 이것을 잘 키우면 모든 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베르길리우스는 세상 혼란의 원인은 인간의 나쁜 본성이 아니라 교회 권력의 부패와 잘못된 통치라고 말하고, 이 또한 인간의 의지로 충분히 억제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선을 행하려는 의지가 바로 사랑입니다

네 번째 둘레길에는 영혼들이 빠르게 달리면서 나태함의 속죄를 씻어내고 있습니다. 그들은 살아생전 옳은 일인 줄 알고 있으면서도 자진해서 행동을 옮기지 않은 자들입니다. ‘산타클로스로 알려진 니콜라우스 주교가 가난해서 시집조차 보내지 못하고 있는 세 딸이 있는 집에 몰래 창문으로 돈을 넣어주셨다.’와 같은 모범적인 귀감 내용을 계속 읊으면서 보속하고 있었습니다. 남에게 사랑을 베푸는데 게을렀던 자들에게 진정한 욕구를 지니도록 격려합니다. 

죄의 원인이 되는 사랑은 대상에 따라 다르다

중간에 밤이 되자 베르길리우스는 단테에게 죄의 원인이 되는 ‘사랑’에 대하여 설명합니다. 사랑은 포괄적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랑이 첫째 선인 하느님을 똑바로 하고, 둘째 선인 지상의 행복을 스스로 조절하면 사악한 쾌락을 일으키지 않는다.”(17곡 97~99) 사랑은 대상에 따라 달라서 하느님에 대한 사랑은 많을수록 좋고, 지상의 가치와 즐거움이 지나치면 탐욕과 탐식이 되고, 사랑이 부당하면 교만이나 질투가 된다고 합니다.

탐욕의 죄

다섯 번째 둘레길에서는 탐욕의 죄를 지은 자들이 '내 영혼은 티끌 속에 처박혔도다.' 하며 엎드려서 땅에 머리를 처박고 울고 속죄하고 있습니다. 탐욕의 죄는 이 언덕에서 가장 엄한 죄에 속합니다.

탐욕의 죄
탐욕의 죄

올라가는 도중 천지를 진동시키는 어마어마한 굉음이 들렸습니다. 태풍이나 우박 같은 소리는 연옥에서 열심히 회개하여 깨끗해진 영혼들이 천국으로 올라가게 되자 감격에 겨워 일제히 울음을 터뜨리는 소리입니다.

여기서 500년 동안 참회하며 천국 갈 자격을 얻은 고대 로마시대 시인이었던 스타티우스를 만났습니다. 그는 이승에서 낭비의 죄를 지었다고 고백합니다. 탐욕과 낭비는 상반된 것 같지만 연옥에서는 함께 정화됩니다. 그는 천국까지 단테하고 같이 여행을 합니다.

여섯 번째 둘레길에 분수 넘치게 탐식하고 미식을 추구한 영혼들이 굶주리며 울부짖고 있습니다. 그들은 굶어서 눈자위가 푹 꺼지고 파리한 얼굴에 해골처럼 뼈만 남아 있었습니다. 그들은 굶주림과 목마름으로 정화하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일곱 번째 언덕에 오르니 주위가 불꽃에 휩싸여 있었고, 그 속에서 방탕한 영혼들을 목격했습니다. 동성애자들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들은 불길 속에 타고 있어 갈증으로 모두가 냉수를 갈망했습니다. 베르길리우스는 주저하는 단테에게 조금도 두려워말고 전진하라고 말하자 베아트리체를 떠올리며 불길을 헤쳐나갔습니다. 

마틸다라는 아름다운 여인의 안내를 받다

세례를 받지 않아 천국까지 인도하지 못하는 베르길리우스는 떠났고, 단테는 마틸다라는 아름다운 여인의 안내를 받으며 베아트리체가 맞이하러 오는 것을 기다리면서 지상낙원인 에덴동산을 거닐었습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성령의 일곱 은사를 상징하는 7개의 황금 촛대 행렬을 선두로 흰옷을 입은 24명의 장로와 4복음서를 뜻하는 네 마리의 짐승의 호위를 받으며 성모 마리아를 칭송하는 노래와 함께 마침내 천사들이 뿌려는 꽃들 사이로 베아트리체가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며 마차에서 내렸습니다. 

베아트리체는 단테를 지상에서의 어리석음에서 벗어나게 하기위하여 길동무까지 보내 지옥에서부터 연옥과 천국에 이르기까지 모든 모습을 그에게 보여주었습니다.

레테 강과 에우노에 강
레테 강과 에우노에 강

베아트리체는 단테에게 자기가 살았을 때는 착하게 살다가 자기가 죽자 세상의 쾌락에 기울려냐고 엄중히 묻고 꾸짖었습니다.

“당신의 얼굴을 더 이상 볼 수 없었을 때 세상이 내민 허망한 즐거움이 나를 방황하게 했습니다.” 단테는 속세의 행복과 쾌락을 좇던 자신을, 눈물을 흘리며 진실하게 반성했고 그토록 유혹하던 세속적 쾌락과 향락이 이제는 단테의 가장 큰 적이 되었습니다. 베아트리체는 단테에게 이렇게 부탁합니다. “내 말을 잘 기억하고, 내가 말한 것을 그저 죽음으로 내달리는 삶을 사는 저 세상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세요.”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이제 단테는 아름다운 별이 반짝이는 천국으로 들어가기 전에 두 갈래의 강을 건너야 합니다. 레테 강과 에우노에 강. 먼저 죄의 상념을 없애주는 레테 강에 씻게 하고, 선행의 기억을 새롭게 해주는 에우노에 강으로 인도하여 물을 마시게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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