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인문학 서재] 열 개의 하늘에서 바라본 인간 군상
[임영호의 인문학 서재] 열 개의 하늘에서 바라본 인간 군상
(43) 단테 '신곡'-천국편
  •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 승인 2020.05.06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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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
천국/사진=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제공

[굿모닝충청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천국으로 올라간 단테는 오로지 기쁨과 환희뿐인 아름답고 거룩하고 신비스러운 모습을 보았습니다. 천국 여행은 만 하루입니다. 천국은 지옥이나 연옥처럼 조직적인 체계로 되어있습니다.

천국은 하느님의 영광 아래 천체의 질서

카톨릭의 공식 우주관인 프톨레마이오스의 이론과 같습니다. 지구 중심의 천동설(天動說)입니다. 단테는 천국을 지구를 싸고도는 큰 둘레로 생각하고, 지구를 겹겹이 싸고 있는 열 개의 하늘로 이루어졌고, 각각의 하늘에는 각각 다른 역할을 한다고 인식합니다.

천국의 열 개의 하늘
천국의 열 개의 하늘

지구에 가까운 곳부터 월광천, 수성천, 금성천, 태양천, 화성천, 목성천, 토성천, 항성천, 그리고 원동천(原動天)으로 되어있습니다. 마지막 하늘은 하느님이 계신 곳인 청화천 즉 엠피레오(Empireo)입니다.

이곳은 천체를 움직이시는 하느님의 빛이 넘치는 곳입니다. 천국의 하늘들은 각기 바로 위에 있는 하늘의 영향을 받아 아래에 있는 하늘로 전달하는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되어있습니다.

드디어 부활주일 수요일 정오 베아트리체의 안내를 받으면서 불빛의 속도로 단테는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은총이 충만한 천상의 질서를 인간의 재주와 언어로 어떻게 노래할 수 있겠습니까? 월광천에서 수녀원에 입교했던 피카르다 도나티를 만났습니다.

그는 나쁜 자들에 의해 수녀원에서 납치되어 정략결혼을 해서 더 이상 서원을 이행할 수 없었습니다. 이 영혼들은 처음과 끝이 한결같지 못했기에 더 높은 하늘로 오르지 못하고 가장 낮은 월광천에 있습니다. 베아트리체는 상황이 변하더라도 서원(誓願)은 하느님과 약속이므로 지키려는 자유의지가 계속되어야 하고, 어떤 경우라도 변명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폭력에 굴복한 것으로 여깁니다.

예수는 죽음으로 원죄를 대속하여 인간해방시키다

수성천에서 베아트리체는 인간의 죄에 대해 의문을 품는 단테에게 신학적 설명으로 구원의 신비를 설명해줍니다. 인간을 구원하기 위하여 골고다 언덕에서 독생자 그리스도의 죽음을 택하여 맨 처음 조상 아담과 하와가 저지른 인간의 원죄를 대속해 인간을 해방시켰습니다. 

금성천은 지상에서 애욕의 몸을 던졌던 영혼들이 머물고 있었습니다. 쿠니차는 생전에 두 명의 애인과 네 명의 남편을 두었을 뿐 아니라 사치와 노래를 즐긴 자유분방한 여인이었으나 만년에 성령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죄를 회개하고 정화해서 이곳에서 행복을 구가하고 있으며, 폴코 주교도 한때는 방탕한 생활을 하였으나 훗날 대오각성 개심하여 수도원에 들어가 마르세유 주교가 되었습니다.

토마스 아퀴나스
토마스 아퀴나스

태양천에는 철학자들과 신학자들이 머물러 있는 곳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과 기독교를 종합한 신학자이자 철학자로 스콜라 철학의 대표적인 인물인 토마스 아퀴나스(1224~1274)는 그의 스승 알베르토, 현자 솔로몬 왕을 비롯하여 12분의 영혼을 소개했습니다.

그분들은 이승에서 교회법을 정리한 공로로, 순교로, 저술로, 수도원장으로, 이교도와 대결로 하느님의 나라를 옹호하여 천국의 기쁨을 누리고 있습니다. 

또한 토마스 아퀴나스는 교회가 분열과 혼란에 처했을 때 교회의 재건에 강한 영향을 준 청빈으로 사랑을 실천한 도미니코 수도회의 프란체스코 성인의 생애와 업적을 칭송하고, 화답으로 프란체스코 회의 보나벤투라 주교는 이단과 학술로 격렬하게 싸운 도미니코 성인에 대하여 칭송의 말을 이어갔습니다. 또한 그는 피조물의 생성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일체의 피조물은 모두 삼위일체인 하느님으로부터 나오고, 이 빛은 아홉 계급의 천사들을 통해 전달되고, 아홉 천사들로부터 나오는 빛은 지상에 내려와 단순한 피조물을 창조했다고 합니다. 단테는 그동안 조급하게 선입견으로 결론을 내린 자신을 자책했습니다. 인간은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합니다. 

십자군 전쟁에 출전하여 전사한 고조부를 만나다

화성천은 자기 십자가를 지고 그리스도를 따랐던 순교자들의 영혼 있는 곳이다. 단테는 1091년에 태어나 십자군의 기사로 출전하여 전사한 고조부인 카차구이다를 만났습니다.

그는 그의 아들인 증조부 알리기에리가 연옥산 첫 번째 둘레에서 100년 이상 돌고 있으니 그를 위해 기도를 해달라고 단테에게 부탁하고, 피렌체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며 피비린내 나는 정쟁과 혼란스러운 현 상황을 개탄합니다.

단테는 지옥과 연옥에서 만난 영혼들의 예견으로 자기 운명이 비관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고조부도 단테가 권력투쟁에서 패하여 피렌체에서 추방당하고, 가족과 친지 그 밖의 모든 것을 잃을 것이라는 단테의 운명을 예견하였습니다.

눈물 젖은 빵을 씹을 것이고, 남의 집 층계를 오르내림이 얼마나 쓰라린 것인지를 뼈저리게 깨닫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이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고 너의 이름이 저들보다 미래에 더 멀리 빛날 것이기 때문에 너 자신의 소신과 철학을 가지라고 조언합니다. 여기서 단테는 순례 중에 보고 느낀 것을 시로 써서 후대에 남겨 죄지은 자들을 부끄럽게 만들겠다는 결심을 합니다.

여섯 번째 하늘 목성천은 이승에서 정의를 실현한 영혼들이 거주하고 있는 곳입니다. 교황청의 타락과 부패를 비판하고 지상의 교회가 원래의 거룩한 빛을 되찾게 하라고 간구하는 영혼들이 있는 곳입니다. 이들은 독수리 형상을 하고 있어 하나의 인격체로 생각됩니다.

영혼들은 말합니다.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자에게는 당신의 지혜를 채워주지만, 그렇지 않은 자에게는 지옥의 마왕 루키페르처럼 정의 심판으로 지옥으로 내치십니다. 정의란 다른게 아니라 하느님의 의지에 일치시키는 것으로 성경의 권위에 의지하고 따라야 합니다. 세례를 받고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을 실천하지 않고는 그가 누구든지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답니다.

교회와 수도원에 대하여 절망적인 탄식하다

일곱 번째 하늘 토성천은 지상에서 명상과 사색의 삶을 살았던 영혼들입니다. 여기서 피에트로 다미아노를 만났습니다. 그는 진정한 주님의 종으로 주교를 거쳐 추기경이 되었으나 금세 모든 성직에서 물러나 수도원에 들어가 평범한 수사로 일생을 마감했습니다.

그는 세상 사람들이 씌워놓은 권세와 영광 속에 구더기가 들끓고 있었다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거룩한 빛에 둘러싸인 베네딕트 성인이 나타나 작금의 교회와 수도원에 대하여 절망적인 탄식을 하였습니다. 수도원은 도둑의 소굴이고, 수도원 회칙은 쓰레기가 되었으며, 수도승의 의복은 탐욕의 자루가 되었고, 교회의 재산은 가난한 자의 것인데 낭비하고 있다고 비난합니다.

성인 베드로
성인 베드로

제 8번째인 항성천에서 단테는 베드로 성인들로부터 영혼의 구원에서 가장 중요한 신학적인 질문을 받습니다. “그대는 믿음이란 대체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며, 보지 못한 것들의 증거입니다. 이것을 저는 믿음의 본질로 생각합니다.” 천상에서 보이는 모습은 이승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는 다른 것을 보지 말고 이 신앙을 기초로 논증하여야 합니다. 또 소망이란 무엇이냐고 질문을 받습니다. “소망은 앞으로 축복을 받으리라는 것을 확고하게 기대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하느님의 은총과 인간이 미리 쌓는 가치에서 나옵니다.” 

단테는 일곱 개의 별 저 멀리에 있는 지구를 바라보았습니다. 일곱 개의 둥근 테두리가 손에 닿을 듯이 아름답게 보였으며 그 아래에 있는 지구가 어찌나 작고 하찮게 보이던지 스스로 놀랄 지경입니다. 더구나 지구는 더럽혀져 빛도 없이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천국의 아홉 번째 하늘인 원동천은 청화천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로 하느님과 천사들이 살고 있습니다. 이곳은 세라핌 천사들의 합창이 메아리치는 곳입니다. 원동천은 전체의 엔진 역할로 이곳에서는 하느님의 의지에 따라 아홉 천사들과 그들이 다스리는 하늘이 한점의 오차 없이 정확히 상응하여 빛을 발산하며 돌아가고 있습니다. 아홉 천사들은 품계에 따라 세 갈래로 나누어 있습니다. 하느님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세라핌 천사가 지구에서 가장 먼 원동천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천국의 최고천
천국의 최고천

우주에 모든 것이 하나의 사랑으로 묶인 것

천국의 최고천은 원동천 위에 있는 순수한 빛으로 이루어진 헴피레오 청화천입니다. 이곳은 하느님과 천사들, 그리고 축복받은 어린아이들이 살고 있습니다. 이곳은 빛과 불꽃, 꽃으로 어우러진 아름다운 세계입니다.

이곳을 안내해주는 자는 성모마리아의 종이었던 성 베르나르도였습니다. 그는 단테가 하느님을 완전히 깨달을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힘을 갖게 해달라고 마리아께 간구하였습니다. 단테는 하느님께로 향하면서 하느님의 빛 속을 바라보았습니다. 하느님의 원점 빛으로부터 눈을 떼면 길을 잃게 될 것같아 정신 바짝 차리고 시선을 고정하고 집중하였습니다. 그 순간 단테는 그자신의 존재가 하느님의 빛 속에 들어와 있음을 깨달았다. 단테는 이렇게 속삭입니다. 

나는 깊숙한 곳에서 보았다
우주에 잎들로 흩어진 모든 것이 
하나의 책 속에 사랑으로 묶인 것을
(천국 33.85~87)

한마디로 사랑입니다. 
망명객으로 불우한 삶이지만 신의 섭리로 살겠다는 마음입니다.

귀스타프 도레
귀스타프 도레

『신곡』은 단테 자신의 영혼의 성장과정

끝으로 단테의 『신곡』은 처음으로 인간의 감정을 상세하게 표현한 대서사시입니다. 괴테는 『신곡』의 가치를 인간의 손으로 만든 최고의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저승에서 이승을 바라본 것입니다. 『신곡』은 다양한 인간 군상을 통해 삶의 본질과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합니다.

어쩌면 파란만장한 인생 체험을 통하여 단테 자신의 영혼의 성장과정을 나타낸 것입니다. 망명 이후 심각한 정치적 윤리적 종교적 문제로 고민했던 그가 자신의 양심과 영혼 속에서 그 해결 방법을 찾아내기까지의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스스로를 문제적 인간으로 놓고 끝없는 인간적 고뇌의 길에서 얻어지는 ‘과정적인 것’입니다. 사실 가장 용감한 행동은 자신에 대한 중단 없는 생각입니다. 

19세기 화가 귀스타프 도레(1832~1883)의 『신곡』에 대한 판화의 묘사는 『신곡』의 세계를 마치 실존하는 공간을 들려다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해줍니다. 함께 읽으면서 감상하면 더 실감 날 것입니다. 이 책은 어렵습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첫째 시의 형태로 되어있어 내용 파악이 쉽지 않고, 기독교에 대한 기초지식, 그리스 로마 신화, 중세 역사, 철학, 문학 등 사전 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저도 번역하신 김운찬, 박상진, 서상원, 유필, 이종권의 책을 읽었고, 강의하신 김상근 교수의 영상도 수없이 들었습니다.

먼저 강의를 들으면 좀 수월해집니다. 어렵지만 읽을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자신이 극복할 대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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