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66] 소반마을 사람들의 모든 것...홍성 청광리 은행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66] 소반마을 사람들의 모든 것...홍성 청광리 은행나무
    • 장찬우 기자
    • 승인 2020.05.07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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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굿모닝충청 장찬우 기자, 사진=채원상 기자] 충남 홍성군 구항면 청광리 소반마을 은행나무는 원래 암수 한 쌍이 서있었다고 한다.

    땅주인이 수그루 은행나무를 베어서 상장수에게 팔았다는데, 얼마 후 아들을 잃었다.

    그 후로도 가정에 우환이 끊이질 않았다.

    몹시 불안해진 땅주인은 무속인을 찾아갔는데, 은행나무를 베어냈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

    무속인은 은행나무의 노여움을 풀어주는 제사를 지내라고 일러주었다.

    은행나무는 암수그루가 따로 있기 때문에, 베어낸 수그루의 그루터기와 남아있는 암그루 모두에게 제사를 지내라고 했다.

    땅주인은 한해도 거르지 않고 은행나무에 제사를 지냈다.

    그 뒤로는 집안에 이어지던 우환이 거짓말같이 없어졌다.

    처음에는 땅주인 혼자서 지내던 제사를 마을 사람들이 한두 집씩 함께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된 제사는 은행나무의 영험함으로 마을을 지켜준다는 믿음을 갖게 해주었고, 마을사람 모두가 참여하게 됐다.

    마을사람들은 아무리 어려워도 땅에 떨어진 은행나무 가지조차 집에 가져가지 않았으며 열매도 먹지 않았다.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정월에 접어들어 은행제를 드리는 때가 다가오면 마을은 들뜨면서도 정결해졌다.

    마을사람들은 은행제를 드리기 3일 전부터 스스로 정결을 지키며 정성을 다한다.

    마을의 결혼한 남자들은 닿는 사람이 돌아가며 당주가 됐다.

    띠와 삼제를 보아 닿는 사람이 당주가 된다.

    ‘닿는다’ 라는 것은 은행제를 지내는 해와 당주 될 사람의 띠 그리고 삼제를 보아서 다 들어 맞는 사람을 찾는 것이다.

    당주는 7일간이나 집 밖에 나오지 않고 부정을 피했다.

    정월달 은행제날 아침, 7일을 꼼짝 않던 당주는 마지막 정결하게 하는 의식을 한다.

    칼바람 부는 은행제날 이른 아침 당주가 찬물로 목욕재개하면 이제 온 마을 사람들은 마을을 청소하기 시작한다.

    마을 전체의 정결이다.

    새로운 1년을 시작하는 때, 1년 중 하루를 모두가 깨끗하게 되기 위해 애쓰고 삶과 일의 터가 되는 마을을 깨끗하게 했다.

    이런 마음으로 또 각자의 마음속 품은 그 무엇을 비는 시간을 가졌던 소반마을 사람들의 기억이다.

    이제 고목이 된 은행나무처럼 제를 지내던 당주의 얼굴에도 세월의 깊이가 새겨졌다.

    인생사에 켜켜이 쌓인 슬픔과 기쁨, 갈등과 화합, 탄생과 죽음 등 소반마을 사람들의 염원, 땀방울, 눈물, 마음에 품은 그 모든 것을 불어난 나이테에 새기고 있다.

    어른이라 불리는 이 은행나무는 소반 마을의 모든 것을 품으며 앞으로 다시 천년을 이 자리에 서 있을 것이다.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남도청의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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