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의 세상읽기] 대전시, 광역단체 맞아? 
[김선미의 세상읽기] 대전시, 광역단체 맞아? 
800도 아니고 8만 가구라니, 구멍가게도 이렇게는 운영 안해 
기강해이 무사안일 보신주의 팽배, 하인리히 법칙 어른거리다
  • 김선미 편집위원
  • 승인 2020.05.10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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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편집위원
김선미 편집위원

[굿모닝충청 김선미 편집위원] 800 가구라도 문제가 심각할 판인데 무려 100배인 8만 가구라니? 처음엔 오보 아니면 오타인 줄 알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시행하는 대전형 긴급재난생계지원금(이하 생계지원금) 지급 과정에서 ‘행정적 실수’로 8만 가구가 누락 된 것이다. 

대전형 긴급생계지원금, 전체 가구의 13%나 빠트린 행정적 오류 

이 같은 엄청난 오류가 빚어진 것은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가구를 추산하는 과정에서 가장 기본적인 설계를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는 당초 대전시 자체적인 재난지원금 지급에서 중위소득 50% 이하 가구는 정부가 지원하는 기초생활수급자로 분류해, 지급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그러나 실제 지급 과정에서 중위소득 50% 이하 가구 중에도 여러 사유로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도 대전시의 생계지원금 지급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뒤늦게 대규모로 발견됐다. 

이 바람에 대전시 전체 63만여 가구 중 13% 가까이 되는 8만여 가구가 지원금 지급에서 배제되는 사각지대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7~8가구 중 1가구 꼴이다. 

행정착오로 추가재원 300억 원 필요, 당초 예산보다 40% 이상 증가

‘누락’ 가구를 포함하자 ‘대전형 긴급재난생계지원금’ 지급 대상 가구는 18만여 가구에서 26만여 가구로 45%나 대폭 늘어났다. 전체 지급 대상 가구 역시 28.7%에서 41.4%로 껑충 뛰었다. 이로 인한 추가 재원만 해도 270여억 원에 이른다. 

대전시는 이에 앞서 1인 가구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 본인 부담금 기준을 너무 낮게 잡아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일자 부랴부랴 상향 조정하는 바람에 지급 대상에서 1만 가구가 더 늘어나기도 했다. 예산은 30억 원이 늘었다. 

누락 된 8만 가구 지급 추산액 270억 원과 합하면 300억 원 규모의 재정을 더 투입해야 한다. 이는 당초 생계지원금 예산 700여억 원보다 40%가 넘게 증액된 규모다. 

단순한 행정적 실수나 오류로 치부하기에는 인구 150만 광역단체 민망

부족한 재원 확보를 위해 재해구호기금 등 끌어다 쓸 수 있는 예산은 다 끌어모은 대전시로서는 행정 착오로 갑자기 늘어난 재정수요를 어떻게 감당할지 심히 당혹스러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시는 부족한 재원 마련을 위해 160억 원 규모의 지방채 발행까지 추진해야 할 형편이다. 

당초 계획에 비해 40%가 넘게 늘어난 대상 가구와 예산이라니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도대체 대전시는 행정을 어떻게 하길래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할 말을 잃게 한다. 구멍가게도 이렇게 운영하지는 않을 것이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감염병 확산이라는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튀어나온 지금껏 해 본 적이 없는 초유의 업무라 해도 그렇다. 단순한 행정적 실수나 오류로 치부하기에는 인구 150만 명을 아우르는 광역자치단체 행정이라 하기에는 참으로 민망하기 짝이 없다. 

실패에서 배우지 못하는 대전시, 부시장, 고위 공직자만의 책임인가

‘1: 29: 300’의 법칙. 8만 가구 누락이라는 대형 사고에 어떤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수십 차례의 경미한 사고와 수백 번의 징후들이 반드시 나타난다는 하인리히 법칙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경황없이 처리해야 하는 낯선 업무 탓이 아니라 대전시 공무원 조직에 팽배한 기강해이, 무사안일, 보신주의가 쌓인 결과가 아닌가 싶다. 대전시 행정의 현주소다.

취임 이후 답답할 만큼 공직자의 업무 태만이나 실수에 대해 비교적 관대하게 대처해오던 허태정 시장도 사안의 엄중함을 의식했는지 이례적으로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했다. 

지난 7일 영상회의로 열린 확대 간부회의에서 대규모 누락 사태는 “중대한 실수이고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전 직원이 보고 있는 앞에서 행정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정윤기 행정부시장을 콕 찍어 질책했다. 하지만 안이하고 미숙한 대전시 행정이 어디 행정부시장을 비롯 고위 공직자만의 책임일까.

“큰 실수는 굵은 밧줄처럼 여러 겹의 섬유로 만들어진다” 

10년을 끌어온 대전 최대 숙원사업을 또다시 파국에 이르게 하고도 여전히 민간사업자에 무기력하게 끌려다녀 공분을 사고 있는 대전시다.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도 아무것도 배우는 것 없이 판박이처럼 똑같은 실패를 되풀이하는 대전시 행정에 미래가 있는지 모르겠다.

시정의 최종 책임은 시장 몫이다. 고위 공직자를 비롯 공무원 조직을 일하는 조직으로 만드는 것도 시장 몫이다. 

“큰 실수는 굵은 밧줄처럼 여러 겹의 섬유로 만들어진다”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말이다. ‘잔 펀치에 멍든다’고 큰 사고는 항상 사소한 것들을 방치할 때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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