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언론에 부탁한다. 검찰 공소사실만을 일방적으로 받아쓰지 말라. 변호인의 반대신문도 충실히 보도해 달라.”
이른바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을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미리) 심리로 열린 첫 공판 참석에 앞서 기자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검찰발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 쓰는 非언론적 고약한 관행을 그만 접으라는 강력한 주문이었다. 그간 검찰만이 사실을 모두 알고 있다는 식의 ‘전지적 검찰 시점’에서 제발 탈피, 더도덜도 말고 언론의 기본인 공정보도를 해달라는 요구였던 셈이다.
이 때문일까? 이후 대다수 언론보도에는 다소 변화된 모습이 보였다. 피고와 원고 등 쌍방의 공방 중심으로 기계적이나마 중립과 균형을 이루려는 흔적이 조금 나타났다.
물론 유일하게 〈조선일보〉만이 변함 없이 ‘조국 때리기’에 집중한 데 비해, 여타 언론은 전과는 달라진 뉘앙스를 보였다.
〈경향신문〉은 「이인걸 “청, 감찰 중단 압박” 조국 “종결권 행사”」이라는 제목으로 검찰 측 증인의 주장을 앞세웠고, 〈세계일보〉는 「조국 “檢, 혐의 과장 이은 저인망 수사”…감찰 무마 전면 부인」으로, 〈국민일보〉는 「법정에 선 피고인 조국, ‘직권남용’ 전면 부인’」을 헤드라인으로 올리는 등 종전과는 다소 달라졌다.
하지만 이를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간 검찰 주장 받아쓰기에 경쟁적으로 앞장서왔던 기자들이 그 자리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데다, 공판 순서상 조 전 장관측 피고인 주장이 오전에 선행된 데 이어 검찰측 증언이 오후에 잡혀 있다보니 기자들이 중간에 우르르 썰물처럼 빠져나가지 않고 끝까지 자리에 앉아 취재한 다음 기사를 쓸 수밖에 없어 그리 됐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난데 없는 '성실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검찰발 주장을 앞세우고 싶은 관성적 미련은 여전하지만, 공판 순서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난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는 우려다. 앞으로 언론보도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관심이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