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숨은 보석을 발견하다
도심 속 숨은 보석을 발견하다
공감만세와 함께하는 서울 북촌으로의 공정여행
  • 이선희
  • 승인 2012.07.11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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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예능 프로그램에 북촌 8경(북촌을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는 지점)이 소개된 뒤, 8경마다 기념사진을 찍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게 중에는 꼭 ‘포토 스팟(Photo Spot, 사진촬영대)’을 밟고 찍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는 ‘포토 스팟’ 표식 자체가 8경만큼 인기 좋은 사진 모델이기도 하다.

하지만 8경을 모두 돌아보는 것은 만만치 않은 체력과 시간을 요구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힘들거나, 시간적 여유가 없거나, 다 보는 것이 귀찮은 사람들은 가장 유명한 곳만을 쏙 골라 보고 온다.

북촌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 마치 파도치듯 기와지붕이 넘실대는 풍경이 떠오르지 않는가? 방송에서든 지면에서든 한번쯤은 봤을 그 풍경은 바로 가회동 31번지의 정경이다. 가회동 31번지는 골목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집이 모두 한옥이다. 그렇기 때문에 북촌 한옥마을이라는 이름에 가장 어울리는 풍경을 보여주는데 그곳을 통과하는 언덕의 아래 지점이 북촌 5경, 언덕의 꼭대기 지점이 북촌 6경이다.

길은 하난데 어째서 볼 수 있는 경치는 두 가지나 되는 걸까?

먼저 5경에 서서 언덕 위쪽을 바라보노라면 층층이 한옥이 서 있는 모습에 마치 조선시대로 순간이동을 한 것만 같은 느낌을 받는다.
 

반대로 6경에 서서 언덕 아래쪽을 바라보자. 앞에서도 말했듯이 파도치듯 기와지붕이 넘실대는 풍경이 펼쳐지는데 그 끝에서 새로운 풍경이 시작된다. 종로의 고층 빌딩을 지나 남산타워까지 바로 오늘날 서울 도심의 모습이 쫙 펼쳐지는 것이다. 바다와 하늘이 수평선에서 만나듯이 한옥과 고층 빌딩이 한 지점에 맞닿아 있다.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물을 통해 느껴지는 시간의 흐름에서 지층의 단면을 바라보는 듯한 경이로움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헌데 실상 가회동 31번지의 5경과 6경에 서서 이 경이로움을 느끼기란 쉽지 않다. 바로 시장통처럼 바글대는 사람들, 풍경을 바라보기보다 사진 찍기에 급급한 사람들, 제 집 안방에 있는 것처럼 큰 소리로 떠드는 사람들 때문이다.

오죽하면 가회동 31번지로 오르는 길 담벼락에는 이런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곳은 주민들이 거주하는 지역입니다. 조용히 해주세요.”

주민들의 심정을 헤아려보자. 길에서 들려오는 소음과 집 안을 기웃거리거나 심지어는 양해도 없이 문을 여는 무례한 행동들로 인해 내 집에서도 편히 지낼 수 없는 그들의 생활을 말이다.

몇 해 전부터 북촌을 떠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비싼 세를 내지 못해 쫓겨나기도 하고, 적적한 분위기 때문에 떠난다고도 한다(북촌 한옥을 별장으로 사들이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은 대부분 북촌에 상주하지 않는다). 북촌을 여행하는 우리들의 잘못된 행동 때문에 떠나는 이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골목길은 사람들로 넘쳐나는데 집 안을 비어가고 있는 것 같다.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마치 두 손이 둥글게 감싸 안듯 자리 잡은 북촌이라는 마을은 조선시대에는 궁궐로 드나드는 사대부와 하급관리들, 서민들이 어울려 살던 곳이고 오늘날에는 내국인과 외국인, 나이든 사람과 젊은 사람, 전통문화를 지키는 장인과 현대예술을 하는 젊은 예술가들이 한데 모여 사는 곳이다. 이 사람들 때문에 북촌은 살아있다. 만약 이들이 다 떠난다면 우리는 사람이 살지 않는 북촌에 무엇을 보러 갈 것인가?

그렇다고 북촌이 외부인 출입 금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독특한 멋과 매력을 보는 것은 북촌 주민이 아닌 사람에게도 북촌이 주는 선물이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가 이웃집에 놀러갈 때 지키는 예의를 북촌에서도 지켰으면 한다. 원주민에게는 살고 싶은 마을, 외부인에게는 놀러 가고 싶은 마을. 그런 북촌을 원주민과 외부인(관광객)이 함께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북촌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는 사이트
1. 북촌 한옥마을(http://bukchon.seoul.go.kr) -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북촌 홍보 사이트. 자료실에 들어가면 홍보책자인 ‘숨은북촌찾기’(북촌문화센터에 비치되어 있는 것과 동일)와 도보관광지도인 ‘북촌, 세월을 거닐다’ 등을 다운 받을 수 있다. (국문, 영문, 일문 버전이 각각 있음)
2. Visit 북촌(http://bukchon.jongno.go.kr) - 종로구에서 운영하는 북촌 홍보 사이트.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 잘거리, 살거리 등으로 카테고리가 나눠져 있어 관광에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북촌 사랑 듬뿍 담은 책
1. <북촌탐닉>, 옥선희, 푸르메, 2009 - 영화칼럼니스트이자 10년 넘게 북촌에 살고 있는 저자의 주민으로서의 북촌 사랑이 물씬 느껴지는 책.
2. <서울, 북촌에서>, 김유경, 민음인, 2009 - 5년의 저술과 20년의 취재를 통해 쓰였다는 책답게 북촌을 포함한 북촌 일대 오랜 역사의 켜켜이 숨은 얘기들을 전해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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