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의 세상읽기] ‘뭣이 중헌지’ 모르는 백제문화제 
[김선미의 세상읽기] ‘뭣이 중헌지’ 모르는 백제문화제 
순수성까지 의심받는 주민소환, 본질을 잊어버린 격년제 논란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문제는 글로벌축제 위한 콘텐츠
  • 김선미 편집위원
  • 승인 2020.05.19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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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편집위원
김선미 편집위원

[굿모닝충청 김선미 편집위원] 1980년대 기자 초년병 시절 만난 백제문화제는 국내 3대 문화제라는 명칭에 걸맞게 다양한 제의의식과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했다. 

어린 학생들까지 참여한 장중하면서 화려한 퍼레이드, 처음 시연된 백제 왕비‧왕 선발, 망국의 한을 담은 엄숙하면서도 처연한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제의의식 등. 행사장을 돌아보기에 하루해가 모자랐다. 

초년병 기자 눈에 비친 하루해가 모자랐던 빛나던 백제문화제 

본사 문화부 소속이었던 나는 개막식은 물론 폐막식까지 현지로 취재를 나갔다. 지역 주재기자 혼자서는 그렇게 큰 행사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느 시점부터 개막식 때만 출장을 갔고 그마저도 가지 않게 됐다. 백제문화제는 주민과 관광객은 물론 언론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졌다.
 
그렇게 수년이 흘렀고 백제문화제는 과거의 영광은 간데 없이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렇고 그런 동네축제가 되어버렸다. 매너리즘에 빠진 행사의 나열, 그중에서도 근본 없는 노래자랑, 아수라장을 방불케 한 야시장은 기가 질리게 했다. 

그 무렵 지역문화육성이라는 이름 아래 백제문화제 등을 벤치마킹한 ‘지역문화제’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고 행사 내용은 전국이 대동소이했다. 

3대축제 영광은 간데 없고 60년 역사마저 순삭된 동네축제 되다

‘2010 세계 대백제’. 한동안 뇌리에서 잊혀졌던 백제문화제가 다시 소환됐다. 하지만 백제문화제의 영광이 함께 소환된 것은 아니다. 

“2010 세계 대백제전은 ‘2007년’ 충청남도 공주시와 부여군이 손을 잡은 뒤 탄생한 '백제문화제'의 결정판이다.” 이 같은 언론보도에서 보듯 1955년 한국전쟁 직후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개최된 대표적인 문화제의 반세기 역사가 게임용어처럼 순삭(순간 삭제)된 것이다. 

백제문화제의 역사를 알지 못하는, 굳이 알려고 하지 않는 기자의 게으름을 먼저 탓해야겠지만 축제의 과잉‧범람 시대에 놓인 백제문화제의 현주소가 아닌가 싶다. 독창성도 재미도 감동도 없는, 수백 수천 개의 지역행사 중 하나로 여겨졌을 뿐인 것이다. 

축제의 과잉‧범람 시대에 백제문화제 현주소는? 지역축제 중 하나

위기감에 시달리던 백제문화제는 공주시와 부여군 동시 개최 방식에서 지난한 과정을 거쳐 올 2월, 2022년부터 두 지역이 격년제로 번갈아 여는 윤번제로 개최 방식을 바꾸기로 합의했다.

두 지역이 동시 개최로 시너지를 얻기보다는 비슷한 행사구성으로 차별화가 되지 않는 데다 예산‧인력의 비효율성, 잦은 행사로 지역주민의 재정적 시간적 피로감 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후폭풍이 거세다. 격년제에 반대 입장이었다 전격 수용한 공주시에 불똥이 튀었다. 

김정섭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으로 비화된 것이다. 김정섭 공주시장 주민소환청구운동본부(이하 소환운동본부)는 백제문화제 격년제 개최 독단 결정 등의 이유로 18일 공주시 선거관리위원회에 주민소환 ‘청구인대표 증명 교부신청서’를 제출했다. 

격년제 개최 합의가 부른 후폭풍, 공주시장의 주민소환 돌입

실제 소환투표와 소환 가능성을 떠나 주민소환의 첫 절차가 시작된 것이다. 김 시장으로서는 향후 일정과 결과에 상관없이 이미 정치적 타격을 입게 됐다.

지역사회에서도 시장 주민소환을 둘러싸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찬반을 넘은 쟁점 중의 하나가 주민소환의 타당성 여부다. 김 시장이 주민, 의회와의 소통과 의견수렴 과정을 소홀히 한 것은 분명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격년제 개최 수용’이라는 정책 판단이 주민소환 이유가 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주민소환의 순수성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소문의 진위야 알 수 없고, 내 손으로 뽑은 시장을 내가 파면시킬 것인지 하는 최종 선택은 유권자들의 몫이다. 

의견수렴 소홀히 한 잘못 있으나 정책 판단 주민소환 타당한가

하지만 이 와중에 가장 안타까운 점은 “잘 해보자”는 정책적 판단이 정치 쟁점화되면서 정작 본질을 놓치고 있다는 점이다. 격년제를 주장한 측도 독단적 결정을 비난하는 측도 백제문화제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축제로 만들기를 염원하는 것은 같은 마음일 것이다. 

마침 1980년부터 격년제 개최를 해오다 2007년 동시 개최를 합의하며 설립한 백제문화제추진위원회가 백제문화제재단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했다. 

백제문화제가 안고 있는 가장 큰 취약점은 콘텐츠 부재다. 세월이 흐르면서 축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내용도 변하고 있다. 요즘 잘나가는 축제들은 뚜렷한 하나의 중심 주제로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추세다. 

올드한 이미지 걷어내고 글로벌한 세계적 축제 콘텐츠 고민할 때

주민소환이 급한 게 아니라 문제는 백제문화제만이 갖는 콘텐츠 확보다. 한물간 올드한 이미지를 걷어내고 다른 축제에서는 볼 수 없는 독창성, 자기만의 색깔과 스토리, 글로벌한 세계적인 축제를 위한 콘텐츠를 고민할 때다.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뭣이! 뭣이 중헌지도 모름서...” 요즘은 트로트가수의 노래가사로도 불리는, 세태어가 된 영화 <곡성>의 명대사를 곱씹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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