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제》 송요훈 MBC 기자가 드리는 ‘이용수 할머니 전 상서’
    《화제》 송요훈 MBC 기자가 드리는 ‘이용수 할머니 전 상서’
    • 정문영 기자
    • 승인 2020.05.2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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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요훈 MBC 기자는 21일 ‘이용수 할머니 전 상서’라는 장문의 편지를 통해,
    〈송요훈 MBC 기자는 21일 ‘이용수 할머니 전 상서’라는 장문의 편지를 통해, "일본의 군국주의 집단과 국내 조선일보나 정체 모를 단체는 이번 일을 계기로 '평화의 소녀상'을 없애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페이스북/굿모닝충청 정문영 기자〉

    [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윤미향이 와서 무릎 꿇고 용서 비는데 대체 무슨 용서를 비는지, 분간하지 못했다. 다른 거는 법에서 다 심판할 거고, ‘내가 조만 간 기자회견할 테니 그때 와라’, 그 말만 했다. 용서고 말 것도 없다.”

    인권운동가 이용수 할머니는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후원금 부정 사용 의혹에 휩싸인 윤미향 전대표의 갑작스런 방문사실을 20일 이렇게 밝혔다.

    그냥 법의 심판대에 올려 시비를 가릴 뿐, 인간적이고 사회적으로 얽힌 관계는 더 이상 이어갈 생각이 추호도 없음을 강력 시사한 발언으로 읽힌다. 그러면서 “기자회견장에 '배신자'가 동석해야 한다”며, 못다한 이야기는 조만간 기자회견을 통해 모두 까발리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송요훈 MBC 기자가 21일 ‘이용수 할머니 전 상서’라는 장문의 편지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두 사람의 30년 인연이 파탄지경으로 끝나는 게 너무 안타까운 마음에, 순수 언론인으로서 진정어린 호소를 편지에 고스란히 담았다.

    특히 1997년 〈시사매거진 2580〉 당시 자신이 직접 취재보도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 귀향 에피소드를 떠올렸다. 어제오늘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가져온 관심사임을 드러내며, 이 할머니의 마음을 달래보려는 간절함이 물씬거렸다.

    그는 먼저 “밤사이 뉴스를 훑어보는데 ‘배신자’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온다. 할머니께서 곧 기자회견을 하는데 ‘배신자가 동석해야 진실을 밝힌다’고 말씀하였다는 기사였다”며 “배신자란 윤미향을 지칭한다”고 운을 뗐다.
    “할머니, 저는 1997년에 중국에서 조국으로 돌아오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 두 분의 귀향길을 동행 취재한 적이 있습니다. 참으로 송구하게도 저는 그때서야 알았습니다. 일본군의 만행으로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받은 할머니들이 ‘위안부 낙인’이 두려워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낯선 남의 나라에서 50년을 넘게 외로이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할머니들이 의지하고 할머니들을 보호할 국가가 할머니들에겐 없었다는 것을…”

    이어 “그보다 앞서 평생 숨기고 살았던 치욕적인 위안부 피해사실을 공개한 김복동 할머니가 있었다”며 “일본군의 만행을 세상에 알려 일본의 사죄를 받아내고, 치욕의 역사를 후손들이 잊지 않게 함으로써 같은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고 떠올렸다.
    “그 후로 위안부 피해사실을 공개하는 할머니들이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나왔고, 일본군의 만행을 전세계가 알게 되었습니다. 일본의 군국주의 집단과 국내의 친일집단은 그게 몹시 불편한 가봅니다. 반성은커녕 수요집회를 열지 마라, 평화의 소녀상을 없애라고 합니다.”

    그는 “전세계가 일본군의 위안부 만행을 알게 되기까지는 위안부 문제에 천착해온 시민단체와 시민운동가들이 있었다”며 “정대협과 윤미향 같은 이들이 그런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다른 이들은 잘 모르는 서운함이 있을 수 있겠지요. 일을 같이 하다 보면 의견이 갈릴 때도 있었을 것이고, 일처리에 미숙함도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할머니, ‘배신자’라는 표현은 과하신 것 같습니다. 30년을 할머니들 곁에서 일본군의 위안부 만행을 알리는 일에 헌신해왔는데, 그 헌신을 일순간에 지우고 그 자리에 ‘배신자’ 낙인을 찍는 것은 너무 심한 것 같습니다.”

    또 수요집회 중단과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조선일보〉와 정체 모를 단체들의 준동을 언급했다.
    “친일의 과거를 미화하는 '조선일보'는 지금 마녀사냥하듯이 집요하고 야비하게 윤미향을 물고 뜯고 있습니다. 단체 이름이 ‘반일동상 진상규명 공대위'라는 어떤 듣보잡 단체는 수요집회도 열지 말고 소녀상도 철거하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 그 기세로 보아하니 머지않아 충무공 이순신 동상도 광화문광장에서 철거하라 할까 걱정입니다.”

    그는 시민단체의 짧은 역사에서 빚어진 단체 운영의 미숙함에 대해서도 ‘배신자’로 낙인 찍기보다는 개선하라고 나무라는 게 더 좋지 않겠냐는 의견도 밝혔다.
    “우리나라 시민운동의 역사는 일천합니다. 시민단체 운영에는 미숙함도 많지요. 기부와 참여가 선진국처럼 활발하지 않아 운영에 어려움도 있구요. 정의연이나 윤미향씨에게 미숙함이 있고 잘못이 있다면 나무라고 개선하고 정비하라 하면 됩니다. 그러나 ‘배신자’ 낙인을 붙이는 건 지나치다고 봅니다.”

    또 지난 11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일본의 지원금 받으면 배신자 낙인’이란 제목의 〈중앙일보〉 보도를 인용, “정대협이 할머니들에게 일본 지원금 받지 말라며 그랬다는데, 참 답답하다”며 “일본의 지원금을 받지 말라고 했던 건 정대협이 아니라 국민 여론이었다”고 일깨웠다.
    “역사를 왜곡하면서 과거의 만행을 사죄하지도 않고 돈 몇 푼으로 해결하려는 일본의 처사에 국민의 자존심이 폭발하여 그랬던 것인데, ‘배신자 낙인’이라니요. 우리 국민들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배신자라고 했다는 건가요? 할머니, 친일 수구집단의 이간책동에 넘어가면 안 됩니다.”

    마지막으로 이 할머니에게 합리적인 제안을 올렸다.
    “정의연도 윤미향도 실망스럽다면, 주위의 다른 사람들에게 흔들리지 마시고, 차라리 여성가족부를 찾아가십시오. 정부에 손을 내밀어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도록 하십시오. 해방 75년이 되었는데 친일세력의 발호로 나라가 여전히 어지럽습니다.”

    그리고는 “일본이 진심으로 사죄하는 그 날까지 건강하십시오”라는 인사말로 마무리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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