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웃음거리로 만든 대전발전연구원
대전시 웃음거리로 만든 대전발전연구원
지난달 30일 최종 보고 ‘선거구 증설 추진방안 연구’ 부실·부적절 논란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5.01.01 22: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굿모닝충청 이호영 기자] 대전시 선거구를 증설하면 국회의원 총 의석수가 늘어난다고?

대전발전연구원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대전시 선거구 증설 추진방안 연구’ 결과를 놓고 부실 및 부적절 논란이 일고 있다.

대전발전연구원(이하 대발연)은 이날 시청 중회의실에서 권선택 대전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대전광역시 선거구 증설 추진 방안 연구’ 최종보고회를 가졌다. 이날 보고회에서 특히 관심을 끈 부분은 대전발전연구원이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선거구 증설과 관련 시민들의 의견을 물은 여론조사 결과.

이날 대발연은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56.4%가 ‘선거구 증설은 필요 없다’고 답한 반면, 34.2%만 ‘선거구 증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는 의외의 결과를 내놨고, 신문·방송 등 각종 언론은 일제히 “대전시민 50% 이상이 선거구 증설을 원하고 있지 않다”는 내용을 주요기사로 보도했다.

이에 대해 지역 정치권과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여론조사가 당초 연구목적과 취지와 전혀 맞지 않은 방식으로 이루어졌을 뿐 아니라 질문지 설계 자체도 잘못된 것” 이라며 “결과적으로 선거구 증설 경쟁에 나서면서 대전시 선거구 증설을 원하고 있지 않은 타 시·도에 엉뚱한 반대 빌미만 제공한 꼴이 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발연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권선택 대전시장의 지시로 ‘대전 선거구 증설의 당위성과 앞으로의 추진전략 마련’을 위해 지난해 10월 초부터 12월 말까지 3000만 원의 연구비를 들여 진행된 것이다.

또 대발연은 최종 보고서에도 “충청권 인구가 호남 인구를 추월했지만 국회의원 의석수는 25대 30으로 5석 적고, 광주보다 인구가 더 많은 대전도 6대 8로 2석 적은 실정에서 대전·충청이 다른 지역에 비해 손해를 보고 있다”고 표의 등가성 문제는 심각하게 지적하면서 “지난 10월 30일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대전과 충청권의 선거구 증설의 좋은 기회가 될 것이므로 체계적인 대응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분명히 이번 연구의 목적과 필요성을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발연이 지난 12월 실시했다는 여론조사 질문지를 보면 ‘대전시 선거구 증설’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도록 처음부터 설계가 잘못됐을 뿐 아니라 연구 목적에도 전혀 부합되지 못하다는 것이 한결같은 지적이다.

실제로 이번 설문 내용을 보면 첫 질문부터 ‘국회의원이 지역구민을 위해 일해야 하느냐, 국민 전체를 위해 일해야 하느냐’는 다소 생뚱맞은 질문으로 응답자들이 왜 이 조사를 하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어진 질문 역시 ‘대전시 국회의원 선거구가 지금보다 더 늘어야 하느냐’고 첫 질문과 연관성 없이 이루어졌다. 기본적으로 정치권 불신이 국민정서 기저에 깔려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결과적으로 1번 질문이 2번 질문에 다분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도록 만든 것이다.

더구나 5번 질문에 가서는 ‘선생님께서는 만약 대전시에 국회의원 선거구가 하나만 더 생긴다면, 어느 선거구에 추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어, 현재 대전 선거구가 인구수가 비슷한 광주에 비해서도 2석이나 적은 상황에서 2석을 늘려도 모자랄 판에 마치 대전에 선거구가 늘어나지 않거나 늘어도 한 석밖에 안 될 수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결과적으로 5개 구별 응답자는 모두 자신이 사는 지역구가 늘어야 한다는 예상된 결과만 도출하고 말았다.

더욱 문제인 것은 6번 질문에서 ‘선생님께서는 대전시에 선거구가 늘어난 결과로 국회의원 총의석이 늘어나게 된다면 이에 동의하겠느냐’라는 얼토당토않은 가정을 가지고 찬반을 물었다는 점이다. 이는 국회의원 수가 법으로 정해진 것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조차도 무시한 채 마치 대전에서 국회의원 의석이 늘어나면 전체 국회의원 의석이 늘어나는 것처럼 호도했다.

이에 대해 전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여론조사라는 것이 목적과 방향에 맞춰 질문이 설계되어야 하는데, 이번 조사는 목적에 비추어볼 때 이미 첫 질문부터 부정적인 의식을 환기시키면서 심각하게 훼손됐고, 질문들 간 연관성도 부족하며, 근거도 없는 질문으로 응답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등 설계 자체가 잘못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만약 선거구 증설 여론환기를 목적으로 했다면 첫 질문은 ‘대전이 인구가 비슷한 광주에 비해 의석수가 적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식으로 들어가는 것이 옳았다”고 덧붙였다.

한 지역 정치권 관계자도 “대전발전연구원은 대전시 중요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막중한 책임과 역할을 해야 하는 기관인데, 대전과 시민의 이익과는 전혀 무관하게 이런 식으로 연구를 진행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 라며 “특히 설문 내용을 보면 정말 대발연이 이 정도 수준 밖에 안 되는지, 이 연구를 왜 했는지 의도가 궁금할 정도”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대전은 물론이고 충청권 전체가 이번 기회에 그동안 차별을 받았던 선거구 증설을 꼭 이루어 내자고 노력하고 있는 판에, 이런 식으로 문제성이 있는 여론조사 결과를 들이대면서 ‘시민홍보를 강화해야 한다’고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면 누가 반가워 하겠느냐”며 “앞으로 타 시·도에서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들이대며 ‘시민들이 원하지 않는데 왜 선거구를 증설하려하느냐’고 반대하고 나서면 과연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갑갑하다. 대전발전연구원이 과연 어느 시·도를 위한 기관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