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원의 복지이야기]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 흑사병 오류 전철 밟지 말아야
[김세원의 복지이야기]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 흑사병 오류 전철 밟지 말아야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들이 고통 받는 일은 없어야
전문가의 말과 과학적 행동이 존중되어야
  • 김세원 대전과기대 사회복지과 교수
  • 승인 2020.06.0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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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원 대전과기대 사회복지과 교수
김세원 대전과기대 사회복지과 교수

[굿모닝충청 김세원 대전과기대 사회복지과 교수] 미신이나 잘못된 믿음으로 재앙과 같은 결과를 빚는 경우를 역사는 종종 보여준다.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염병으로 꼽히는 흑사병은 몽골에서 발병해 중국으로, 또 무역선을 통해 유럽으로 전파되었다. 유럽에서는 1347년 희생자가 발생하기 시작해 이래 약 2천5백만 여명이 희생되었다. 

흑사병이라는 이름은 피부가 검게 변하는 증상 때문에 붙여진 것으로, 증상이 진행되면 검게 변색된 부위에 괴저가 발생하고, 죽음에 이르게 된다. 페스트 균은 1894년 프랑스 세균학자 알렉상드르 예르생과 일본의 기타자토 시바사부로가 발견했다. 

유럽 흑사병에 대한 역학조사 결과 비록 다른 종의 설치류라 하더라도 벼룩에 의해 원인균이 전파된다는 점이 부각되었다. 후속 연구결과,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건너온 곰쥐 뿐 아니라 원래부터 유럽에 있던 시궁쥐에 의해서도 흑사병이 전파될 수 있었음이 드러났다. 시궁쥐는 다른 설치류와 달리 인간의 거주지에서 서식하는 생태학적 특성으로 인해 흑사병 전파의 주요 원인이었음이 밝혀진 것이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그 당시 고양이들이 쥐를 열심히 사냥했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았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겠다. 그러나 정답은 “고양이들이 집단으로 학살당해 쥐를 잡는데 한계가 있었다”이다. 

교황 그레고리우스 9세는 “검은 고양이는 사탄의 충실한 시녀이고, 마왕 루시퍼는 절반이 검은 고양이며, 악마 숭배의식에서 검은 고양이로 변할 것이다‘라며 라마의 소리라는 칙령을 발표했다(1233년). 마녀로 몰린 사람이 키우는 검은 고양이 역시 화형대에 올라야 했다. 마녀로 몰리는 것이 두려운 사람들은 고양이를 없애거나 버렸고, 유럽의 고양이는 급격히 개체수가 줄기 시작했다. 

원래부터 고양이가 이런 대접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로마는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삼은 최초의 유럽국가다. 이집트에서는 한 때, 고양이를 살해하면 사형에 처해졌다. 태생적으로 무심하고, 독립적인 습성을 가진 고양이는 13세기경부터 종종 인간들의 오해를 샀다.

사회구조에 심각한 변화를 초래할 질병이다 보니 무고한 학살을 당한 것은 고양이 뿐 만 아니었다. 흑사병의 원인이 무엇이고, 어떠한 경로로 옮겨지며,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하는 가를 모르다보니 엄한 사람들이 피해를 보았다. 유대인, 한센병 환자, 외국인, 부랑인들이 ‘흑사병을 몰고 다니는 사람들’로 몰려서 집단폭력에 노출됐다. 심지어는 학살을 당했다. 사회혼란을 사회적 소수자나 약자들에게 전가한 사회적 폭력이 발생한 것이다. 

700년 전 공황상태에서 시작된 고양이에 대한 미신은 여전히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검은 고양이는 불길하다”, “고양이가 아기의 숨결을 빨아들여 숨지게 한다“, 고양이는 당한 일을 잊지 않고 복수 한다” 등등이 그것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는 지난 2019년 12월부터 진행되기 시작한 범유행전염병이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첫 환자가 발생했고, 발생 원인과 전파 경로는 아직까지도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월 31일,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가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임을 선포했고, 2월 28일부로 전 세계 위험도를 ‘매우 높음’으로 격상하였으며, 3월 11일 에는 범유행전염병임을 선언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는 당초 우한폐렴으로 불려 지기도 했으나, WHO는 이를 자제하도록 권고했다. 낙인 효과를 우려해서다. 20세기 초반 전 세계에서 5,000여만 명의 사망자를 낸 스페인 독감은 발원지가 미국 캔자스 주 하스켈 카운티로 추정되며, 스페인은 피해국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여전히 억울한 오명을 쓰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루머와 거짓이 횡행하고 있다. 이런 위기의 순간일수록 따르고 지켜야 할 것은 전문가의 말과, 과학적인 근거에 기반한 합리적인 행동이다. 진실에 거짓을 섞는 교묘한 행위로 많은 혼란이 야기시키고 있다. 무기력, 공포, 불확실, 무지, 편견, 거짓이 함께하는 혼돈의 순간, 자칫 일부의 그릇된 말과 행동이 사회에 편견을 심고, 위험한 파국으로 치닫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들의 무지와 비합리적인 판단과 행동,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집단의 오류 등이 속속 드러날 것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미국과 중국의 안정된 양극체제에서 불안정한 다극화체제로 재구성될 것이라는 견해가 이어진다. 원하든 그렇지 않던 코로나 사태 이후 인공지능에 기반한 제조 · 생산 · 판매 · 서비스의 스마트화, 제품과 서비스의 질 및 차별성 제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등장이 예견되고 있다. 예측불가의 환경은 불안을 부르기 마련이다. 정도를 지키며, 비상식적인 논리와 편견에 휘둘리지 않는 지혜와 희생양 몰이를 단호히 거부하는 성숙한 노력이 요구된다.

흑사병에 대한 잘 못된 믿음 때문에 산채로 화형 당하는 중세의 유대인을 그린 삽화. 사회혼란을 소수자나 약자들에게 전가한 사회적 폭력을 보여준다.
흑사병에 대한 잘 못된 믿음 때문에 산채로 화형 당하는 중세의 유대인을 그린 삽화. 사회혼란을 소수자나 약자들에게 전가한 사회적 폭력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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