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9살 아이가 남긴 ‘어른의 숙제’
[노트북을 열며] 9살 아이가 남긴 ‘어른의 숙제’
  • 정종윤 기자
  • 승인 2020.06.07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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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정종윤 기자.
굿모닝충청 정종윤 기자.

[굿모닝충청 정종윤 기자] 최근 충남 천안에서 일어난 ‘천안 계모 사건’이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전 국민적 분노가 극에 달했고 파장도 컸다.

언론에선 앞 다퉈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지난 4일 한 명의 아이가 계모 학대로 세상을 떠났다.

계모는 훈육을 빌미로 의붓아들 A(9)군을 여행용 가방에 가뒀고 7시간이나 감금했다.

A군은 의식을 잃고 쓰러져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치료를 받다가 이틀 뒤 숨을 거뒀다.

계모 학대는 이번 뿐 만이 아니었다.

지난해 10월부터 A군이 사망에 이른 지난 1일까지 지속됐다.

경찰조사에서 계모는 “거짓말을 하길래 훈육 차원 체벌이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계모는 앞선 지난달에도 A군 학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었다.

계모는 당시에도 “훈육 차원 체벌”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지난달 사건이 발생했을 때 잘 관찰했더라면 이번 비극은 막을 수 있었다고 한다.

아이의 장례가 치러지고 이제 모든 사회적 이목은 계모가 아닌 수사기관과 아동보호기관을 향하고 있다.

‘막을 수 있던 사건’이라며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 책임론을 언급하는 언론도 상당수를 이뤘다.

범죄심리 전문가, 아동권리보장 전문가 등은 언론 인터뷰에서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초기 대응을 문제 삼았다.

긴급보호조치 또는 분리조치가 이뤄졌다면 A군은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천안서북경찰서와 충남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의 현 상황만 놓고 보면 전문가 지적은 ‘이상적인 이론’에 불과하다.

충남아보전은 천안·아산·당진을 관할지역으로 하는 아동보호, 아동권리보호 기관이다.

이 기관에만 해마다 1000여 건의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된다.

충남아보전 현장조사팀은 팀장을 포함한 6명으로 신고 건수에 비해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인력으로는 신고 된 사안 처리만 하기에도 급급한 상황이다.

밀접한 수준의 서비스와 후속 모니터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천안서북경찰서도 마찬가지. 충남서 가장 많은 사건을 책임지고 있다.

아동학대 의심 신고에만 모든 수사력이 동원될 수 없는 실정이다.

또한 수사기관이 강제적으로 아동학대 의심가정에 방문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것도 아니다.

경찰과 전문기관이 사건을 보다 세심하게 다뤄야겠지만 이런 환경을 제공하는 게 더 시급하다.

느슨한 아동학대 안전망을 조금 더 촘촘히 하기 위해선 관련 인력 충원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지난 3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오는 10월 1일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에는 기존 아보전이 수행하던 현장조사 같은 관련 업무를 지자체 소속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이 대신 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단순히 업무 분담을 지자체에 떠넘겨선 안된다. 아동학대 처리 시스템 전반을 손 본 뒤 한층 더 전문성이 강화 된 아동보호가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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