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소장님, 우리 복동할매랑 꿈꾸던 세상서 다시 만나요”
윤미향 "소장님, 우리 복동할매랑 꿈꾸던 세상서 다시 만나요”
  • 정문영 기자
  • 승인 2020.06.07 1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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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쉼터인 서울 마포구 ‘평화의 우리집’ 쉼터 손영미 소장의 생전 모습. 사진=윤미향 의원 페이스북/굿모닝충청 정문영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쉼터인 서울 마포구 ‘평화의 우리집’ 쉼터 손영미 소장(왼쪽 길원옥 할머니 뒤)의 생전 모습. 오른쪽에는 윤미향 의원이 故 김복동 할머니 휠체어를 밀고 있다. 사진=윤미향 의원 페이스북/굿모닝충청 정문영 기자〉

[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7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쉼터인 서울 마포구 ‘평화의 우리집’ 쉼터 소장 손영미 씨가 숨진 채 발견돼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 출신으로 함께 동고동락한 윤미향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이날 페이스북에 고인이 된 손 전 소장을 추모하는 글을 올렸다.
“저는 소장님과 긴 세월을 함께 살아온 동지들을 생각하며 버텼어요. 뒤로 물러설 곳도 없었고 옆으로 피할 길도 없어서, ‘앞으로 갈 수밖에 없구나’ 그렇게 생각하며 버텼어요…”

윤 의원은 “그러느라...내 피가 말라가는 것만 생각하느라, 우리 소장님 피가 말라가는 것은 살피지 못했다”며 “내 영혼이 파괴되는 것 부여잡고 씨름하느라, 우리 소장님 영혼을 살피지 못해 미안합니다, 정말로 미안합니다”라고 고개 숙였다.

특히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나랑 끝까지 같이 가자 해놓고는 그렇게 홀로 떠나버리시면 저는 어떻게 하라고요...그 고통, 괴로움 홀로 짊어지고 가셨으니, 나보고 어떻게 살라고요”라며 북받치는 통곡의 눈물을 쏟았다.

이어 “할머니와 우리 손잡고 세계를 여러 바퀴 돌며 함께 다녔는데, 나더러 어떻게 잊으라고요”라며, 현재 이용수 할머니의 독기 서린 할큄으로 아수라장이 돼버린 정의연의 고통을 떠올리고는 ‘지옥 같은 악몽’이라고 했다.
“2004년 처음 우리가 만나 함께 해 온 20여년을 너무나 잘 알기에, 이런 날들이 우리에게 닥칠 것이라고 3월 푸르른 날에조차 우리는 생각조차 못했지요. 우리 복동할매 무덤에 가서 도시락 먹을 일은 생각했었어도 이런 지옥의 삶을 살게 되리라 생각도 못했지요.”

또 최근 압수수색에 이은 검찰 수사와 언론의 집중적인 취재 등으로 인해 겪고 있는 고통스런 현실을 떠올렸다.
“우리 소장님, 기자들이 쉼터 초인종 소리 딩동 울릴 때마다 그들이 대문 밖에서 카메라 세워놓고 생중계하며, 마치 쉼터가 범죄자 소굴처럼 보도를 해대고, 검찰에서 쉼터로 들이닥쳐 압수수색을 하고, 매일같이 압박감.. 죄인도 아닌데 죄인의식 갖게 하고, 쉴 새 없이 전화벨 소리로 괴롭힐 때마다 홀로 그것을 다 감당해 내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그는 ‘평화의 쉼터’ 소장을 맡은 이후 크게 달라진 생활에 대해서도 회상했다. 고인은 그간 세 차례 사표를 냈으나 간곡히 사정하는 윤 의원의 만류에, 박봉에도 봉사에 묵묵히 전념해온 활동가로 알려졌다.
“소장님이 쉼터에 오신 후 신앙생활도 접으셨고, 친구관계도 끊어졌고, 가족에게도 소홀했고, 오로지 할머니, 할머니…명절 때조차도 휴가 한 번 갈 수 없었던 우리 소장님...미안해서 어쩌나요. 당신의 그 숭고한 마음을 너무나 잘 알기에 내 가슴 미어집니다.”

그리고는 “외롭더라도 소장님, 우리 복동할매랑 조금만 손잡고 계세요. 우리가 함께 꿈꾸던 세상,복동할매랑 만들고 싶어 했던 세상, 그 세상에서 우리 다시 만나요”라며 “사랑하는 나의 손영미 소장님, 홀로 가시게 해서 미안합니다”라고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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