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최수지 기자] 가정폭력 피해자가 알려준 비밀번호로 현관문을 열고 집 안에 들어간 경찰관의 공무집행이 적법하지 않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남동희)는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A(50) 씨에 대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A 씨는 2018년 4월 20일 오후 10시께 충남 아산의 모 아파트에서 “피고인이 난폭하다”란 배우자 B 씨의 112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욕을 하며 가슴부위를 밀친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집에 무단으로 들어온 경찰관들에게 ‘나가달라’고 했을 뿐이다”라고 주장했으나 1심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가정 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흥분해 있는 피고인이 흉기나 둔기를 집을 가능성 염두에 둬야 함으로 피고인의 장소이탈을 막은 행위가 불법이라고 볼 수 없다”라며 “피고인이 경찰관의 가슴을 밀치고 상의를 잡아당긴 행동은 공무집행방해의 폭행에 해당한다”고 판시하면서 징역 5개월과 집행유예 1년, 사회봉사 120시간이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의 공무집행이 적법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경찰 가정폭력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현장 출동 경찰관은 신고자의 소재를 우선 파악해야 한다”라며 “이후 피해자 보호를 위해 부득이하게 현장에 출입할 경우, 가해자에게 우선 경고해야하고, 이를 가해자가 방해할 경우 강제로 출입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사건을 살펴보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은 현장에 도착한 후 신고자의 소재를 먼저 파악해 안전을 확보했어야 함에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라며 “신고 당시 배우자가 알려준 출입문 비밀번호를 이용해 집안으로 출입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게다가 현관 출입문 비밀번호를 눌러 들어가면서도 아무런 사정을 고지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당시 신고자는 자녀와 집 밖으로 피신한 상태였다. 신고자를 보호하기 위해 집안으로 출입해야 할 긴급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라며 “부득이하게 피고인의 집 안으로 출입해야 할 정당한 사유를 찾을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