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차별은 그만… 당당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고 싶다”
“편견·차별은 그만… 당당한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고 싶다”
함께하는 대한민국 - 다문화여성 좌담회
  • 이호영 기자
  • 승인 2015.01.05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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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이호영 기자] 결혼이주여성들은 한국에서의 생활과 한국사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지난해 연말 유성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다문화여성들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대전 다문화가족사랑회 소속 여성들은 한국에서의 생활에 큰 만족감을 표시하면서도 한편으론 외국인에 대한 보이지 않는 차별과 편견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또 한국사회가 이제는 본격적으로 다문화사회로 접어들었다는 점을 인식하고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어떻게 오게 됐는지’ 보다는 그들이 이 사회의 한 구성원이라는 점을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빅토리아(러시아), 료코(일본), 아리메 치에코(일본), 라이 서르써티(네팔), 김진주(몽골), 최영선(중국), 박에드나(필리핀), 브이티화(베트남) 씨 등 각 나라에서 온 결혼이주여성들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지면에 재구성해봤다.

그동안 한국사회에 적응하면서 문화적 차이로 어려운 점이 많았을 텐데.
▲브이티화(베트남)
서운하고 답답한 것이 많다. 무엇보다 대부분 한국 사람들이 결혼이주여성들을 가난한 나라에서 돈 때문에 온 것처럼 생각하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 또 한국어가 능숙하지 않은 것을 원래 초등학교나 중학교 수준밖에 안 되는 것처럼 오해해 어디 가서 물건을 살 때 간단한 계산만 해도 똑똑하다고 해서 창피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박에드나(필리핀)
한국에 온 지 27년이 됐고 미군부대에서도 근무를 했지만 여전히 한국어, 그중에서도 글 쓰는 것이 가장 어렵다. 

▲빅토리아(러시아)
특별히 어려운 것은 없다. 오히려 엄마가 외국인이라고 부러워한다. 아이들이 영어, 러시아어, 한국어를 동시에 할 수 있고 학교에서는 중국어도 배운다. 또 엄마가 외국인이다 보니 우리 아이들은 외국인을 낯설어 하지 않는다.

▲최영선(중국)
조선족이라 크게 불편한 것은 없지만 중국과 문화가 달라 어르신을 공경하고 존댓말 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시어머니하고 같이 살 때도 밥도 먼저 드시라 해야 하고, 아침저녁으로 인사도 드려야 하고 따지는 것이 많아 고생이 많았다. 3살짜리 아들이 있어 많이 배우고 고치려고 노력중이다. 

▲김진주(몽골)
처음에는 적응할 때는 다 어려웠는데, 아이 낳고 10년이나 살다 보니 이제는 다 잊어버렸다.(웃음) 처음 적응할 때는 남편과의 나이차이, 문화, 생활습관, 음식 차이 등이 가장 힘들었다.

▲라이 서르써티(네팔)
한국말 좀 어렵지만 한국생활이 좋고 특별히 힘든 점도 없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손으로 밥을 먹는데, 한국에서는 수저를 사용해 고생을 많이 했다. 지금도 젓가락질은 불편하다. 아파트에 살다 보니 이웃들과도 크게 부딪힐 일이 없다. 

자녀들을 양육하면서 힘든 점이 있다면.
▲료코(일본)
큰아이가 초등학교 올라갔다. 일본에서는 스스로 다 알아서 하는데, 여기서는 엄마가 숙제도 해줘야 하고 하나부터 열까지 아이랑 똑같이 학교를 다니는 것 같다. 시누이와 시동생이 도와주고 있지만 숙제 해주는 것이 가장 힘들다. 또 엄마들끼리도 뭔가 모여서 해야 되고, 반장엄마 말도 잘 들어야 한다.

▲빅토리아(러시아)
교육비와 학원비가 너무 많이 들어간다. 첫째가 피아노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그나마 남편이 가르칠 수 있어 다행이다.

▲박에드나(필리핀)
자녀가 성악을 전공해 경제적으로 힘들었다. 지금까지도 돈을 벌고 있다. 내년엔 첫째가 일본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둘째도 대학을 졸업해 좀 나아질 것 같다. 

다문화이주여성이란 이유로 차별을 받은 경우가 있나.
▲브이티화(베트남)
몇 년 전 놀이터에서 아이가 물이 먹고 싶다고 해서 주변을 찾아봐도 가게도 없고 하길래 마침 자전거에 물 서너 병을 가지고 가는 초등학생에게 허락을 받고 물을 조금 먹인 적이 있다. 그런데 갑자기 아이 엄마가 같이 와서 왜 물을 빼앗고 함부로 마시느냐고 하더라. 물어보고 했다고, 죄송하다는 했지만 속이 무척 상했다. 아이들끼리는 문제가 없는데 부모와는 가까워지기 어렵다. 이해하고 같이 어울려줬으면 좋겠다.

▲김진주(몽골)
우리나라에서는 부모님을 모시고 싶은 사람이 모시는데, 한국에서는 대부분 외국인 며느리들이 시부모를 모신다. 외국에서 왔으니 옆에서 배워야 한다는 이유지만, 사실상 시부모를 떠넘기는 것 같다. 우리 남편도 8남매 중 막내인데 시어머니를 모실 사람이 없어 안쓰러워 3년 간 모셨다.

▲료코(일본)
방문교사들이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은 것만 보고 엄마들을 너무 애기 다루듯 한다. 그래서 아이가 3살 때까지는 집에서 키웠지만 이후엔 일부러 다문화지원센터나 복지관을 나갔는데, 역시 아이들이 시끄럽다고 눈치가 보인다. 마음 편히 갈 곳이 마땅치 않다. 

▲박에드나(필리핀)
얼마 전 필리핀 사람들과 같이 택시를 타고 내릴 때 티머니 카드로 요금을 내려고 하니 기사가 안 된다고 하더라. 거부하면 신고할 수 있다고 말해도 고장났다고 그냥 현금을 내라고 했다. 그래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려 하니까 그때서야 티머니 카드로 결제를 해줬다. 

▲김진주(몽골)
몽골에서 왔다고 하면 처음엔 대부분 무시를 한다. 그러다 어느 정도 겪어 보고나서야 이해를 하고 대접도 해준다. 우리는 한국어가 서툴지 머리가 서툰 것은 아니다. 장애가 있나, 머리에 문제가 있나 하겠지만 표현을 잘 못하는 것일 뿐 생각할 것은 다 한다. 이런 오해가 빨리 사라졌으면 좋겠다.

‘이제 한국사람 다 됐다’고 생각할 때도 있을 것이다.
▲빅토리아(러시아)
전에는 러시아말로 꿈을 꿨는데, 요즘엔 한국말 꿈을 꾼다. 그럴 때마다 이제 한국사람 다됐구나 생각을 한다.

▲최영선(중국)
몇 년만 돈을 벌어 다시 중국으로 가려고 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결혼해 애까지 났다. 아이가 태어나니 이제 대한민국 국민이란 생각이 들었다.

▲김진주(몽골)
사실 지금은 한국인도 외국인도 아닌 잡종이란 생각이 든다. 그 전에는 외국인이라 생각만 들었다. 10년이 넘으니 한국인들과 어울리며 모임도 참석하고 하지만, 한편으론 좋은 의미의 차별을 받을 때가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외국인인데 한국사람과 외모 구분이 없다보니 당연히 한국말을 알아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백인이나 흑인은 “안녕하세요”만 해도 잘한다고 박수치는데, 지금은 내가 해도 박수치는 사람 없다.(웃음)

행정적이나 제도적으로 더 뒷받침 될 부분이 있다면.
▲브이티화(베트남)
아이가 지금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데 한국말을 제대로 못한다. 지금보다 방문교사 지원을 더 늘려서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차근차근 국어교육을 해주고, 또 수학이나 다른 과목도 가르쳐 주면 좋겠다. 아이가 공부를 잘하면 좋겠다. 교육도 많이 시키고 학원도 보내고 싶은데 여건이 녹록치 않다

▲료코(일본)
예전에 아이를 낳으러 병원에 갔는데 일본에서는 안 하는 각종 검사나 주사 등 산부인과 절차가 많았다. 그냥 하고 싶다고 해도 한국에서는 이대로 따라야 한다고 했다. 약국에 가서도 조제된 약이 어떤 종류인지 확인하고 싶은데, 의사가 처방한 대로 했다고 몰라도 된다고 말하기 일쑤였다. 의료혜택을 획일적으로 적용하지 말고 개인의 선택권이 있었으면 좋겠다.

▲최영선(중국)
국적 취득 시 요구하는 서류가 10여 가지가 넘는다. 이미 혼인신고를 할 때 가족관계나 본국 공증을 다 거쳤는데, 또다시 해오라는 것도 많다. 시간도 많이 들고, 돈도 많이 들고, 이것 가져와라 저것 가져와라 복잡한 것도 많아 남편과 그냥 온 적도 있다.

다문화가정이 점차 늘어가는 상황에서 앞으로 서로 어우러져 살기 위해 한국사회가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료코(일본)
결혼한 지 4년이 지났는데 사실은 그동안 한국이 싫었다. 세월호 사고 같은 것을 보고 대충대충 하는 것 많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아이를 키우면서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더라. 우리가 안에서는 보통 지나가는 일이지만 밖에서 보면 잘 보인다. 다문화 여성들이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고 들어주는 분위기가 되고, 우리도 이야기하는 것이 이상하면 한국 사람들이 고쳐주는, 서로 주고받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박에드나(필리핀)
한국사회도 바뀌어야 하지만 다문화여성들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이 한국 문화와 질서에 익숙해지고, 또 열심히 살다보면 외국인이라고 불편할 것은 없을 것이다. 한국에 오면서 너무 기대치를 높이지 말고, 남편만 바라보는 것도 바꿔야 한다. 사실 편하게 살고 싶은데 돈 때문에 안 되는 것이 많아 싸움이 많다.

어차피 결혼했으니 같이 노력하고, 필요한 부분은 열심히 배우고 직장도 다니면서 적극적으로 살아야 한다. 조금만 참고 아이들도 잘 키우고 열심히 살다보면, 남편의 사랑도 듬뿍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남편과의 사이가 먼저 좋아야 행복한 생활이 된다. 그리고 다문화여성들의 첫째 과제는 한국어다. 속상한 것 있어도 한국어를 못하면 말할 수 없다. 말부터 배워야 한다.

▲아리메 치에코(일본)
10년 전에 비하면 많이 제도도 좋아지고 기회도 많아졌다. 외국인도 많아지고 이주여성도 이상하지 않다. 현재 자신의 모습과 가족에 관심을 가지고, 본인도 적극적으로 한국사회로 나가야한다. 힘든 것, 모르는 것은 물어보고 해야 한다. 알권리도 있다. 한국사회 역시 이주여성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나라를 보지 말고 개인을 봐줬으면 좋겠다. 본인의 적극성과 의지, 주변의 관심이 중요하다.

▲최영선(중국)
처음 돈 벌러 한국에 와서 식당에서 먹고 자며 서빙을 했는데, 말투가 조선족이라 손님들이 흉내내고 무시하는 통에 싸우기도 많이 했다. 하지만 한국에 정착한 이상 우리 엄마들이 많이 바뀌어야 한다. 문화차이가 많지만 아이를 낳고 살아야 하니 고향에서의 습관을 버리고 새로운 문화를 배우고 노력해야 한다. 지금은 남편이 아이들을 생각해 중국에서 왔다는 것을 말하지 말라고 하지만 도둑질해서 온 것도 아니고 왜 그러냐고, 우리 엄마는 중국에서 왔다고, 방학 때마다 상해도 보내고 백두산도 보내고 다른 아이들이 부러워하게 당당하게 키울 것이라고 말한다.

▲김진주(몽골)
한국 다문화사회가 조금 더 잘됐으면 좋겠다. 아이들에게 짐이 된다고 다문화가정이란 것을 숨기고 아예 이야기 자체를 꺼내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원하는 다문화사회는 다문화라는 말이 장점이 됐으면 좋겠다. 이주여성을 먼저 돕고, 다문화 아이들을 먼저 배려하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한다. 하지만 너무 많이 바꾸려고 하면 실망도 크기 때문에 바라기만 하는 것은 좋지 않다. 행복은 만족이다. 스스로 당당하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박에드나(필리핀)
다문화 개인들을 인정해줘야 하는데 현재 한국사회는 자꾸만 동화되기만 원하니 갈등의 요소가 된다. 이제는 시대적으로 다문화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만큼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회, 그런 문화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새해를 맞아 개인적인 목표나 희망이 있다면.
▲브이티화(베트남)
방과후수업으로 베트남어를 가르치고 있는데 우선 내년에도 계속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베트남에서는 컴퓨터 강사로 일했는데, 한국에서 다른 직업을 가졌으면 좋겠다. 더불어 6살 된 아기도 건강하게 잘 컸으면 한다.

▲최영선(중국)
올해는 정말 뜻 깊은 한해였다. 친정아버지가 간암 판정을 받아 울고불고 했는데, 남편이 한국으로 모셔 완치됐다. 너무 감사하다. 아들도 대학에 들어갔다. 새해해도 건강하고 남편 사업이 잘 됐으면 좋겠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싶다. 감사하니 감사한 일들이 계속 생기더라. 개인적으로는 홈패션 자격증을 따서 직장을 갖고 싶다. 다문화센터에서 엄마들과 제품을 만들어 팔고 수익금으로 봉사도 하고 관광도 하고 싶다.

▲아리메 치에코(일본)
한국어도 좀 더 공부하고, 경력을 키우려 영업도 배우고 있는 중이다. 여기까지 왔으니 한국사회에 잘 어울리고 그 사회에 들어가려 한다. 돈도 벌고 좀 더 만족감 있게 사회생활을 적극적으로 해서,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박에드나(필리핀)
우선 가족들이 건강하고, 아이들이 대학을 졸업하니 좋은 직장을 가졌으면 하는 소망이다. 또 지금 하는 일에서 꼭 성공했으면 좋겠다. 나도 필리핀 휴양지를 대상으로 인터내셔널 마케팅 컨설턴트 일을 하고 있는데, 좋은 성과가 있었으면 한다. 

▲빅토리아(러시아)
내년에도 올해와 똑같이 아이들 열심히 키우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홈패션을 배우고 싶다. 

▲김진주(몽골)
가족들이 다 건강하게 아프지 않고 잘 지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이들이 어느 정도 컸으니 내년엔 좋은 직장을 하나 가졌으면 한다. 몽골과 한국을 교류하는 회사에 들어가면 회사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료코(일본)
지금은 바쁜 시대다. 가족이 항상 같이 있기도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같이 뭔가 하려고 이벤트를 준비한다. 그동안 매년 일본과 한국 자전거 여행을 해왔는데, 내년엔 집짓기에 도전할 생각이다. 적당한 땅도 알아보고 설계도 하면서 차근차근 준비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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