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일 시론] 정치와 과몰입(국회 원구성 늦어진 것에 대한 생각)
[김두일 시론] 정치와 과몰입(국회 원구성 늦어진 것에 대한 생각)
- 김두일 차이나랩 대표가 정치권 이슈가 있을 때마다 냉철한 분석을 바탕으로 한 글을 굿모닝충청에 기고한다. 13일 첫 주제는 '정치와 과몰입'이고, '국회 원구성이 늦어진 것에 대한 생각'을 부제로 했다.
  • 정문영 기자
  • 승인 2020.06.13 21: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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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과몰입》 (부제: 국회 원구성이 늦어진 것에 대한 생각)
- 김두일 차이나랩 대표(한중 IP 전문가, '검찰개혁과 조국대전'의 작가)

21대 국회가 개원했으나 상임위원장 구성을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간 샅바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박병석 국회의장이 15일 원 구성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굿모닝충청 정문영 기자
〈21대 국회가 개원했으나 상임위원장 구성을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간 샅바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박병석 국회의장이 15일 원 구성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굿모닝충청 정문영 기자〉

1.
김어준은 〈닥치고 정치〉라는 책에서 우리 일상의 스트레스는 정치에서 비롯되었고, 그 스트레스를 극복하기 위해 유권자로서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당시는 MB(이명박 대통령) 시절이라 그것만큼 적절한 말이 없었다.

MB 시절을 거치면서 개혁을 원하는 유권자들은 각성을 했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던 70~80년대와는 다른 형태의 각성이었다.

이른바 '시민직접참여의 정당정치'가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한 시기였다. 이전까지가 조직에 의한 선거라면, 그 무렵부터는 직접적으로 유권자로서 정당의 당원으로 참여해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2.
더불어민주당이 지금 막강해 진 이유는 그런 유권자들의 성향을 잘 쫓아가는 정치를 했기 때문이고, 미래통합당이 눈에 띄게 약해진 것은 그런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구(舊) 동교동계 혹은 호남을 지역기반으로 하던 정치인들이 완벽하게 몰락한 이유도 민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미래통합당 방식의 정치를 했기 때문이다.

언론이 과거와 같은 정치적 영향력을 잃어가는 이유도 현재의 직접적인 참여형 정치를 선호하는 유권자들이 계몽보다는 스스로 정보를 취사선택해서 분석까지 할 능력을 갖추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패배했다. 75.8%라는 높은 투표율에 힘입어 문재인 후보는 민주당 선거 사상 역대 최다의 표를 얻었는데 박근혜 후보는 더 많은 표를 얻었기 때문이다.

기득권이 가지고 있는 모든 역량이 집중된 선거였고 박근혜가 그만큼 경쟁력을 갖춘 후보였기 때문에 문재인은 패배한 것인데, 나는 여기에 한 가지 상징적인 장면을 넣고 싶다.

TV토론에서 민주노동당 이정희 후보가 박근혜를 향해 ‘다카키마사오의 딸’을 외치는 대목인데, 나는 그 장면이 중도-보수 지지자들을 자극해서 더 강력한 집결을 이끌어 낸 중요한 계기라고 생각한다.

4.
물론 이정희의 외침은 틀린 말이 아니다. 그리고 이쪽 지지자들이 보기에는 시원시원하고 통쾌한 장면이었다.

하지만 정치는 시시비비 영역보다 호불호의 영역이 더 강한 유권자들이 주도한다. 과거 유시민은 늘 옳은 주장을 했지만 '싸가지 없는 정치인'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진 것은 물론, 음험한 정치의 프레임에 당한 것이지만 사실 상대방을 토론에서 압살하는 모습을 보면 당하는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당시 이정희의 발언은 2002년 대선 전날 후보단일화 약속을 깨고 지지철회를 선언한 정몽준 탓에 다음날 미친듯이 노무현을 찍으러 가던 광경의 '보수판'이라고 생각한다.

5.
더불어민주당에서 당비를 내는 권리당원이 10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시민들의 '직접 참여형 정치의 시대'가 열린 것이고,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위해서 대단히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정부여당이 그 100만명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이는 정치를 한다면 실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2012년 문재인은 14,692,632표를 얻고도 선거에서 졌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민심이라는 것이 어젠다를 주도하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만의 것은 아니다. 도리어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갈대들이 주도한다. 

6.
정치에 있어서 확장성이 중요한 이유는 물론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다. 아무리 좋은 비전이 있어도 선거에서 이기지 못하면 실현할 수가 없으니 의미가 없다. 이기기 위해서는 열성지지자들의 버팀목을 기반으로 한 외연의 확장성이 매우 중요하다.

차기의 유력 후보들 중에서 나는 이낙연을 가장 높게 평가하는데, 그 이유는 이러한 확장성이 현재 가장 뛰어나기 때문이다. 젊은세대에서 노인세대까지, 개혁성향에서 중도보수까지 정말 다양하다. 심지어 '조-중-동' 기자들도 이낙연은 덜 깐다......

7.
역사를 보면 정복과 치세는 분명 다르다. 몽고가 전세계를 지배한 것은 정복능력이지만, 치세능력은 꽝이었기 때문에 금방 무너졌다.

우리 정치에 빗대어보면 김대중, 노무현의 시대에는 천운이 따라서 집권을 했지만, 치세를 하기에는 기반이 약했고 경험도 부족했다. 하지만 문재인 시대에는 능력도 천운도 함께 따랐고 경험까지 있어, 치세까지도 훌륭한 모습을 보여준다. 

8.
그렇다면 앞으로는??

정복보다는 더욱 치세의 능력을 필요로 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이해찬의 말처럼 20년 이상의 장기 집권이 있어야 대한민국이 더욱 부강한 국가가 될 수 있다고 나는 믿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태생부터 현재까지 존재의 이유가, 국민이 아닌 '자신들의 탐욕을 유지하기 위한 정당'이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인재와 돈이 민주당으로 더 몰리고 있는 지금과 같은 현상에서 기득권의 주류가 미래통합당에서 민주당으로 옮겨올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치세'가 중요하다.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중요하다. 이건 민주당의 기득권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서 말이다. 물론 민주당이 이 과정에서 흑화된다면 민심은 언제든지 돌아설 수 있다.

9.
민주당이 '사이다 원샷'하는 시원한 정치만을 추구한다면 100만명의 당비를 내는 권리당원에게 청량감을 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자칫 오만하다고 보일 수 있다.

실제 기울어진 언론은 늘 그런 공격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 언론을 포함해서 ‘다 쓸어 버리면 된다’는 생각을 한다면 그건 파쇼다. 망하는 지름길이다.

민심은 언제든 변한다. 당비까지 내는 권리당원의 마음은 절대 변하지 않겠지만, 갈대와 같은 중도는 언제든 변한다. 그리고 유권자중에서는 월등하게 그들이 많다는 것을 현 정부-여당을 응원하는 이들이 한번쯤 더 생각했으면 좋겠다.

10.
지난번 백분토론을 보니 박주민과 최강욱의 토론방식은 다르다.

박주민은 녹차를 마시는 것 같은 차분함을 보여주고, 최강욱은 사이다를 마시는 것 같은 청량감을 준다. 이는 토론능력과 스타일의 차이라기 보다는 현재 각자의 위치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거대 집권여당의 최고위원 박주민은 말을 더 조심스럽게 해야만 하고, 더 개혁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는 지지자들의 후원을 받는 신생정당의 대표 최강욱은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모습도 대단히 좋은 '협업'이라고 생각한다.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게 말이다. 그래서 개혁의 완성을 하나씩 만들어 가는 것이다. (다시한번 주장한다. 최강욱을 법사위로~~~~)

11.
어제 원 구성 협상을 국회의장이 3일 연장한 것 관련해서 아직까지 그 분노를 삭이지 못하는 분들께 두 가지만 이야기 하고 싶다.

첫째, 열성지지자들의 목소리를 지나치게 의식하는 순간 정치인들은 자신의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게 되고 결국은 확장성이 떨어지는 정치인이 될 확률이 높다.

내가 어떤 정당이나 정치인을 정말 지지한다면 어려운 상황에는 목소리를 크게 내 주면서 힘을 실어주어야 하고, 지금처럼 유리한 상황에서는 차분하게 믿고 기다려주는 편이 좋다.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기득권, 검찰, 친일의 후예, 기울어진 언론이지 우리편을 대상으로 그럴 필요는 없다.

12.
이제는 식상하기까지 한 열린우리당의 교훈을 이야기하자면, 152석을 얻고 개혁입법을 하나도 실행하지 못한 이유는 분열되었기 때문이다.

의원 개개인의 지지기반과 정치적 유불리 때문에 분열된 것인데, 여기에는 각자가 듣는 목소리가 또 달랐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주로 언론이 그 목소리를 주도했다면, 이제는 온라인의 열성지지자들도 상당한 영향력이 있다.

13.
둘째, 정치참여를 통한 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지만 때로는 '과몰입'하는 것이 아닌지 돌아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과몰입을 해 봐서 아는데) 이는 정신건강에도 매우 해롭다.

그리고 과몰입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결국 좌클릭이건 우클릭이건 움직이게 되는 모습을 발견한다. 심하면 극우나 극좌로 갈 수도 있다.

14.
결론은 훌륭한 대통령, 지자체와 지방의회까지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21대 국회의 압도적인 화력까지 갖추게 되었다. 거듭 주장하지만, 대한민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2년 후 대선과 지방선거까지 이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중요하지 이미 패배한 패잔병들을 대상으로 완벽하게 궁지에 몰아 압살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보기에는 시원해도 별로 실익도 없다. 

그래서 나는 어제 민주당이 제시한 '예결위 포함 11:7' 정도면 무난하다고 생각한다. 3일 더 시한을 준 것도 잘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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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언 2020-06-14 02:02:25
발톱이 보인다. 더 숨겨야 국민이 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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