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일 시론》 저물어 가는 '법비(法匪)들'의 시대
《김두일 시론》 저물어 가는 '법비(法匪)들'의 시대
- 대한민국 검찰, 생겨난 이래 단 한번도 정의로웠던 적이 없었다
- 검사 개개인의 문제가 아닌 검찰이라는 조직의 구조적인 문제
- 〈조선일보〉만이 태생부터 현재까지 ‘거악’으로 초지일관
- 기자를 기레기로 만든 이유 중 하나는 ‘법비(法匪)들의 활약’
- ‘법비(法匪)’라는 말은 ‘법+도적’=법의 기반 위에서 ‘법을 무기로 사용하는 도적놈’
- 종편이라는 괴물과 본격적으로 법비들을 창궐시킨 인물은 이명박
- "부디 윤석열이 법비(法匪)들이 창궐하던 시대의 마지막 두목이기를 바랄 뿐"
  • 정문영 기자
  • 승인 2020.06.22 22:51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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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일 시론》
저물어 가는 '법비(法匪)들'의 시대 (부제: 왜 기자는 기레기가 되었는가?)

- 김두일 차이나랩 대표(한중 IP 전문가, '검찰개혁과 조국대전'의 작가)

왜 기자는 기레기가 되었는가? 사진=MBC/굿모닝충청 정문영 기자
〈왜 기자는 '기레기'가 되었는가? 사진=MBC/굿모닝충청 정문영 기자〉

1.
영화 〈1987〉을 보면 군사독재정권의 무시무시한 폭력과 인권탄압으로 지배되던 세상을 바꾸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이들은 기자들이었다. 권력이 그토록 숨기려고 했던 박종철 열사의 죽음을 세상에 알리는 것과 막는 것의 대결구도로 영화는 진행이 되는데 결국 진실을 알리려는 쪽은 기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영화 〈택시운전사〉도 비슷했다. 광주에서 벌어진 일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을 막으려는 독재의 공권력과 그것을 세상에 알리려는 외국인 기자와 (그리고 그것을 돕는) 택시운전사의 이야기다.

2.
그 야만의 시대에는 폭력으로 억압 받던 인권유린의 현장이 세상에 알려지는 방법은 기자에 의한 것이 유일했고, 그 경우 대중들은 함께 정의를 위해 분노했고, 항거했고, 그렇게 세상이 바뀌기도 했다. 기자들은 그 과정에서 ‘진실의 전달’이라는 중요한 사명감을 위해 때로는 목숨까지 걸었다.

그런데 과거에 그토록 정의롭던 기자들은 지금 다 어디에 갔을까? 물론 정의로운 기자들은 지금도 있다. 단지 그 시절에 비해 천연기념물처럼 드물어진 것뿐이다.

3.
검찰개혁이라는 화두에 관심을 가지고 책까지 쓰면서 많은 자료를 찾아 보면서 공부한 결과, 나는 대한민국 검찰이라는 조직은 생겨난 이래 단 한번도 정의로웠던 적이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이는 검사 개개인의 문제가 아닌 검찰이라는 조직의 구조적인 문제였다. 조직에 충성만 한다면 어떤 불법도 용인이 되는 구조 속에서 어떻게 정의로운 검사들이 조직 안에 존재하겠는가?

지금 임은정, 진혜원 검사 같은 인물들이 조직 내에서 버티면서 검찰의 변화를 촉구하는 투쟁을 하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인 것이다. 그래서 그들을 응원할 수 밖에 없다.

4.
하지만 기자들의 경우 달랐다.

대한민국의 언론사 자체는 (친일 태생 등) 제대로 된 곳이 드물었지만 기자들 개개인은 분명 정의감과 사명감이 충분한 기자들이 과거에는 분명 적지 않았다.

지금은 도저히 믿기지 않지만 〈동아일보〉도 한때 정론직필로 이름을 날리던 언론사였다. 과거에는 언론사주가 지금처럼 직접적으로 논조와 편집에 관여하지는 못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현상이 아닐까 싶다.

오직 〈조선일보〉만이 태생부터 현재까지 ‘거악’으로 초지일관한 모습이다.

5.
기자 개개인의 근성, 고집(혹은 신념)이 저널리즘이라는 본질을 지키기 위해 발휘가 되기 시작하면 과거에는 설령 그것이 사주의 생각과 달라도 무조건 꺾으려 들기 보다는 존중해 주려는 언론 문화라는 것이 있었다.

적어도 위에서 시키는 대로 기소하지 않으면 승진을 막아 버리고 그래서 쫓겨나는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변함없는 검찰과는 군사독재시대를 무너뜨리는데 기여한 당시의 언론은 분명히 다른 조직문화가 존재했던 것이다.

6.
군사정권의 폭압적인 독재에도 항거하던 기자들이 당시와 비교하면 거의 태평성대에 가까운 현 시대에 기레기가 된 이유는 한두 가지 이유로 단정 내리기는 어렵다.

언론 환경의 변화와 그에 따른 구조적인 이유, 사회의 변화, 시민 인식의 변화, 먹고 사는 문제, 직업윤리 등 다양한 이유가 있고 또 그만큼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하지만 검찰개혁에 관심이 많은 내 입장에서는 기자를 기레기로 만든 여러 이유 중 하나로 ‘법비(法匪)들의 활약’을 꼽고 싶다.

7.
‘법비(法匪)’라는 말은 ‘법+도적’이라는 말이다. 이해가 안 되는 조합의 단어로 만들어진 뜻이 아닐 수 없다. 법과 도적은 정반대되는 개념인데 어떻게 같이 사용된다는 말인가?

기반의 도적을 ‘토비’라 하고, 산적을 ‘산비’라고도 한다. 수적의 경우 ‘호비(호수가의 도적)’라 하고, 탈영한 군인이 도적이 되면 ‘병비’라 하는 것을 보면 도적들은 특정한 활동기반이나 주무기가 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법비(法匪)’란 법의 기반 위에서 ‘법을 무기로 사용하는 도적놈’을 의미한다.

8.
그 유래는 일본이 중국을 침탈하는 과정에서 생긴 말이다. 땅도 넓고 인구도 많은 중국을 일제가 침탈해 나가는 과정은 우리 상상처럼 아무런 명분 없이 마구 죽이고 무조건 빼앗는 방식은 아니다.

당시 일제가 취한 방식은 법을 유리하게 바꾸어서 적용한 후에 법으로 책임을 물어가면서 침탈하는 방식이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법이자 적용이지만 그게 통했다. 그래서 당시 중국인들은 그런 일제 침탈자들과 그 부역자들을 ‘법비’라고 불렀다. 도적들 중의 으뜸을 ‘법비’라 칭했다.

9.
사실 법비는 형법이 일찍 발달한 유럽과 미국이 원조격이지 않을까 싶다.

대표적으로 노예해방이 된 후에도 백인과 흑인의 모든 것을 분리시킨 ‘인종분리법(수정헌법 14조: 'Separate but Equal=분리하지만 평등하다')’도 사실 법비들의 법을 악용한 수단이다.

10.
이명박은 대통령이 된 후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기자들에 대해 과거 박정희, 전두환 같은 폭력적인 진압방식을 행사하지 않았다.

강하게 누르면 더 저항하는 한국인들의 심리를 나름 연구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명박은 단지 민형사상의 소송을 걸고 그래서 회사에서 해고를 당하도록 했을 뿐이다.

물론 이명박은 지시를 내렸고 거기에 동원된 것은 법비들이었다.

11.
우리는 잘못을 해도 기소되지 않는다.
너희는 잘못을 안 해도 기소를 한다.
권력자의 명령을 받은 법비들의 수단과 행사는 그들에게는 쉽고 단순하지만 당하는 이들은 고통스러웠고 그래서 효과적이었다.

누구든지 기소를 당하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지고 가족 모두가 삶이 피폐해질 정도로 함께 고통받기 때문이다.

12.
군화발과 총구라는 직접적인 폭력 앞에서는 펜과 카메라를 무기로 싸웠던 기자들의 투쟁심도 법비들의 고소라는 간접적 폭력에는 무너졌다. 비싼 변호사도 선임해야 하고 오랜 투쟁을 해 나가면서 지쳐가는 것이다.

장기적인 고통이 되는 것인데 무엇보다 법을 통한 공격은 스스로도 고통스럽지만 주변인들이 보기에도 불의에 대한 항거가 아니라 무언가 잘못을 해서 기소를 당했고 그래서 재판을 받는 것이라고 보여지게 된다. 심리적으로도 더 고통스럽다.

13.
즉 경제적인 어려움 뿐만 아니라 명예와 자부심까지 무너뜨리는 것이 법비들의 수단인데, 이명박은 가장 효과적으로 법비들을 활용해서 언론의 지형을 지금처럼 기울어진 환경으로 바꾸어 버렸다.

종편이라는 괴물, 그리고 본격적으로 법비들을 창궐시킨 인물을 나는 이명박이라고 생각한다.

14.
지금 정경심 재판을 보고 있으면 실소를 자아내는 한심한 수준이고 우리는 왜 국민세금과 사회적 비용을 이 정도로 낭비해 가면서 이 이상한 재판을 계속 지켜봐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만약 4.15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지 못했다면 이 재판은 지금처럼 실소를 자아내는 것이 아니라 제 2의 한명숙 사건처럼 흘러갔을 수도 있다.

다시 말하지만 법비(法匪)들은 얼마든지 없는 죄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사례는 너무 많다.

15.
한명숙 사건의 모해위증교사의 감찰방식과 〈채널A〉와의 검언유착을 수사하는 것 관련해서 윤석열은 어김없이 법비(法匪)들의 수단을 쓰려고 한다.

선거에 졌다면 윤석열의 방식이 통했을 텐데 조상신이 대한민국을 걱정했는지 천만다행의 정의로운 선거결과가 나온 탓에 윤석열의 의도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16.
때는 바야흐로 법비(法匪)들이 저물어 가는 시대가 되는 것이다.

부디 윤석열이 법비(法匪)들이 창궐하던 시대의 마지막 두목으로 기록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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굥건희사형 2023-02-25 00:23:24
간만에 통쾌한 사설이다.

법비 2021-08-02 09:21:23
마지막 법비가 되길~ 굿모닝충청 화이팅

박상규 2020-06-23 06:26:23
종편 4사에게 열등감과 자격지심에 빠진 굿모닝충청 속히 하루빨리 폐간하는게 옳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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