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음식, 밥, 웃음… 그 중 제일은 ‘가족ʼ이지”
“자연음식, 밥, 웃음… 그 중 제일은 ‘가족ʼ이지”
건강한 삶 - 아산 음봉면 동암1리 할머니들의 ‘장수비법ʼ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5.01.07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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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이정민 기자] 충남 아산시 음봉면의 동암1리. 80가구 100여명이 살고 있는 이 마을은 적게는 70대 후반부터 많게는 90대 중반의 노인들이 살고 있다.
동암1리는 올해 충남도의 농촌건강장수마을에 선정됐다. 마을 주민들은 고구마, 콩 등을 심거나, 메주를 삶아 파는 등 장수마을 사업에 참여하고 있었으며, 1주일에 3번 씩 진행되는 풍물놀이에도 즐겁게 참여하고 있다.

일을 재밌게 하고 있어서 그런 것일까? 24일 노인 회관에서 만난 80대 할머니들은 기자를 ‘경계’보단 환한 ‘웃음’으로 반겼다. 장수시대를 맞아 80대 초중반의 노인들은 요즘 농촌마을에서 비교적 어린(?)나이에 속하지만, 정정하고, 밝은 웃음을 잃지 않고 있었다.

유수열(83) 할머니와 박상운(83) 할머니, 김양순(80) 할머니는 평소 노인 회관에서 만나 이야기꽃을 피운다. 원래 노인 회관에는 더 많은 할머니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지만, 이날은 크리스마스이브라서 다른 할머니들은 교회로 발걸음을 옮겼다고 한다.

점심시간 무렵 마을에 들렸기 때문에 할머니들은 “별 반찬 없는데 한 숟갈 들으셔”라며 손자 같은 기자에게 식사를 권했다.

‘별 반찬 없다’는 얘기와 달리 짜지 않는 총각김치, 방금 만든 계란후라이, 싱싱한 굴을 곁들인 매콤한 생체, 담백한 돼지고기 두루치기 등은 군침을 돌기 충분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작은 쟁반 위에 차려진 밥상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식사를 한다.

고기와 굴을 뺀 모든 음식들은 할머니들이 직접 재배한 채소로 만든 것으로, 이처럼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음식을 만들기도 한다. 더구나 이 음식에는 조미료 한 숟가락도 들어가지 않는 말 그대로 천연 음식이다.

윤 할머니는 “시골에 있는 노인들이 맵고 짠 음식을 먹겠는가. 우리가 직접 재배한 음식으로 먹는다”며 “밥이 최고의 보약이다”고 밝혔다.

또 같이 식사하던 김상배(78) 동암 1리 회장은 “밥 한 공기 정도 먹는다. 너무 많이 먹으면 안 좋을 수 있어 식사량을 적당히 조절한다. 하루에 변을 한번 정도 보고 있다”며 “시골에서 자란 나물 등 천연 재료를 반찬으로 삼는다”고 밝혔다.

박 할머니는 “젊었을 때부터 밥 두 공기씩 먹고 다니는 등 항상 밥을 잘 먹고 다녔다”며 “어린 시절부터 된장, 김치 등 집에서 손수 만든 음식들을 주로 먹었다”고 말했다.

식사 후, 할머니들의 얘기를 듣기 시작했다. 결혼 10년만인 30살에 남편을 잃고 혼자된 윤 할머니, 10년 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생긴 후유증으로 고생했던 김 할머니는 어려웠던 과거가 있었지만,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윤 할머니는 “어릴 때 남편을 잃고 고생한 거는 말도 못한다. 당시 4~5살 딸들을 혼자 키웠다”며 “하지만 웃고 사는 게 가장 좋다. 이웃집 손톱만한 것도 안 건드리고, 열심히 살으니 자식들도 다 잘 살고 있다. 내가 올바르게 살면 이웃집을 욕할 필요가 없다”며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김 할머니는 10년 전 마을 근처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사고 후, 무리하게 일을 해 후유증으로 뇌졸중이 와 많은 고생을 했지만, 지금은 많이 회복된 상태다. 다른 할머니들도 “그래도 일 하나는 정말 잘하고, 몸 상태는 많이 나아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할머니들이 생각하는 장수 비법은 무엇일까?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면서도 단순한 ‘가족’이었다. 할머니들은 가족 얘기만 나와도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윤 할머니는 노래 한곡을 부르기 시작했다. 윤 할머니는 자신이 직접 작곡 작사한 ‘아이 좋아라’는 노래를 들려줬다. 평소 노래를 좋아하는 윤 할머니는 한번 들은 노래는 잊어버리지 않을 정도로 기억력이 좋고 잠이 오지 않는다면 혼자 노래를 부른다.

“이리 봐도 내 딸아 저리 봐도 내 사위 아이 좋아라, 아이 좋아라. 오늘 날에 딸 사위한테 사랑을 받기위해 여기까지 왔습니다. 아이 좋아라. 이쁜 내 딸, 내 사위 좋아요 건강하고 행복해요”
가사만 봐도, 할머니의 목소리만 들어도 가족에 대한 그의 사랑은 대단한 것으로 보였다. 윤 할머니는 대기업 과장으로 일하고 있는 손자 등을 두고 있으며, 지금은 증손자까지 봤다.

윤 할머니는 “며칠 전 손자가 증손자랑 통화시켜줬다. 손자가 ‘할머니 건강하세요’라고 증손자한테 시키자 3살배기가 똑같이 따라하더라”며 “가족들이 제일 좋으며, 자식이 없었으면 살겠는가. 자식이 있으니깐, 그동안 어려웠던 거 다 참았다”며 미소를 가득 지으며 말했다.

다른 할머니들도 “자식이 최고다”며 “건강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세상을 가고 싶다. 우리 딸들, 손자들 다 건강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바랬다.

인터뷰를 마치고 마을회관을 나서는 기자에게 할머니들은 당부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나와서 일한다고 밥 굶지 말고, 라면 끓여먹지 말고 긍정적으로 살아. 부모님한테 효도해”

좋은 보약, 맛있는 밥도 중요하지만, 장수의 비법은 우리들 일상에 가장 소중한 ‘가족’ 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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