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냄새 나는 소박한 일상을 걷다
사람냄새 나는 소박한 일상을 걷다
서울 북촌으로 떠나는 공정여행
  • 이선희
  • 승인 2012.07.11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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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참 바쁘다. 평일에는 학교와 학원에서 공부하느라 바쁘고, 주말에는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체험에 참가하느라 바쁘다. 쉬는 날에도 가만있지 못하고 부모님의 성화에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학습의 장에서 뭐든 배워야만 하는 아이들. 따지고 보면 나도 아이들을 괴롭히는 어른 중 한 사람이다. 나는 주말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북촌에 간다. 북촌에서 아이들과 함께 공정여행을 하며 아이들이 직접 동화를 쓰게 한다. 북촌은 어디고, 공정여행은 무엇이며, 또 동화는 어떻게 쓰란 말인가? 우리 아이들, 참 괴로울 것 같다.

북촌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옥마을이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중심에서 살아있는 전통을 엿볼 수 있는 곳, 여러 언론 매체에 소개가 되면서 주말이면 사람들로 미어터지는 곳, 유명세를 치르느라 몸살을 앓는 곳이다.

누군가 북촌에 다녀왔다고 하면, 기와지붕이 층층이 물결치는 절경 앞에서 사진을 찍고, 맛집이라고 소문난 곳에서 식사를 하고, 세련된 인테리어로 꾸며진 찻집에서 차를 마시고, 아기자기 귀여운 가게에서 소품을 샀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으로 진짜 북촌을 보았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가 북촌 공정여행을 시작하는 곳은 계동길이다. 안국역 3번 출구에서 나와 현대사옥을 오른편에 끼고 걷노라면 입구에서부터 낡은 한옥을 개조하여 만든 가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현대에서 전통으로 서서히 넘어가는 시간 여행의 경계라 할 수 있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북촌문화센터’를 시작으로 10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중앙고등학교’까지 쭉 뻗어있는 이 길은 그 자체가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다. 북촌에는 참 많은 박물관이 있다. 물론 특성화된 박물관을 둘러보며 배울 것도 있겠지만, 북촌의 길을 찬찬히 걷는 것으로도 얼마든지 전통과 역사를 알 수가 있다.

그 중에서도 계동길은 북촌이 박제된 역사체험관이 아닌 소박하고 정겨운 우리와 같은 이웃이 살고 있는 동네라는 것을 알려주는 곳이다. 고소한 냄새 솔솔 풍기는 기름집, 고등학생들이 단골일 터인 작은 서점, 동네 아주머니들의 머리를 담당하는 미용실, 모든 낡은 것을 고쳐줄 것만 같은 철물점, 그리고 처음 달 때 그대로의 간판을 달고 있는 오래된 소아과와 우리나라 최초의 공중목욕탕. 이게 무슨 대수냐 할 수 있지만, 중앙고등학교에서 시작하여 이 길을 따라 파고다 공원까지 3․1운동을 전개해 나갔던 역사적 사실과 낡은 것은 허물고 뭐든지 새롭게 크게 넓게 짓는 요즘 같은 시대에 옛 건물 그대로 작고 낡았지만 오래된 것의 가치를 지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계동길은 일자로 쭉 뻗은 길 외에 옆으로 난 샛길을 구석구석 둘러보는 재미도 있다. 샛길로 들어서 골목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면 가게로 개조된 한옥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이 살고 있는 한옥들과 만날 수 있다. 유럽에 광장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집과 집 사이에 작은 마당이 있어 이웃과 소통하고 교류하였다고 하는데 이를 ‘배꼽마당’이라고 한다. 계동길 샛길을 걷다보면 마치 보물처럼 숨겨져 있는 작은 ‘배꼽마당’을 찾을 수도 있다.

처음 북촌을 찾았을 때 영화칼럼니스트이자 북촌 주민인 <북촌탐닉>의 저자 옥선희 선생님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북촌은 사람이 사는 공간이라는 것, 여행 오는 사람들이 원주민의 생활을 고려하지 않으면 더 이상의 북촌은 없어요!”

북촌 공정여행을 계동길에서 시작하는 데는 이런 의미가 있다. 북촌은 관광지이기에 앞서 사람이 사는 동네라는 것을 소박한 계동길의 풍경에서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북촌은 모형 전시관이 아닌 사람이 살아 왔고, 살고 있고, 살아갈 동네이다. 그런데 우리는 관광객이라는 이름으로 북촌을 상품처럼 소비한다. 이해하려는 마음가짐보다는 보고 즐길 뿐이다. 북촌을 제대로 여행하기 위해서는 북촌에 대한 이해가 앞서야 할 것이다. 북촌에 대한 이해 첫 번째는 그곳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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