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원 국정원장 임명의 의미
    박지원 국정원장 임명의 의미
    • 정문영 기자
    • 승인 2020.07.0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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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두일 시론》 기억에 남는 국정원장들(부제: 박지원 국정원장 임명의 의미)
    - 김두일 차이나랩 대표(한중 IP 전문가, '검찰개혁과 조국대전'의 작가)

    칼럼니스트 김두일 대표는 4일 신임 국정원장에 내정된 박지원 전 의원에 대해
    〈칼럼니스트 김두일 대표는 4일 신임 국정원장에 내정된 박지원 전 의원에 대해 "현재 경색된 남북관계에서 가장 편하게 북한과 대화의 물꼬를 열 수 있는 인물"이라고 진단했다./굿모닝충청 정문영 기자〉

    1.
    국가정보원의 전신은 안전기획부, 그리고 안기부의 전신은 중앙정보부이다. 중앙정보부는 1961년 5월 창설되었으며 초대 중앙정보부장은 김종필이었다.

    박정희 시대 유명한 인물들이 다 이곳 출신이다. 공포정치를 이끌었던 '남산 멧돼지' 김형욱은 코리아게이트 미 상원 청문회에 증언하는 등 박정희를 배신했다가 프랑스에서 암살되어 돼지 사료로 사라졌고, 북한을 방문해서 김일성을 만나고 7.4 남북공동성명을 이끌어낸 이후락, 그리고 박정희를 암살한 김재규까지 모두 중앙정보부장 출신들이다.

    남산의 부장들은 모두 당대의 2인자들이다.

    2.
    1997년 안기부는 직접 대선에 개입했다. 대기업과 공기업 등에서 대선자금을 거두고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망명에 따른 '황풍', 국민회의 고문이었던 오익제 전 천도교 교령의 월북에서 비롯된 '오풍' 등을 북풍공작으로 만들었고, 판문점에서 총격전을 벌이는 '총풍'까지 기획해서 국민들에게 극도의 긴장감을 주고, 안보심리를 자극해서 이회창 후보가 이기도록 한다는 선거 전략을 세웠다.

    당시 권영해 안기부장은 기소는 되었지만 무죄를 선고 받았고, 이병기 2차장은 수사는 받았지만 기소는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당시 재판부와 검찰이 봐주기를 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3.
    권영해는 재미교포 윤홍준에게 공작금을 주고 기자회견을 열어 “김대중 후보가 김정일에게 돈을 받았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하도록 했고, 월북한 천도교 교령 오익제로 하여금 김대중에게 편지를 보내 김대중 후보를 용공인사로 몰았다.

    또한 이석현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국회의원의 ‘남조선 명함 사건’, 김병식 편지 사건, 이대성 파일유출 사건 등 각종 북풍공작을 통해 김대중의 당선을 막으려고 절대적으로 노력한 인물이다.

    이후 안기부법,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감옥에 갔다가 건강상의 이슈로 형집행으로 나왔는데, 2017년 박사모 회장 정광용 등과 박근혜 탄핵 반대 시위를 주도하면서 건재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4.
    이명박 시장 밑에서 한강물의 수질관리를 하던 상수도사업부장 원세훈은 서울시의 부시장으로 승진하여 인사, 재무 등을 이명박이 원하는 스타일로 맞춰준 공로(?)인지 이명박이 대통령이 된 후에는 일약 행정안전부 장관이 되었다. 그리고 정말 뜬금없이 국정원장이 되었다.

    우리 'MB 가카'의 인사는 정말 예상을 뛰어넘는다. 한강 수질 관리하던 사람을 국정원장에 임명하다니... (이승기, 수지의 드라마 '베가본드'에 깨알 같은 패러디가 나온다)

    원세훈은 이후 4년이나 국정원장으로 재직했는데 김대중, 노무현 시대에 사라졌던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다시 완벽하게 부활시킨 인물이다.

    5.
    원세훈의 업적은 대표적으로 3가지를 꼽을 수 있는데, SBS와 더불어 노무현 대통령 '논두렁 시계'를 언플한 것과 댓글부대의 운용, 그리고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만든 일이다. 

    안보, 첩보, 외교, 대북, 국방 등의 전문성은 하나도 없는 대신 정부정책에 비판적인 야당과 시민단체에 종북좌파 공세를 펼치는 것만큼은 정말 잘했다. 대신 김정일이 사망했는데도 기업보다 정보를 늦게 파악해서 역대 최악의 국정원장이었다.

    너무나 많은 혐의로 기소되어 현재 감옥에 있다.

    6.
    제법 괜찮은 군인이었던 남재준은 박근혜 시절 국정원장이 되었는데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했다”는 김무성, 정문헌의 주장을 돕기 위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유출시킨 장본인이다.

    결과론적으로는 노무현 대통령이 그런 발언을 하지 않은 사실만 증명되었지만, 이는 국내 정치의 혼란 뿐만 아니라 외교적인 파장도 가져왔다.

    최근 이슈가 되는 서울시공무원 간첩조작사건(유우성 간첩조작 사건)도 남재준 재임시절 발생한 사건이다. 나는 원장이 자신의 부하들이 그런 조작사건을 벌이는 것을 몰랐을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국정원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사건, 각종 여론조작사건,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정보 불법 사건 등 여러 사건에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수감중이다.

    7.
    '총풍' 당시 권영해 밑에서 안기부 2차장으로 각종 공작에 관여했다는 의심을 받던 이병기는 2014년 32대 국정원장으로 취임하였다.

    당시 인사청문회를 통해 이병기가 차떼기, 총풍 등에 관여했다는 원죄 혹은 의혹으로 야당의 공격을 받고 있었는데, 안기부 직원이 기자인 척 하고 질의 준비하던 박지원의 자료를 바로 뒤에서 도촬하다가 걸린 사건이 있었다.

    늘 안기부, 국정원 요원들에게 감시를 당했던 박지원이 그것을 동물적인 감각으로 잡아냈고, 그 영상은 지금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 직원은 지금도 국정원에서 재직중이라면 박지원의 취임에 하늘이 노란 심정일 것 같다.

    8.
    박근혜 시절의 국정원이니 당연히 이병기도 피해갈 수 없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관여했고,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사건에는 구속 영장까지 발부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이병기의 가장 큰 의혹은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활동을 방해했다는 부분이다. 이 사건도 유죄를 선고 받았고 현재 항고심 재판 중이다.

    9.
    이렇게 쓰고 보니 정말 중요한 국가정보와 기밀을 다루는 첩보기관이 한심하기 짝이 없어 보이지만, 결국 지도자가 누구냐에 따라 본연의 일을 제대로 수행하는 기관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민간인 사찰을 하고 멀쩡한 사람을 간첩으로 몰면서 정치에 관여하는 나쁜 기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정은경 본부장의 질병관리본부가 메르스 시절 우왕좌왕하던 것에 비해, 지금 '코로나19'에 전 세계가 감탄할만큼 완벽하게 대응하는 '극과 극'의 모습으로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전임 서훈 원장은 훌륭하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고 이제 청와대 안보실장으로 옮겨가니, 박지원도 훌륭하게 국정원장으로의 소임을 잘 하기를 기대할 뿐이다.

    10.
    문재인 대통령이 박지원을 국정원장으로 임명한 의미를 나는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첫째, 위에 언급한 내용처럼 이명박, 박근혜 시절 국정원은 워낙 망가졌고 조직의 특성상 거기에 부역하던 무능한 인물들도 많았을 것이다. 이를 내부 출신 전문가인 서훈이 3년 넘게 원장을 하면서 조직 정비를 했을 것이다. 이제는 외부인이 들어와서 국정원 본연의 일을 해도 될 만큼 말이다.

    둘째, 박지원은 현재 북한의 인맥이라는 측면에서 누구보다 뛰어나다. 북한을 특사의 형태로 가장 많이 방문한 정치인이다. 정세현과는 다른 형태의 북한 전문가로 꼽을 수 있다. 지금처럼 경색된 남북관계에서 선대의 인연을 통해 가장 편하게 북한과 대화의 물꼬를 열 수 있는 인물이다.

    11.
    셋째,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러한 임명은 북핵문제, 남북평화문제에 대한 우리의 확실한 메시지를 주변국인 김정은, 트럼프, 시진핑, 아베 등에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변국에서 돕건 돕지 않건 우리는 대화를 할 것이고, 스스로 자주적인 평화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는 메시지 말이다.

    넷째, 그렇게 자신을 정치적으로 공격하던 박지원에게 이런 중임을 맡기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관리적 역량과 탁월한 인품에는 또 한번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시대 같으면 세종대왕과 비견될 '성군'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12.
    마지막으로 내 개인적 바람이 섞인 예측 하나 해 본다.

    10월이 오기 전에 남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것 같다. 종전선언, 체제보장 등의 확실한 카드가 아니면 현재 김정은은 움직이기 힘든 상황인데, 그런 상황을 문재인 대통령이 만들어 낼 것 같다.

    물론 트럼프도 지금 워낙 선거 상황이 암울해서 이런 큰 이벤트에 참여한다면 반전의 기회를 노려볼 수 있다.

    부디 내 바람 섞인 예측이 맞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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