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의 '만시지탄' vs 윤석열의 '자업자득'
추미애의 '만시지탄' vs 윤석열의 '자업자득'
  • 정문영 기자
  • 승인 2020.07.09 14: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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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일 시론》추미애의 만시지탄, 윤석열의 자업자득

- 김두일 차이나랩 대표(한중 IP 전문가, '검찰개혁과 조국대전'의 작가)

〈추미애의 '만시지탄' vs 윤석열의 '자업자득'/굿모닝충청 정문영 기자〉

1.
생각해보면 ‘검사장 간담회’를 소집할 때부터 윤석열은 심하게 망가진 상태였다. 그가 ‘검사장 간담회’를 소집한 이유는 장관급 대우를 받는 검찰총장 밑에 차관급 대우를 받는 50여 명의 검사장들이 모여 ‘추미애 장관의 수사권 지휘를 거부한다’는 거창한 모양세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검사장 간담회’는 애초에 법령에 없는 모임이다. 사실은 고위간부들이 단체로 근무시간에 땡땡이를 친 것에 불과하다. 일반 기업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고 그런 일이 발생하면 무단결근 처리하고 징계를 받는데 사회생활이라는 것을 한번도 해 보지 않은 검사들이라 그런 상식조차 모르고 그런 이상한 행사를 대대적으로 했다.  

2.
궁지에 몰린 윤석열은 앞뒤 가릴 상황이 아니라 어째든 이 간담회를 강행했고, 그 간담회의 결과를 배포했다. 

한동훈과 〈채널A〉의 검언유착 관련해서 검찰총장이 임명하는 특임검사 도입이 필요하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위법 혹은 부당하다고 했으며, 본 건은 검찰총장의 거취와 무관하다는 3가지 결론을 무려 검사장 회의에서 나왔다고 발표한 것이다. 

장관급 검찰총장과 차관급 검사장 50여명이 하루종일 땡땡이 치면서 회의한 결과가 이 정도라는 것은 다소 허탈할 지경이다. 그런 초라한 결과를 기자들에게 배포한 것도 윤석열의 상황인식이 얼마나 떨어지는지 볼수 있는 대목이다. 

3.
조선시대에는 ‘상소문’이라는 것이 있었다. 임금이 제대로 국가를 통치하지 못하면 관직에 있는 이들 혹은 야인에 불과한 선비라도 임금의 혹은 부당한 공권력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당연히 상소문에는 자신의 이름을 당당하게 올리고 거기에 동조하는 선비들도 함께 이름을 올린다. 

이는 신념을 위해 삭탈관직 혹은 경우에 따라서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직언을 하겠다는 의미이다. 

4.
법령에 없는 ‘검사장 간담회’이지만 그래도 ‘검찰공화국’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대한민국의 권력을 좌지우지했던 검찰조직의 꼭대기에 위치한 총장과 검사장들이 무언가 법무부 장관이 잘못한다고 판단했다면, 삭탈관직이나 목숨을 걸고 상소문을 올리던 조선시대 선비들의 기개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법조기자들에게 배포했다는 문서를 보니 아무런 이름이나 서명이 없었다. 관철되지 않으면 직을 사퇴하겠다는 용기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적어도 그 의견에 동조한다는 의미로 자신들의 소속과 이름이라도 올려야 그 진정성을 믿어줄 것 아닌가? 그런데 그런 것은 전혀 없었고, 그래서 나는 허탈했다.

5.
그날 검사장 회의에 참석한 인물들은 두 부류라고 생각한다.

'검찰 쿠데타'를 일으킨 세력에 적극 동조한 반란군들과 가담하지 않은 인물들… 전자는 자신들이 살기 위해서 마지막 발악을 하는 것이고, 후자는 어쩔 수 없이 자리에는 참석하지만 불똥이 튀는 것을 최대한 피하려는 소극적인 이들일 것이다. '썩은 동아줄'을 잡는 바보는 없다. 

그러다보니 회의내용은 의미없이 길기만 했고 알맹이는 없는데, 윤석열은 지극히 예상되는 개인의 의견을 마치 전체 검사장들의 의견인 것처럼 던진 것이다. 

6. 
물론 추미애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애초에 천명한 대로 법무부의 수사지휘권을 받으라는 입장에서 조금의 변화도 없었고, 윤석열이 온갖 꼼수를 쓰면서 버티자 오늘(7/9) 10시까지만 '기다리겠다'고 최종 통보까지 했다. ㄷㄷ 

그리고 윤석열은 그 10시가 가까워오자 겁이 나서 오늘 아침 9시 무렵에 “서울중앙지검이 채널A 검언유착사건을 수사한다”라고 사실상의 항복선언을 했다. 

오죽했으면 〈이데일리〉 같은 저쪽 성향의 언론사에서도 “꼬리내린 윤석열”이라는 헤드라인을 달고 해당 내용을 보도할 정도였다.

7.
검사장 회의를 소집했지만 과감하게 연판장을 작성하는 강력한 항의도 하지 못하고 그저 웅얼거리는 수준으로 반항을 하다가, 추미애에게 한대 얻어 맞고 오늘 10시까지만 기다린다고 하니 한 시간 남겨두고 명령을 따르겠다고 항복한 셈인데, 이 과정에서 윤석열은 명분과 실리 모두 완벽하게 잃었다고 생각한다.

8. 
만약 추미애가 수사지휘권을 행사하기 전에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를 내버려 두었다면, 나름 조용히 수사에 관여할 방법을 찾는 실리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후에는 강력하게 저항하는 모습이라도 보였다면, '순교자 코스프레'가 가능하고, 잘리거나 사표를 냈다면 미래통합당 입당이 가능했을텐데, 꼼수를 동원한 소극적 저항을 하면서 시간만 끌다가 결국은 다 받아들이게 된 상황이라 실리도 명분도 잃어버렸다. 

9.
나는 이 과정에서 윤석열이라는 인간에 대해 완전히 다시 보게 되었는데, 불독 같은 강인한 이미지의 외모와 달리 ‘겁이 대단히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쫄보'로 알려진 김무성보다 더 쫄보 같다. 

한동훈의 검언유착 수사를 막으려는 이유는 본인도 관여가 되어있으니 적극적이었겠지만, 이왕 나섰다면 순교자가 될 각오를 하고 결사항전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도 못했다. 나는 그 이유가 징계를 받고 검찰에서 퇴임을 하면 ‘변호사 개업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 두려워서’라는 지극히 평범한 이유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10.
영화 〈부당거래〉를 보면 스폰서 검사로 무서울 것이 없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주양' 검사(유승범 분)가 골프접대를 받던 중에 살인사건을 목격하면서 폭력에 대해서는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의 권력이 미치지 못하는 일반 조폭들은 도리어 더 무서워 하는 것이다.

11.
윤석열을 포함한 14인의 쿠데타 주범들은 수사권과 기소권으로 농단을 펼칠 때는 대통령보다 위에 있는 것 같은 공포의 대상이었지만, 막상 법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 범위에 들어오니 본연의 약한 모습을 드러나는 것이다. 

길에서 개를 만나 겁을 먹고 우왕좌왕 하는 아이들과 별 차이가 없는 모습이다. 누군가는 죽기 전까지 목숨을 구걸하던 여포에 비유했던데 그 또한 적절해 보인다. 

즉, 윤석열을 포함한 쿠데타 검사들은 온갖 폼은 다 잡았지만 찌질한 외강내유의 전형이고, 이는 겉 모습은 선비 같지만 단단한 마음을 가진 조국 전 장관의 외유내강과 정말 비교가 된다. 

12.
추미애는 오늘 항복선언을 한 윤석열에게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는 사자성어를 썼다. 어떤 일에 대해 적당한 때가 지난 것을 안타까워 하는 탄식이지만, 나에게는 “넌 이미 끝났어”라는 선언처럼 들린다.

결국 이 모든 결과는 윤석열의 자업자득(自業自得)이라고 생각한다. 

그를 지지했던 국민들의 염원처럼 대한민국의 검찰을 민주적 통제를 받는 개혁을 받아들여 훌륭한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차 버렸고, 중간에 조국 일가의 수사가 시나리오대로 되지 않았을 때 그냥 과오를 인정하면 될 것으로 검찰 쿠데타로 끌고 가려다가 지금은 조직 전체를 망가뜨렸다. 

11. 
아직 검찰개혁을 향해 가야 할 길은 남았지만, 추미애의 만시지탄 인용은 치열했던 조국대전이 어느정도 승리를 향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문득 노무현 대통령이 생각났다. "그토록 염원했던 검찰개혁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계속 지켜봐 주시길…."

〈영화 '부당거래(류승완 감독, 2010)'를 보면 스폰서 검사로 무서울 것이 없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주양' 검사(유승범 분)가 골프접대를 받던 중에 살인사건을 목격하면서 폭력에 대해서는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 '부당거래(류승완 감독, 2010)'를 보면 스폰서 검사로 무서울 것이 없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주양' 검사(유승범 분)가 골프접대를 받던 중에 살인사건을 목격하면서 폭력에 대해서는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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