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사회에 기여하는 것, 예술가의 정신과 그것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소고(小考)》
잘못된 사회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 개혁의 장애물들은 곧 바이러스다.
개혁의 주체들이 개혁을 가로막는 개혁의 대상은 모두 바이러스가 되어 퇴치 대상이 된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팬데믹에 가세하여 사람 형상을 하고 있는 이 개혁 대상의 바이러스 운명은 경각에 매달려 위태롭기 짝이 없다.
예술이 아직까지 이 땅에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시대를 고발하고,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고발하는 것이 예술의 본질이고 목적인가? 그래야만 하는가?
여기 생존인물들을 그린 인물화 작품들이 전시장 벽에 걸려 고객을 기다리고 있다. 관람객이 많이 오기를 은근히 바라면서 내 건 작품들이다. 사람 표정과 특징을 묘사하는 손재주가 대단하다. 과연 누가 이 정도로 대상의 특징을 잘 포착해 묘사해낼 수 있단 말인가!
세계적인 극사실주의(Hyper-realism) 화가로 알려진 척 클로스(Chuck Close)도 이 한국의 전시된 작품들에 견주기는 어렵겠다. 척 클로스가 와서 한 수 배워야 할 것이다.
참 뛰어난 솜씨이고 놀라운 손재주이다. 대한민국에는 참으로 뛰어난 묘사력을 지닌 예술가들이 셀 수 없이 많다. 참 자랑스러운 일이다. 타의 종족이 넘볼 수 없이 뛰어난 민족이다. 자긍심이 절로 우러난다.
모든 시각예술은 뛰어난 솜씨와 재주를 필요로 하는가?
이렇게 잘 그린 그림 뒤에 내밀하게 은유하고 있는 화가의 정신은 과연 무엇에 바탕하고 있는가?
예술가의 정신은 사회 개혁에 앞장서고, 개혁 아방가르드가 되야만 하며, 예술가의 예술 행위가 이런 모습으로 사회에 영향을 끼쳐 민중들로 하여금 증오심과 적개심을 발동시켜줘야만 예술가의 소명을 다하는 것인가?
이런 성향과 장르의 예술이 번성하면 대중들이 예술을 더 사랑하고 다가올 수 있는가?
가뜩이나 바이러스 팬데믹으로 삶에 지친 대중들이 취미와 여가는커녕 예술에 대해서도 기피현상을 보이고 있고, 사회적 거리두기와 유례 없는 물가 상승으로 당장 먹고 마시는 것 외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아, 예술작품들은 팔리지 않고 어두컴컴한 지하 창고에 숨죽이고 있는 참담한 시국이다. 그런데 대중들의 마음을 이렇게 휘저어 놓고, 그들에게 현대 미학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가르쳐야만 하는가?
미술시장이 메말라 그림 한점 못 팔아 죽겠다고 아우성치는 수많은 화가들 삶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렇게 뛰어난 솜씨를 한껏 자랑하며 마구 세간을 뒤흔들고 다녀야만 하는가?
너 죽고 나 살자는 매우 고매한 심성의 발로인가?
다양한 예술장르가 존재하듯, 다양한 예술가들이 서로 공존해나갈 수 있어야 살 만한 사회 아닌가?
이 예술품들의 전시를 통해 대중들은 많은 감동을 받고, 이제까지 굳혀왔던 사회관과 자신의 잘못된 마음가짐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은 불을 보듯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일이 되겠다. 그게 이런 장르의 작품이 끼치는 예술의 힘이자 사회적, 대중적 영향이 아니겠는가?
예술, 참 자랑스럽지 아니한가! 예술은 과연 무엇이어야 하는가?
100년 전 역사서에 이미 그 답이 나와 있다.
정택영 / 프랑스 파리 거주 화가, 전 홍익대 미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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