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의 세상읽기] “대한민국 부동산 죽어라!”
[김선미의 세상읽기] “대한민국 부동산 죽어라!”
'대환장 부동산 블루' 공포에 ‘패닉 바잉’ 아파트 사재기까지
집값 안 떨어진다고? 규제 보다 공공임대주택 확대로 풀어라
  • 김선미 편집위원
  • 승인 2020.07.23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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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편집위원
김선미 편집위원

[굿모닝충청 김선미 편집위원] “일본 죽어라!!!” 블로그에 올라온 익명의 글 하나가 일본 열도를 충격에 빠뜨렸다. 

정권도 아니고 정부도 아니고 ‘나라’가 죽으라니, 과격하기 짝이 없는 글은 적대국의 저주도 불순분자의 선동도 아니었다. 이유가 더 놀라웠다. 해마다 대기자만 수만 명에 이르는 일본의 공공보육시설 입소대란에 절망한 30대 워킹맘의 분노에 찬 절규였다. “보육원 떨어졌다. 일본 죽어라!!!” 

“보육원 떨어졌다. 일본 죽어라!!!” 일본 워킹맘의 분노와 절규

대한민국을 블랙홀처럼 삼키고 있는 아파트값 광풍은 몇 해 전 떠들썩했던 ‘일본 죽어라!!!’ 논란을 연상케 한다. “집값 또 올랐다. 대한민국 죽어라!” 차마 이렇게 말할 수는 없지만 아이를 맡길 보육원을 찾다 지친 일하는 엄마, 일본 워킹맘의 분노와 절규를 백분 이해할 수 있다.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정부는 자고 나면 억억씩 오르는 아파트값과 투기세력을 잡겠다며 부동산 대책을 잇달아 쏟아냈다. 하지만 불길한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다. 수요 억제 대책이 역대급이라는 정부 대책을 시장은 대놓고 비웃고 있다. 

경제에 눈 어둔 부동산 루저인 나의 소박한 바람 역시 백일몽이 됐다. “대한민국 부동산 죽어라!!!” 집값 얘기만 나오면 나도 모르게 과격해진다. 코로나 블루에 더해 ‘대환장 부동산 블루’에 이성을 잃을 정도다. 

불길한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다, 정부 대책 비웃는 부동산 시장

대출과 세금으로 규제하는 부동산 대책 앞에 “지금 안 사면 영원히 못 산다”는 공포는 ‘패닉 바잉(Panic Buying)’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치솟는 집값 공포에 휩쓸린 아파트 사재기다. 

통계로도 입증되고 있다.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의 주택 매매 거래가 지난해보다 두 배가량 급증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 역시 마찬가지다. 강력한 규제로 매물이 쏟아지면 집값이 떨어져 안정될 것이라는 정부의 예측을 비웃듯 오히려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가격은 폭등했다. 

‘증여 러시’도 이어졌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아파트 증여가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강화되는 세금을 피하기 위해 여분의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은 것이 아니라 증여세를 피해 오히려 물려준 것이다. 규제의 역설이다. 

규제의 역설, 거래량 역대 최고치 기록, 증여 러시, 집값 더 올라

이유는 간단하다. 아무리 대출을 틀어막고 ‘세금 폭탄’을 투하해도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집값 안 떨어져요” 패닉 바잉이 난무하는 것도 집값이 절대 잡히지 않을 거라는 확신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 발로 촉발된 “집값 안 떨어져요” 논란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토론 후 마이크가 꺼진 뒤 속내를 드러낸 ‘프로이디언 슬립(Freudian Slip)’은 결코 혀가 미끌어져 나온 실언이 아니다.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아도 집값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그간의 경험칙에서 나온 부동산 학습효과는 백약을 무효로 만들고 있다. 

수도권은 그렇다치고 대전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대전 아파트값도 여전히 상승세다. 규제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시장의 흐름을 더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지만 집값 폭등이 쉽사리 잦아들 것 같지는 않다. “대한민국 부동산 죽어라” 느낌표를 무한대로 붙이고 싶다. 

주택보급률 100% 넘어도 세금폭탄 투하해도 “집값 안 떨어져요” 

수도권은 예외이지만 대부분의 지역은 주택보급률이 100%가 넘는다. 빈집 때문에 골머리를 앓을 정도다. 대전 역시 주택보급률이 100%를 상회한다. 이론상으로는 집이 부족하지 않다. 하나마나한 얘기지만 집이 아무리 남아돈다 한들 모두가 집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고공행진의 집값은 보통사람들의 내집 마련의 꿈을 아예 포기하게 하고 있다. 

부동산 대책, 백약이 무효다. 하지만 해결방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안은 토지공개념 차원의 장기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다. 주택을 투기 대상으로 삼는 이들을 잡는데 몰두할 것이 아니라 이를 무력화 할 수 있는, 죽을 때까지 퇴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공공임대주택 말이다. 

하지만 현재의 공공임대주택 입주는 웬 조건이 그리 까다로운지 미친 집값만큼이나 하늘의 별따기다. 

주거 걱정 없는 세상 살고파, 기본소득 보다 더 급한 공공임대주택 

주거안정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확대는 기본소득 보다 더 급하다. 물론 모르지 않는다. 막대한 재원 마련은 어떻게 할 것이며, 또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임대주택 확대는 포기할 수 없는 과제다. 

이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수많은 부동산 대책 대신 집을 사지 않아도 죽을 때까지 주거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는 견고한 로드맵과 믿음을 심어준다면 그것만으로 부동산 대책은 성공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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