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내포=김갑수 기자] 충남도와 경기도 간 껄끄러운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 당진·평택항 서부두 매립지 도계 분쟁에 이어 육군사관학교(육사) 유치 경쟁까지 벌이게 된 것.
경기도 이용철 행정2부지사는 27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육사 경기도 접경지역 이전 건의안’을 발표했다.
이 부지사는 “최근 정부 주택공급물량 확대 발표 이후 태릉골프장을 택지로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지만, 육사 이전은 군 당국의 입장을 고려해 검토되고 있지 않는 것 같다”며 “그동안 군사규제 등 각종 규제로 고통을 겪어 온 지역의 균형발전과 군 시설과의 연계효과를 도모할 수 있는 경기도 북부 접경지역 등에 육사를 이전해 줄 것을 정부에 적극 건의한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주한미군 반환공여구역’이나 ‘접경지역’ 등 “그동안 특별한 희생을 겪어온 지역에 이들 시설을 이전함으로써 수도권 집값 안정을 도모하는 한편, 낙후된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경제 활성화와 균형발전을 함께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충남도 김용찬 행정부지사는 28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그동안의 육사 유치 노력을) 밖으로 내세우지 않은 것은 그 전제조건인 이전에 대한 결정이 이뤄지지 않았고, 밖으로 드러날 경우 자칫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경기도에서 먼저 이 문제를 제기했고, 오랫동안 준비해 온 도의 입장에서는 이에 대한 보다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경기도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에둘러 표현한 셈이다. 육사 이전은 양승조 지사의 공약이기도 하다. 충남도가 내세운 육사 후보지는 논산으로, 김 부지사 역시 논산 출신이다.
김 부지사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경기도에서 내부적으로 어떤 의도로 이런 기자회견을 했는지 그 속사정까지는 알 수 없다”고 전제한 뒤 “수도권 주택 문제가 상당히 난관을 겪다 보니 그 대안으로 골프장 부지를 생각하는 것으로 언론에 보도됐다. 그것과 함께 ‘육사도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택지로 쓸 수 있지 않을까’라고 경기도에서 생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부지사는 특히 “(경기도는) 접경지역이 소외됐다는 차원에서 접근한 것 같은데,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접경지역은 (오히려) 특별법에 의해 굉장히 많은 지원을 받아 왔다”며 “육사가 그쪽으로 넘어갈 경우 국가균형발전과 배치되는 것으로, 수도권 이남으로 내려오는 것이 맞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계속해서 김 부지사는 육사 유치 노력을 지나치게 조용히 진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갈등 없이 원만하게 추진하고자 했다. 군 관계자들과 밀접하게 논의해 왔다. 예비역(장성)들은 한결같이 ‘드러내놓고 얘기할 때가 아니다. 조용해 내부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조언을 하셨다”며 “(그러나 이제 공론화 된 만큼) 시쳇말로 물 불 안 가리고 정말 열심히 하겠다. 국방부가 원하는 것이라면 얼마든지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충남도는 중부지방해양경찰청 유치전에 뛰어들었으나 경기도(시흥시)에 내 준 바 있다. 당시 양 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심히 유감”이라며 이례적으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민선6기에 본격화 된 당진‧평택항 서부두 매립지 도계 분쟁의 경우 헌법재판소가 최근 각하 결정을 내림으로써 사실상 경기도(평택시)의 손을 들어줘 충남도(당진시)가 강력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충남도는 대법원 판결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차기 대권 유력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충청대망론의 주인공을 꿈꾸고 있는 양 지사 간 자연스럽게 대립각이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