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인문학 서재] 가슴에 새겨진 A라는 글자
[임영호의 인문학 서재] 가슴에 새겨진 A라는 글자
  •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 승인 2020.08.08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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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글씨
주홍글씨
너새니얼 호손
너새니얼 호손

미국 소설의 원조로 인정받는 너새니얼 호손(1804~1864)《주홍글씨,The Scarlet Letter》의 이야기는 감옥 문에서 시작한다. 감옥 밖에서 사람들이 주인공 헤스터 프린을 기다리고 있다. 

그녀는 남편 없는 상태에서 아이를 낳았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어떤 남자와 간통을 한 것이다. 그동안 감옥에 있다가 평생 가슴에 간통이라는 영어 단어인 Adultery의 첫 글씨 ‘A’를 새긴 채로 살아가라는 선고를 받는다. 

첫 글씨 ‘A’
첫 글씨 ‘A’

감옥 앞 풀밭에 모여있는 주민들은 형벌이 약하다고 불만이다. 영국의 청교도들이 종교적인 이유로 증기선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미 동부인 메사추세츠로 건너왔다. 그들은 종교와 법률과 윤리가 거의 같은 것으로 인식하였다. 

당시는 간통을 범하면 사형선고를 받을 수 있었다. 주인공 헤스터는 주홍글씨 형만 받았다. 다만 사람들로부터 경멸과 치욕을 당하도록 기한 없이 윗옷 가슴에 ‘A’라는 글씨를 달고 살게 했다.

그녀는 곧 아기를 한 쪽 팔로 안고 약간 붉어진 얼굴에 당당한 미소를 지은 채 부끄러운 기색 없이 마을 사람들과 이웃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이 키가 큰 젊은 여자는 몸매가 이를 데 없이 우아했다. 얼굴의 이목구비가 단정하고 살빛이 화사한 데다가 훤히 드러난 이마하고 움푹한 눈 때문에 더 인상적이었다. 또한 이 지역의 명문가의 여자처럼 제법 귀부인 다운 데가 있었다. 

그녀는 일반 죄수와 달랐다. 강인한 성격을 가진 여자로 죄인이라는 표정이나 행동이 없었다. 외모도 죄인 표시가 전혀 나지 않았다. 우아함 그 자체였다. 

그녀의 고향 영국 고향마을에서 가난하지만 유서 깊고 지체 높은 가문 출신이었다. 그녀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창백하고 수척한 얼굴로 늘 서재에 처박혀 은둔자로 살던 기형적인 학자와 결혼하여 생활을 했다. 

남편은 괴테의 《파우스트》처럼 학자 타입인데 반해, 헤스터는 충동적이고 열정적이다. 한마디로 성격이 맞지 않았다. 헤스터가 미국에 먼저 오고, 남편은 이어서 오기로 되어 있는데 그 사이에 헤스터가 아이를 갖게 된 것이다.

헤스터 프린은 광장 사형대에 일정 시간 동안 서 있는 형벌을 받고 있다. 그런데 군중의 엄숙한 분위기의 수많은 끔찍한 시선 속에서 그녀의 모습이 이 세상을 구원한 아기를 품에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를 떠올릴 수도 있었다. 

“저는 죄가 많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라는 모습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주홍글씨는 제구실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자, 어서 이름을 밝혀라!”
“절대로 안 돼요.”

헤스터 프린이 윌슨 목사가 아니라 젊은 목사의 깊숙한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군중 가운데 한 명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어서 말해! 어서! 그의 이름을 말해서 자식에게 아비를 찾아줘라!”

재판관이 태어난 지 서너 달 정도 된 저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냐고 추궁했지만 대답하지 안 했으며, 저 여자 남편이 사고로 바다에 빠져 죽었으리라고 생각하여 법대로 사형을 내리지 못하고 프린 부인에게 고작 세 시간 동안 처형대에 서 있은 다음 평생 동안 가슴에 치욕을 달고 살라는 판결을 내렸다. 사람들에게 죄를 짓지 말라는 살아있는교훈을 준 것이다.  

그 지역의 원로 목사 윌슨은 그녀가 다녔던 담임목사인 딤스데일 목사에게 그 여자를 설득하라고 요구하자, 딤스데일 목사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가슴속 비밀을 털어 놓으라고 강요하는 건 옳지 않은 일이라고 거부했다. 

그러나 함께 있던 벨링엄 총독이 이 여인의 영혼에 책임이 있는 딤스데일 목사가 그녀를 타일러서 회개하고 고백하게 하는 것이 딤스데일 목사의 의무라고 말한다.

헤스터 프린은 자기 자신은 물론 그 남자의 괴로움까지 자기가 짊어지고 싶다고 응답한다. 

딤스데일 목사는 명문 옥스퍼드 대학을 나와 종교적 열정이 많고, 말솜씨도 뛰어난 학자다운 풍모를 가진 전도양양한 목사였다. 

내가 복수를 할 계획이었다면 그걸 이루기 위하여 당신을 살려두는 게 더 낫지 않겠나? 당신이 이 치욕의 표시를 가슴에 단 채 살아가게 하는 것보다 더 나은 복수가 있을까? 

헤스터 프린의 남편 칠링워스는 헤스터 프린이 처형대에 서 있을 때 인디언 한 명과 그와 동행한 듯한 사람과 함께 서구인 복장과 원주민의 옷을 이상하게 뒤섞여 입고 마을에 도착했다. 

야윈 얼굴과 어깨가 축 처진 기형적인 모습을 그녀는 단번에 알아보았다. 그는 바다와 육지에서 이런 저런 큰 재난을 만나 저 남쪽 인디언 마을에 오랫동안 붙들려 있었다. 같이 온 인디언은 몸값을 받으려고 여기까지 온 것이다. 

칠링워스는 마을에 도착해서 헤스터가 천벌을 받으면서도 비밀을 지키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을 목격한다. 그는 남들에게는 자기 정체를 숨긴 채 감옥의 아내를 찾아가 대화를 나눈다. 

헤스터는 칠링워스가 아기에게 약을 처방하는데 해코지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한다. 칠링워스는 헤스터가 정부(情夫)의 비밀을 지켜주는 것처럼 자기가 누구라는 것을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는 그 자를 폭로해서 파멸로 이끌거나 생명을 해치려고 하지는 않고, 그 자가 지닌 명예를 그대로 지니고 살게 할 거라고 말하며 그 자는 이미 자기 손아귀에 들어온 셈이다고 장담한다.

칠링워스는 이중적인 마음의 소유자다. 헤스터가 이렇게 된 것은 자기 책임도 있다고 반성한다. 태어날 때부터 불구인 자신이 타고난 지적 능력을 사용하여 젊은 여자의 환상을 통하여 자신의 육체적 결함을 감추려고 한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환상이었는지 고백한다. 헤스터도 솔직하게 당신에게 사랑을 느낀 적이 없었고, 사랑한 척 한 적도 없다고 말한다.

헤스터가 이 아이를 펄이라고 이름 지은 것은 아이가 지극히 소중한 존재로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대가로 얻은 것으로 어미의 하나밖에 없는 보물이었기 때문이다. 하느님은 인간이 그토록 벌을 내리던 죄의 직접적인 결과로서 그녀에게 귀여운 아이를 주셨던 것이다. 

그 누구도 이 여인에게 동정심을 주지 않았지만, 하느님은 사랑스러운 아이를 주었다. 펄은 어머니처럼 인간 사회로부터 멀리 떨어져 함께 소외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그는 상상 속의 친구들을 만들어 함께 놀았다. 그러나 그 친구들은 언제나 무장한 적들이었고, 그들이 나타나면 펄은 사납게 달려들었다. 

당시 청교도 사회에서는 근본이 없는 아이들을 모두 악마의 자식이라고 쑥덕거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딤스데일 목사에게는 살갑게 대했다. 느끼는 무엇이 있었나 보다.

그 지역 총독은 아이의 양육을 헤스터에 맡기는 것이 옳은 것인가 주위 분들과 논의를 하였다. 딤스테일 목사는 펄이 상징하는 것은 살아있는 주홍 글씨로 캄캄한 죄의 구렁텅이로 더 이상 빠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게다가 천국으로 가는 길을 가르쳐 줄 것이라고 말하면서, 죄지은 아비보다 죄지은 어미가 더 행복하다는 의미 있는 말로써 이 둘을 그대로 내버려 두는 게 좋다고 말했다. 여기서 죄지은 아비는 목사 자신이다.

“목사님은 의사가 육체의 병만 고쳐주기를 원합니까?”
“의사에게 영혼의 상처를 밝히지 않는다면 도대체 어떻게 그 병을 고칠 수 있단 말입니까?” 
“안돼요.”
“당신에게는 절대로 안돼요.”
“속세의 의사에게는 안돼요.”
“만일 내 영혼이 병들었다면 그 건 영혼을 치료해 주시는 분께 맡기겠어요.”

의사 칠링워스는 그 지역 사람들에게 행운이었다. 그동안 겨우 약제사 한 사람이 의사 행사를 했다. 그는 온갖 의술에 통달했고, 인디언에게 억류되었을 때 온갖 약초에 대한 지식을 터득했다. 

젊은 목사가 병이 심하여 절박한 상황에 처했을 때 의사가 이 마을에 나타났고, 우여곡절 끝에 목사의 주치의가 되었다. 목사는 육체의 병은 마음의 영향받아 발생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함께 기거하면서 허물 없이 지냈지만 목사가 그 무언가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것 같았고, 의사는 그것을 의심했다. 

칠링워스는 자기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이다. 자신이 느끼는 배신감, 남편으로 갖게되는 모욕감, 분노나 질투 같은 것은 없다.

칠링워스는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심증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목사에 접근하고 의사와 환자의 관계에서 대화를 나누면서 단서를 잡아간다. 

칠링워스는 목사와 함께 지내면서 추하고 흉악한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고, 사람들사이에 목사가 칠링워스라는 악마의 손아귀에 잡혀있다는 이상한 이야기가 돌았다. 칠링워스가 파멸 시키려는 것은 정부(情夫)의 영혼이지만 결국 자신의 영혼까지 파괴한다.

의사는 의술을 위해서라도 이번 병을 속속들이 파헤쳐야겠다고 말했다. 어느 날 한낮에 목사가 잠들었을 때 목사의 가슴을 풀어 헤쳐 그의 앞 가슴을 보았다. 의사는 그곳에서 경악과 희열, 공포의 감정을 가졌다. 마치 그것은 기뻐 날뛰는 사탄의 모습이었다. 딤스테일 목사의 가슴에 새겨진 어떤 고통의 상징을 보고 만세를 불렀다.

딤스테일 목사는 설교할 때마다 자신은 죄인이고 위선자라고 고백한다. 그런 모습을 신자들은 더 존경한다. 목사는 한밤중에 처형대에 올라가 회개한다. 그런데 간밤에 죽은 총독의 수의(壽衣) 치수를 재러 갔다가는 헤스터와 펄을 만난다. 

그는 모녀에게 처형대에 위로 올라 오라고 합니다. 같이 속죄한다는 의사표시 일게다. 목사는 양심 가책으로 점점 건강을 잃어가고 있는데 펄의 손을 잡으니 갑자기 생기가 돋는다. 그런데 이 광경을 칠링워스가 본다.

헤스터는 딤스테일 목사에게 칠링워스 노인의 정체를 알려주겠다는 생각으로 숲속에서 기다렸다가 만났다. 그동안의 못다 한 말을 서로 건네며 마음의 평화를 찾는다. 

그들은 지난 7년 동안의 삶은 삶이 아니라 죽은 껍데기처럼 느껴서인지 살아있는 것조차 의심할 정도였다. 그들은 결코 이 세상에서 가장 나쁜 죄인은 아니고, 우리들이 저지른 일에는 나름대로 신성함이 있다고 서로 위로한다. 

헤스터는 이제 과거를 다 버리고 유럽으로 떠나 새로운 출발을 하자고 한다. 그러나 딤스테일은 다르게 선택한다. 수치스럽지만 경축일 때 처형대에 올라 자기 죄를 고백하고 쓰러져 죽어 7년간의 위선을 마감하고 악마의 손아귀에서 벗어난다.

헤스터는 죄를 범하고 고통을 겪고 속죄했던 이곳으로 다시 돌아와 더 많은 선행을 했다. 그녀는 죽어 딤스테일 무덤 근처에 묻힌다. 두 무덤에 공동으로 비석 하나가 서 있었다.

검은 바탕에 주홍글자 ‘A‘

이 작품에서 헤스터는 주홍 글씨 때문에 오히려 타락하지 않고 천사로 변해간다. 혼자 딸을 키우면서 치욕과 소외, 인내의 삶을 살아가며 여러 가지 선행을 베푼다. 끝날 무렵에는 주홍글씨 ‘A’가 천사를 뜻하는 의미로 결말을 낸다.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그런데 딤스테일은 주홍글씨를 스스로 양심에 새겨 자기를 징벌하고 그 양심으로 무너져 버린 것이다. 죽어가면서 딤스테일 목사는 오히려 칠링워스를 동정하고 용서해 달라고 한다. 

칠링워스는 목사의 위선을 집요하게 파헤쳐 간통보다 더 큰 죄를 지었다. 후일에 칠링워스는 질투와 복수의 무상함을 깨닫고 많은 유산을 펄에게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지역주민들은 기독교 원리주의자에 가깝다. 기독교의 사랑은 간 데없고 오로지 율법만 중시하여 인간적인 모습을  찾을 수 없다.

책을 덮고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겼다. 죄와 벌, 양심과 도덕의 문제와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등등. 인간이 늘상 고민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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