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지금까지 살면서 낙동강 둑에서 물이 새는 것은 봤어도, 둑이 터지는 것은 처음 봤다. 4대강 사업을 한다면서 낙동강에 보를 만들고 둑을 높일 때부터 언제고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알았다.”
계속되는 집중호우로 인한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낙동강 둑이 터지고 말았다. 9일 새벽 쏟아져 나온 강물이 덮치면서 경남 창녕군 장천리-송곡리-거남리 등 일대 마을이 모두 물에 잠겼고, 도로가 끊기면서 인근 마을이 고립됐다고 이날 〈한겨레〉가 밝혔다.
느닷없이 들이닥친 물난리에 억장이 무너진 일대 토박이 주민들은 한결 같이 "낙동강 본류 둑이 터진 것은 4대강 사업을 건설한 합천창녕보와 둑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토목공학과)는 “합천창녕보 건설로 낙동강 물 흐름이 느려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불어난 물을 빼내기 위해 보 수문을 완전히 열었지만, 유입량이 방류량보다 많아보 상류의 수위가 계속 올라갔고, 결국 낙동강 본류의 둑이 높아진 수압을 견디지 못해 일어난 인재”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래통합당 정진석 의원은 전혀 다른 목소리를 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부, 이래도 4대강보 부술 겁니까?”라며, 공격적인 톤으로 현 정부가 추진 중인 ‘4대강 보 폐쇄’ 방침을 직격하고 나섰다.
그는 “4대강 사업이 없었으면 이번에 어쩔 뻔 했느냐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며 “4대강 사업 끝낸 후 지류 지천으로 사업을 확대했더라면, 지금의 물난리 좀 더 잘 방어할 수 있었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고 현실과는 동 떨어진 딴소리를 내놓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4대강에 설치된 보를 때려 부수겠다고 기세가 등등하다. 참으로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진다.”
낙동강 하류 일대 주민들은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보와 둑 때문에 이미 극심한 수해자들이 돼 억장이 무너졌다고 울고 있는 판에, 정 의원은 현 정부가 4대강 보를 때려부수겠다고 해서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하고 있다.
물난리를 직접 겪어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수해 주민들의 '무너진 억장'과, 정책의 방향이 달라 머릿속 상상으로 느끼는 정 의원의 '무너진 억장'은 대체 무엇이 서로 어떻게 다르고 또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정 의원은 “문재인 정부 3년여, 기억에 남는 것은 적폐청산, 전 정권 탓하기 뿐”이라며 “나중에 국민들은 ‘문재인 정권이 소리만 요란했지, 나라 살림살이 솜씨, 정책 실행력은 너무나 왜소하고 보잘 것 없었다’고 평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래통합당 내 최다선(5선) 정진석 의원의 이런 주장이 얼마만한 공감대를 이루어낼 수 있을까? 그것이 알고 싶어지는 9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