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오늘 괜히 미안해져서 일본에 있는 아내 카톡으로 불러다가 냅다 카톡 주고받았다. 자겠다는 거 억지로 붙잡아다가 하느라고 했는데 100건도 못 채웠다. 암튼 당분간은 좀 덜 미안해도 되겠다.”
〈더브리핑〉 고일석 대표기자는 11일 이렇게 고백했다. 더 없이 가까운 부인과 떨어져 지내면서도 뜸했던 SNS 대화를 이날 작심하고 몰아서 했다. 미안한 마음에서다. 하지만 누적된 피로를 눈 비비고 참아가며 몰아치기로 집중했음에도, 고작 100건을 못 채웠다.
그는 ‘검언유착’ 의혹 당사자인 한동훈 검사와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사이에 오간 카카오톡 수·발신 횟수가 무려 300건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는 검찰 수사팀 출처의 언론보도를 보고 이런 시도를 했다. 300건이라는 횟수가 실제로 가능한지를 직접 더듬어본 것이다.
하지만 100건도 못 채우고 두 손 들었다. 어떤 아주 특별한 연유로 각별한 사이이거나 연인관계가 아니라면, 일반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진웅)는 한 검사와 이 전 기자가 부산에서 만났던 지난 2월13일부터 MBC의 '검언유착' 의혹 보도가 나간 3월31일까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횟수가 327건에 이른다고 확인했다.
대화에서 둘 사이의 유착 의혹을 입증해줄 만한 결정적인 단서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저 평이한 내용을 수다처럼 주고받았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구지검 진혜원 부부장검사가 흥미로운 에피소드 두 개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하나는 'Kissing Coppers(뽀뽀하는 두 남자 공무원들)'라는 세계적 거리예술가 방시(Banksy)의 작품이고, 다른 하나는 배우 제라드 버틀러 주연에 잭스나이더 감독의 연출작 영화 ‘300’(2006년)이다.
“'Kissing Coppers(뽀뽀하는 두 남자 공무원들)'는 방시의 작품인데, 너무 유명해서 Mighty Jaxx라는 피규어 전문가가 피규어로도 제작해서 전시도 하고 판매도 할 정도다. '300'은 스파르타의 레오니다드 왕이 2차 페르시아 전쟁 중 테르모필레 전투에서 특공대 300명만 데리고 방어전에 나서 장렬히 전사함으로써 알려진 의미깊은 숫자다.”
그는 “며칠 만에 두 가지를 결합한 신상품에 대한 이야기가 화끈하다. 부끄러워할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며 “오스카와일드, 서머셋몸, 앤런 튜링, 조지마이클 모두 우리 곁에 있다”고 말했다.
한 검사와 이 전 기자를 ‘'Kissing Coppers’의 주인공으로, 이들이 주고받은 300건 넘는 카톡대화 횟수를 영화 ‘300’에 빗대 풍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