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의 세상읽기] 대전-세종 통합, ‘정치쇼’ 되지 않으려면 
[김선미의 세상읽기] 대전-세종 통합, ‘정치쇼’ 되지 않으려면 
도시통합은 아시안게임 공동유치 아니다, 실현 가능한 로드맵 필요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충청권 기대감 높지만 반대 기류도 높아져
  • 김선미 편집위원
  • 승인 2020.08.13 09: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선미 편집위원
김선미 편집위원

[굿모닝충청 김선미 편집위원] “대전-세종 통합하자→대전-세종 통합론 ‘구체화’하자”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행정수도 세종 이전’을 재점화한 후 지난달 23일 대전-세종 통합을 전격적으로 제안해 논란을 일으켰던 허태정 대전시장이 다시 한번 대전-세종 통합을 주장했다. 

허태정 시장 대전-세종 통합론, 시류 편승한 뜬금없는 발언 세종시 냉소

허 시장이 꺼내든 통합 제안은 일정 부분 반향은 불러 일으켰지만 여론은 그다지 호의적이지는 않다.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는데다 너무 뜬금없어 시류에 편승한, 행정수도 이전에 묻어가려는 숟가락 얹기 아니냐는 혹평까지 쏟아졌다. 

오히려 행정수도 이전에 도움은커녕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뿐이라는 우려마저 제기됐다. 무엇보다 당사자인 세종시는 당혹스러움을 넘어 불쾌한 기색까지 역력했다. 

지금 당장은 세종국회의사당, 청와대 설치 등이 더 시급하다는 이유에서다. 행정수도 이전과 완성을 위해 다시 한번 손을 잡은 대전·충남·세종·충북 지역 시민사회사회 단체들도 같은 이유로 사실상 반대 입장이나 다름없는 우려를 표했다.

허 시장은 이 같은 비판적 여론을 의식한 듯 코로나19 사태로 5개월 만에 대면 회의로 열린 지난 10일 주간업무회의에서 “행정 통합까지 실현할 수 있는 대전-세종 통합의 구체적 실행계획을 준비하자”고 밝혔다. 대전 세종 통합에 대한 거듭된 의지 표명인 셈이다. 

통합론 행정수도 이전 악영향 우려에 허 시장 다시 한번 통합 의지 표명 

‘행정수도 세종 이전’ 당위성에 대해서는 재론할 필요조차 없는 늦어도 너무 늦은 국가적 현안이다. 16년 전에 이미 해결됐어야 할 과제다. 600년 전 왕조시대의 관습헌법을 이유로 좌초됐던 행정수도 이전 문제가 국정 현안으로 다시 부각한 것은 뒤늦게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몇몇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여론도 이전에 비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이러한 여론 변화에 마냥 낙관할 수 없는 흐름도 읽힌다. 충청권의 반대 기류의 증가세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신행정수도 건설이 위헌 판결이 나기 전 2003년 조사에서는 대전·세종·충청지역의 이전 찬성에 대한 응답이 87%로 10명 중 9명 가까이 찬성했던 반면 최근 조사에서는 무려 30%p가 낮아진 57%로 뚝 떨어졌다. 역으로 행정수도의 ‘서울시 유지’ 는 8%에서 36%로 높아졌다. 

충청권 2003년 비해 30%p 이상 지지 철회, 타시도 보다 찬성 응답 낮아

2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행정수도 이전에 찬성했던 충청민 9명 중 3명이 반대로 돌아선 것이다. 뼈아픈 대목이다. 지역별 여론도 충청지역이 전국 1위도 아니다. 광주 전라 지역보다도 오히려 10%p나 뒤처졌다. 당혹스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절대적 지지를 보냈던 충청민들은 왜 지지를 거두고 있는 것인가?

충청권의 이 같은 기류 변화는 행정수도 완성에 대한 피로감과 세종시의 괄목할 만한 성장세 뒤에 가려진 인접 도시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당초 기대했던 수도권 분산, 상생 효과는 크지 않고 대전·충청권 지역의 인구, 기관, 사기업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것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현상과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악영향 등이 충청민들을 불편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세종시의 독식, 독주에 대한 거부감의 표출이다. 대전시의 일방적인 통합론에 탐탁치 않은 반응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구와 기관 빨아들이는 세종시 독주 블랙홀과 부동산 악영향에 거부감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전과 세종의 통합이 반드시 부정적인 요소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학계를 중심으로 한 도시전문가들은 “세종시가 행정과 입법을 중심으로 진정한 의미의 행정수도가 되려면 인구 200만명 이상의 자족도시로 성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종시는 인구 50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물론 행정수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거대도시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출산율 저하로 인구 감소 가속화와 지방소멸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는 터에 특정 지역의 거대화는 인접 다른 지역의 쇠퇴와 소멸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당장 충남과 충북지역이 대전 세종에 동의하지 않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섣부른 대전시발 통합론은 충청권의 행정수도 이전 공조마저 깰 수 있다. 대전시 입장만을 내세워 통합론을 주장할 경우 역풍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통합 장점 분명 있으나 우군인 이웃도시를 적으로 돌리는 역풍 불 수도 

타도시의 예에서 보듯 행정 통합의 당위성과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막연한 기대감만으로는 불가능하다. 통합이 왜 필요한지, 통합했을 때 어떤 시너지가 있는지, 거대도시 탄생으로 피해가 불가피한 이웃 도시들과는 어떤 상생 전략을 구사할 것인지 등 근거를 제시하고 설득해도 쉽지 않은 지난한 과제다. 

더구나 광역과 기초단체, 기초단체들끼리의 통합도 아니고 광역도시와 ‘행정수도’라는 특별한 지위를 갖고 있는 특별자치시와의 통합이다. 몇 개의 인접도시들이 모여 공동으로 아시안게임, 유니버시아드를 유치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실현 가능한 구체적 로드맵과 논리적 근거가 제시되지 않을 경우 정치적 쇼로 비춰질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