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일 시론》 류호정 발의: 〈비동의 강간죄〉에 대해 궁금한 것들
《김두일 시론》 류호정 발의: 〈비동의 강간죄〉에 대해 궁금한 것들
- 이제 남녀 사이는 ‘남녀칠세 부동석’의 조선시대로 돌아가나?
  • 정문영 기자
  • 승인 2020.08.13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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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일 시론》 류호정 발의: 〈비동의 강간죄〉에 대해 궁금한 것들

- 김두일 차이나랩 대표(한중 IP 전문가, '검찰개혁과 조국대전'의 작가)

칼럼니스트 김두일 대표는 13일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대표발의한 '비동의 강간죄' 개정안에 대해
〈칼럼니스트 김두일 대표는 13일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대표발의한 '비동의 강간죄' 개정안에 대해 "이 법안은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보다, 남녀관계에 있어 갑을관계를 만들겠다는 의도로 읽힌다"고 평가했다. 사진=류호정 의원 페이스북/굿모닝충청 정문영 기자〉

1.
류호정 의원이 드디어 1호 대표발의 법안을 냈다. 그녀가 의정활동으로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은 내 기억으로는 처음이다. 일단 환영한다.

어떤 법안인가 보았더니 〈비동의 강간죄〉가 신설된 형법개정안이다. 대다수의 언론에서는 “형법 제32장을 갈아 엎었다”고 논평했다.

왜 그런가 보았더니 형법 32장 제목은 〈강간과 추행의 죄〉인데 이것을 〈성적 침해의 죄〉라고 바꾼 것이다. 이른바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강조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한 법안이다.

2.
나는 류호정 의원의 법안 발의는 일단 환영하고, 법을 잘 모르지만 일반 상식에서 해당 법안에 대해 궁금한 것들이 생겼다. 그 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동의를 하고 강간이나 추행을 하는 경우가 있나?

신설된 법안 297조 1항에는 상대방의 동의없이 성교한 행위에 대한 처벌을 넣었고, 298조 1항에는 상대방의 동의없이 추행한 경우의 처벌에 대해 넣었다.

기존 법조문에 있는 강간, 강제추행 관련해서 이미 개인 의사에 반한 강제성이라는 규정은 분명히 있다.

3.
그럼에도 297조 강간죄에 ‘비동의 강간죄’가 신설된 것이다. '강제'와 '비동의'는 넓은 의미에서는 같은 뜻이라고 생각된다.

기존의 강간죄나 강제추행의 경우 폭행, 협박, 심신상실, 항거불능이라는 검사의 입증과 판사의 판단 가능한 기준이 있다. 그런데 이 4가지를 제외하고 '강-제-로 성교'를 할 방법이 있나?

입법 취지에 정의당과 여성단체에서는 폭행과 폭력이 없어도 저항이 어려운 상황이나 피해자들의 취약한 처지를 노리는 경우가 많다고 했는데, 내가 보기엔 이게 분명한 협박으로 보인다.

이미 존재하고 있는 위력, 위계에 의한 간음인데, 이는 일반 강간죄보다 더 강력한 처벌규정을 담고 있고, 미성년자나 심신미약자에 대한 처벌규정까지 분명하게 있다.

4.
둘째, ‘동의’와 ‘비동의’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

누군가 ‘비동의 강간죄’로 형사고소(고발) 되어 재판을 받게 된다면, 형사재판에서 범죄의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는데 검사는 그것을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 문서에 사인 여부로 동의, 비동의를 구분하는 표준양식이 등장할 것인가? 그 문서도 강압적으로 사인했다고 한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류호정 의원과 여성계에서는 ‘동의’ 여부가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중요한 문제라고 인식하고 그런 취지에서 해당 법안을 발의했다고 주장하는데, 나는 이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감정의 영역이라 이것을 형법에서 다뤄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5.
가령 서로 데이트를 하는 남녀가 남자는 조르고(?) 여자는 호기심과 두려움의 감정이 반반 섞여있는 가운데 남자의 요구(?)를 들어주고 다음 날 후회한다면, 이건 비동의 강간죄에 해당하는 것일까?

성행위 자체는 싫지만 그 남자는 좋으니 그가 떠나는 것이 싫어 요구에 응한다면, 이 또한 비동의 강간죄에 해당하는 것일까?

6.
내 관점에서는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은 이미 거의 보장되고 있다. 일반적인 남녀의 합의된 성교는 대부분 여성의 의지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귀는 것도 성교를 하는 것도 그 결정권은 여성에게 있다. 왜 프로포즈를 남성이 여성에게 하는가? 그 결정권이 여성에게 있기 때문이다.

지금 형법은 남성만의 의지에 의한 모든 행위들은 '죄'이자 '처벌대상'으로 이미 규정했다. 사실 남성 입장에서는 여성이 거부한다면 방법이 없다. 강간, 강제추행, 위력, 위계, (술을 마셨다면) 항거불능까지 모두 처벌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굳이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주관적 기준이 들어간 형법 조항이 만들어져야 할 필요가 있을까?

법을 모르는 내 관점에서는 법이 지나치게 개인 감정의 영역까지 간섭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이해되지 않는다.

7.
셋째, 이 법안이 악용될 가능성은 없는가?

합의한 성관계 이후 나중에 사이가 나빠져서 헤어지고 앙심을 품고 보복하는 수단으로 악용된다면, 이를 제어할 방법이 있나? 사실은 박원순 시장 사례에서 보듯 미투자체가 악용되고 있는데, 여기에 〈비동의 강간죄〉라는 법안까지 신설되면 악용의 사례는 더욱 많아질 것이다.

입법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원칙은 해당 법안의 긍정적 작용을 보기보다 부정적 악용을 통해 무고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고려하는 것이 현대 형사법의 대전제이다. 그런데 이 법안은 그런 중요한 원칙에 있어서도 지나치게 취약하다.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인데 적어도 기존법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는지 혹은 부작용이 있는지에 대한 고려가 더 필요한 것이 아닐까?

8.
나는 개인적으로 이 법안이 통과가 된다면, 이제 남녀 사이는 조선시대 ‘남녀칠세 부동석’으로 돌아갈 것 같다. 이는 도리어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후퇴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출산율이 줄어드는 것이 과도한 집값과 안정적 일자리의 부족이라면, 이 법안의 경우 아예 남성이 데이트 자체를 꺼리는 부작용마저 생길 것 같다.

또한 드라마나 영화에서 여성들을 심쿵하게 만든 장면들을 이제는 볼 수 없을 것 같다.

잘 생긴 남자주인공이 로맨틱하게 혹은 터프하게 여성에게 키스하는 것 자체가 ‘비동의 성추행’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드라마에서도 아주 달달한 장면에서 분위기를 깨는 ‘키스해도 됩니까?’라는 남성의 대사와 ‘네’라는 여성의 대사가 반드시 나와야만 한다. 그런데 과연 그런 상황에서 그런 대사를 여성들은 원하는 것일까?

9.
류호정에 이 법안에 공동발의자로 참여한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은 〈시사인〉과의 인터뷰에서 여성운동의 28년 동지이자 한국여성운동에서 첫손으로 꼽는 박원순 시장에 대해 '성추행이 사실'이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정춘숙 주장의 근거에는 자신이 20년 동안 여성의전화에서 일하면서 ‘절대 그럴리 없는 사람이 그러는 것을 너무 많이 보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증거 이야기는 여전히 없다.

그 기사를 보면서 한국성폭력상담소 이미경 소장이나 여성의전화가 왜 김재련 옆에 섰는지 이해가 되었다.

'모든 남성은 성범죄자라는 인식'이 대한민국 여성운동을 주도하는 이들에게는 깔려 있는 것이다.

10.
김재련은 아무리 비도덕적인 레퍼런스가 있어도 생물학적 여성이라는 이유로 같은 편이 될 수 있고, 박원순은 평생 여성인권 운동을 위해 헌신했고 정춘숙 자신도 가장 공헌한 일순위로 박원순을 꼽았지만, 생물학적인 남성이라 '성추행을 했을 것'이라는 확신은 어쩐지 무섭고 서글펐다. '일베'만 하는 네티즌의 여성혐오, 전라도혐오에 대한 편견과 무엇이 다른 것일까?

현직 국회의원이 성범죄에 있어 ‘유죄추정의 원칙’을 그저 자신의 경험에 의해서 단호하고 간단하게 판단 내리는 것에는 많이 답답했다. 그 대상이 28년 동지 박원순임에도 말이다. 박원순 시장의 마지막 선택이 또 한번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11.
사실 류호정이 발의한 〈비동의 강간죄〉에 깔려 있는 인식이나, 거기에 공동발의한 정춘숙이 박원순에 대한 유죄추정의 원칙은 정치적으로 동일한 스탠스라고 생각된다.

박원순을 궁지로 몰고, 그의 죽음 이후에도 그를 부관참시 하는데 앞장서는 인물들이 발의한 법안이라 내가 우호적으로 이 법안을 보지 않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의문이 비합리적인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류호정 의원의 기자회견 내용을 보아도 내 궁금증은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12.
2018년 미투 열풍 이후 비슷한 법안이 10개나 올라왔는데 계류상태에 있다가 폐기된 이유가, 단지 국회의원들이 게을러서 통과가 되지 않은 것인지도 궁금하다.

법을 모르는 내가 보기에는 이 법안은 발의 목적에 해당하는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보다, 남녀관계에 있어 갑을관계를 만들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의자들의 의도와 무관하게 조선시대 유교주의나 혹은 탈레반처럼, 남녀를 분리하는 결과가 나올 것 같아 우려스럽다.

여러모로 하수상한 세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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