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80] 세월의 부침을 함께 견뎌 온 서천 한산면 느티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80] 세월의 부침을 함께 견뎌 온 서천 한산면 느티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0.08.15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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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굿모닝충청 사진 채원상 기자, 글 윤현주 작가] 충남 서천군 한산면 향교촌.

    밭 사이로 난 좁은 길을 따라 올라가면 홍살문과 비스듬히 세워진 하마비를 만난다.

    그리고 이윽고 마주하게 되는 느티나무 두 그루...

    350년 세월을 마주 서 있는 느티나무 두 그루는 닮은 듯 다르다.

    1997년 보호수로 지정되었지만, 이 나무에 대해 사실 알려진 바는 없다.

    나무의 수령 또한 350년으로 추정할 뿐이다.

    표지석에 명시된 높이 16m, 둘레 4m 또한 30년 전의 기록이다.

    오랜 세월, 한 자리를 지킨 나무이기에 경외감이 빚어낸 전설 하나쯤 있을 법도 한데 이 또한 찾을 수 없다.

    그저 한산향교의 역사를 통해 느티나무의 생을 유추해 볼 뿐이다.

    한산향교의 창건 연대는 확실치 않다.

    《유림록(儒林錄)》에 의하면 고려 충렬왕 때 창건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한산향교는 원래 동산리 유산(由山)에 세워졌는데 1669년(현종 10)에 현재의 위치로 이건 되었다.

    이로 짐작해 보건대 이곳에 향교가 이건 되면서 느티나무의 역사도 시작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느티나무 아래서 위를 올려다보니 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반짝인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면서 불현듯 ‘인생’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끊임없이 흔들렸다, 멈추기를 반복하는 게 우리 인생 아니던가!

    그리고 문득 저 느티나무 두 그루의 지난 350년은 외롭지 않았겠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1950년 6·25 동란으로 한산향교는 소실된다.

    아마도 느티나무는 그 모습을 지켜봐야 했을 것이다.

    어쩌면 그 순간, 느티나무는 두려웠을지도 모른다.

    자신 또한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했을지도...

    그러나 그때, 혼자가 아니었기에 견딜 수 있지 않았을까?

    거리를 두고 마주 선 두 나무는 닿을 듯 말 듯 가지를 뻗은 채 잎을 틔운다.

    잎이 무성하게 자라있어 어느 가지가 어느 나무에서 뻗어 나온 건지 알 수 없다.

    그런데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 나무는 자신의 영역 이상은 탐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에게 주어진 자리에서 가지를 뻗고, 잎을 틔울 뿐이다.

    세월의 부침을 함께 견뎌온 느티나무 두 그루는 오늘도 함께 그늘을 만들고 있다.

    향교를 오가는 사람의 발길은 뜸해졌지만 잠시라도 뜨거운 햇빛 아래 쉬어가라고, 두 나무가 마음을 맞대 그늘을 만든다.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남도청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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