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코로나19에 가족‧친구 다 못보니”…노인 우울증 ‘위험’
[의료칼럼] “코로나19에 가족‧친구 다 못보니”…노인 우울증 ‘위험’
  • 굿모닝충청
  • 승인 2020.08.1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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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 청주 예미담요양병원 정신과전문의. 사진=굿모닝충청 김수미 기자
이준기 청주 예미담요양병원 정신과전문의. 사진=굿모닝충청 김수미 기자

[굿모닝충청 의료 칼럼=이준기 청주 예미담요양병원 정신과전문의] “어르신 요즘 낮에 뭐하고 지내세요?”
“오전엔 복지관 가서 노래 배우고 오후에는 경로당 가서 놀지.”

정신건강의학과외래나 치매안심센터에서 어르신들을 진료하며 항상 묻는 질문 중 하나는 낮 시간을 어떻게 보내시는지다. 생계현장에서 은퇴한 노인들이 낮 시간을 건강하게 채우는 것은 노인 우울증, 치매와 같은 노인 정신건강 관리에 있어 중요한 예방요인이기 때문이다.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지 6개월이 지났다. 코로나19 장기화는 보건의료적인 측면에서 뿐 아니라 사회,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방면에 영향을 끼쳤고 우리의 일상과 생활방식 더 나아가 가치관 까지 바꿔놓았다. 코로나19는 노인이나 만성질환자, 저소득층과 같은 취약계층에서 더 쉽게 전파되고 치명적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실제로 현재 코로나19의 국내 사망률은 2% 정도이지만 80대 이상의 경우 치명률이 25%에 달하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가 취약계층, 그 중에서도 특히 노인에게 더욱 치명적이다 보니 코로나19는 노인들의 일상에 커다란 변화를 갖고 왔다. 어르신들이 집단으로 이용하는 경로당, 노인복지관, 종교시설, 주간보호센터 등이 문을 닫았고 요양병원이나 요양원들은 면회가 제한되었다. 또한 모임이나 바깥 생활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다 보니 가족, 친구들과의 만남이 줄고 운동이나 취미생활 등 건전한 여가생활이 줄어들었다.

실제로 요즘 진료현장에서 어르신들에게 서두에 했던 질문을 해보면 “요즘 시국에 어디를 나가느냐, 자식들이 나가지 말라고 해서 집에만 있다”, “경로당, 복지관 다 문 닫아서 갈 곳이 없다”, “손주 보고싶어도 자식들에게 오지 말라고 한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신다. 또한 국가적으로 요양병원의 면회를 제한하고 있어 필자가 일하는 병원에서도 많은 환자들과 가족들이 서로를 그리워하며 조속히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고 그때까지 무탈하기만을 애타게 기원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노인자살률이 큰 폭으로 증가했고 이는 노인들의 외로움, 경제적 어려움, 건강악화 등으로 인한 우울증이 자살의 주요 원인으로 밝혀졌다. 이에 국가와 사회 각층이 노인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해 다행히 2010년 이후 점차 감소하는 추세로 전환됐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송두리째 뒤바뀐 노인들의 삶은 다시 노인들의 정신건강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 가족 및 사회와 단절되며 외로움, 고독을 호소하는 노인이 늘었고 이는 우울증, 치매와 같은 정신건강의학적 문제들을 악화시키고 있다.

실제 외래에 오시는 어르신들의 상태를 보면 코로나19 이후, 한동안 조절되던 우울감이 다시 증가하거나 예전에 비해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경우가 빈번하게 관찰되고 있다. 또한 가족들 역시 어르신들의 증상 악화, 돌봄 서비스 중단 등으로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늘어난 요양부담을 호소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다시 노인정신건강의 악화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 백신 및 치료제 개발, 확진자 증가 수 둔화 등 희망적인 뉴스가 들려오고 있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되기 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병이 장기화 될 수록 회복탄력성이 약한 어르신들이 겪는 고통은 더욱 커질 것이다. 현재 사회의 모든 역량은 질병의 통제와 경제회복에 집중되어 있어 코로나19로 인한 노인들의 어려움은 뒤로 밀려나고 있다.

질병의 통제라는 대의 아래에 발생하는 노인들의 심리적 고통에 대한 고민 및 배려는 부족한 실정이다. 기본적인 방역 수칙 준수와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은 항상 유지돼야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경제활동이 재개돼가는 이 시점에 사각지대에 있는 노인들의 괴로움 역시 놓치지 말고 챙겨야 할 것이다. 또한 내 주변의 어르신들이 신체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건강하신 지 다시 한 번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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