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일 시론》 영화 속 클리셰(Cliche): 전광훈과 한국 개신교
《김두일 시론》 영화 속 클리셰(Cliche): 전광훈과 한국 개신교
  • 정문영 기자
  • 승인 2020.08.19 2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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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일 시론》 영화 속 클리셰(Cliche): 전광훈과 한국 개신교

- 김두일 차이나랩 대표(한중 IP 전문가, '검찰개혁과 조국대전'의 작가)

김두일 칼럼니스트는 19일 광화문 집회 참석자들을 겨냥,
〈김두일 칼럼니스트는 19일 광화문 집회를 겨냥, "하지 말라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하는데, 꼭 해서 문제가 된다는 평범한 클리세를 재확인시켰다"라고 비판했다./굿모닝충청 정문영 기자〉

〈미스트〉 〈킹덤오브헤븐〉 〈월드워Z〉 등의 영화 스포일러가 있으니 영화를 안 본 분들은 본문을 유의해서 보기를 바란다.

1.
스티븐 킹,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의 〈미스트〉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안개(mist)와 촉수괴물 때문에 마트에 갇혀있는 인간들의 생존과 사투, 그리고 절망을 담은 이야기다. 프랭크 다라본트는 〈쇼생크탈출〉 〈그린마일〉 등 스티븐 킹의 원작을 3편이나 영화화했다.

외부에 있는 안개와 괴물은 나가면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인간들을 위협하는 것을 넘어 점점 그들이 갇힌 내부를 향해 다가온다. 그 과정에서 영화적 긴장감은 대단하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더 두려움을 주는 것은 외부의 안개나 괴물보다 정작 내부의 인간들이다. 특히 광신도인 카모디 부인은 이 영화의 진정한 '빌런(Villain)'이라고 할 수 있다.

2.
외부에 있는 안개 속 괴물이 미지의 두려움이라면, 갇혀 있는 인간들은 미지의 두려움 때문에 스스로 '광신도(Cultist)'로 변해간다. 좀 더 정확하게는 원래 광신도였던 카모디 부인은 교주가 되고 평범한 사람들은 일반신도 혹은 광신도가 되어가는 것이다.

심지어 밖에 있는 괴물들에게 제물을 바치자고 선동하고, 실제 멀쩡한 사람을 제물로 죽도록 만든다. 그래서 나는 그 영화를 보면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촉수괴물보다 광신도인 카모디 부인이 더 무서웠다. ㄷㄷ

나는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았는데, 카모디 부인이 총에 맞아 죽자 관객들이 박수를 치고 환호성을 질렀다. 한국 극장에서는 대단히 보기 드문 광경인데, 그 정도로 관객들은 그 캐릭터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이다.

3.
이 영화를 보고 난 뒤에 내가 든 생각은 두 가지인데, 종교라는 것은 불안, 불확실성, 공포 등의 요소가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과, 그것을 받아 들이는 신도들의 상태(마음)에 따라 “신이 아니라 그 신을 섬기는 사람들간의 역학관계”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자료를 찾아보니 그레이엄(Graham) 같은 학자들은 "종교가 집단을 자기들만의 원칙 위에 결속시키기 위한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기도 했다. 예컨대, 축구를 할 때 사람들은 우르르 몰려다니며 공을 차고 있지만 축구의 핵심은 공이 아닌 다양한 사람들이 특정 규칙 위에서 만드는 역동과 집단 활동에 있다는 주장이다. 

축구를 종교와 비유하자면, 공은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 주는 ‘초월적 존재’이고, 사람들이 우르르 뛰어다니며 만드는 역동과 그 안에서 발생하는 소속감, 충성심 등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종교 활동의 본질이라는 것인데 묘하게 설득력이 있었다. (Graham & Haidt, 2010)

4.
지난 광화문 생화학테러에서 전광훈 목사는 영화 〈미스트〉의 카모디 부인과 같은 역할을 했다. 사람들의 불안과 공포를 자극해서 더 무서운 전염병에 감염될지 모르는 광화문 광장으로 모이도록 한 것이다. 전광훈은 마땅히 범죄수괴혐의를 적용해야 한다.

어제 화제가 된 전광훈의 사랑제일교회 모 전도사는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가 되자, CCTV를 피해서 낮은 포복으로 그곳을 탈출하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커피숍과, 심지어 타 종교의 교당까지 침입했다는데, 이는 종말론적 사고에 의해 자신은 선택받은 특별한 사람이라는 극단주의적 사고에 빠지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행동이다.

물론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생화학 테러범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마땅히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5.
내가 어제 쓴 글을 보고 행동했을 가능성은 0.00001% 이지만 박주민 의원은 광화문 집회에 참여한 지방에서 올라온 관광버스 리스트와 그들이 사용한 계좌까지 확보했고, 질병관리본부에 해당 자료를 넘겼다고 한다. 이는 대단히 잘한 일이다.

해당 계좌추적을 하면 탑승자 조사가 가능하다고 (완곡하게) 이야기 하고 있지만, 내 관점에서는 최소한 그 리스트에 올라온 사람들은 모두 체포를 해야 할 대상이다.

6.
종교적 극단주의에 빠진 광신도들이자 자신들은 선택받은 사람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역학조사를 피해 가짜전화번호를 남기고 도망까지 다닐 이유가 없다. 물론 이 현상은 신의 사도라고 자처한 전광훈의 영향 탓이지만 말이다.

나는 민주당 대표 후보로 경선중인 3인이 이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신중함보다는 강력한 워딩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지금은 개신교인들의 지지율을 잃는 것을 두려워 할 때가 아니라, 국민보건과 국가경제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7.
리들리스콧의 명작 〈킹덤오브헤븐〉도 현 상황에서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이 영화는 정말 명작이다. (보실 분들은 반드시 '감독판'을 봐야 한다)

우선 영화에서 십자군이 만행을 저지르는 장면마다 “하나님의 뜻이다(God wills it)”라는 대사가 나온다는 점을 이야기 해야겠다. 그런데 살라딘 옆에 부관인 이맘도 동일한 말을 자주 한다.

이는 양 진영이 모두 종교적 광기에 빠져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종교가 정치적 행동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점은 모두 똑같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8.
전광훈은 광화문으로 신도들을 나오라고 하면서 이는 '하나님의 뜻(God wills it)'이라고 했고, 코로나도 자신들을 비껴간다고 했다. 그런데 정말 하나님의 뜻이었을까?

내가 보기에는 미래통합당 정치인들의 의견과 거기에 동조한 전광훈 자신의 뜻을 이야기 하면서 하나님의 뜻이라고 거짓말을 하는 것 같다. 

9.
예루살렘 공성전이 벌어지고 수많은 사상자들이 나왔다. 주인공 발리앙이 그 시신들을 불태워 처리하려고 하자 대주교가 반대한다.

“시신을 태우면 심판의 날에 부활을 못 하네!!”
“이 시신들을 태우지 않으면, 우리는 사흘 안에 전염병으로 몰살입니다. 하나님께서도 이해하실 겁니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하나님이 아닌 것이니 걱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리고 발리앙은 시체 구덩이 안으로 횃불을 던진다.

10.
이와 반대되는 상황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 시즌1의 장면이 생각났다.

감염된 좀비떼가 밤이 되면 활동을 개시하기 때문에 그 전에 불태워야 하는데, 유교적 가르침을 맹신하는 양반 한 명이 시신 한 구를 몰래 빼돌린다.

그리고 밤이 되어 그들은 몰살 당한다. 

전광훈은 발리앙보다 〈킹덤〉에 해당될 것이다.

11.
예루살렘 공성전이 끝없이 이어지게 되자 발리앙은 살라딘과 협상을 하게 되었다.
대주교는 협상하러 가는 발리앙에게 다급하게 말한다.
“그냥 이슬람교로 개종하세. 회개는 나중에 하고”

발리앙은 쓸쓸한 표정으로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저에게 종교라는 것에 대해 많은 가르침을 주시는군요” (You've taught me a lot about religion, Your Eminence)

12.
신도들에게 코로나를 걱정하지 말고 광화문으로 집결하라고 지시했고, 심지어 진단검사도 받지 말라고 했던 전광훈은 몰래 관악구 양지병원에 가서 코로나 검사를 받고 양성판정을 받았다.

하필 양지병원의 김철수 이사장은 미래통합당 서울시당 관악을 당협위원장이다. 전광훈은 굳이 관악구까지 가서 검사를 받아야 할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영화 속에서 대주교 알마릭이 발리앙에게 종교에 대한 가르침(?)을 준 것처럼, 전광훈 목사는 나에게 한국의 개신교에 대한 가르침과 역사적 배경까지 공부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새삼스럽게 과거에 이미 감상했던 영화들까지도 좀 더 깊이 있는 해석을 하도록 만든다. 참으로 놀라운 가르침 아닌가?

13.
광복절 지방에서 전세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와 광화문 광장에 모여 코로나가 창궐하도록 만든 수많은 신도들을 보면서 생각나는 영화도 있다. 빵형 아니 브래드피트 주연의 〈월드워Z〉이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예루살렘의 대규모 전투씬이다. 거대한 장벽으로 보호받는 안전지역에서 노래를 부르면서 종교적 환영 행사를 하는 과정에서, 흥에 겨워 마이크를 잡고 오버하다가 소리에 민감한 주변 좀비떼가 그 벽을 타고 넘어와서 그 안전지대가 쑥대밭이 되는 장면이다. 

그 장면이 생각나는 이유는 하지 말라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하는데, 꼭 해서 문제가 된다는 평범한 클리셰의 재확인이다. 광화문 집회에 온 사람들 말이다.

14.
끝으로 광화문 집회에 나온 사람들은 주로 교회를 통해 동원된 신도들이지만, 본질을 종교행사라고 규정짓는 것이 맞을까?

이 본문 제목에 전광훈과 한국 개신교가 등장한다고 종교적인 이슈로 정리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내가 오늘 주장하고자 하는 결론이다.

홍문표 같은 현역 의원에 민경욱, 차명진 등의 전직 의원이자 현 지역구위원장들이 주최하고 단상에서 마이크 잡고 연설한 집회이다. 집회를 주관한 인물들과 참여를 독려한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 생화학 테러의 본질은 종교집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엄연한 정치집회이다.

15.
즉, 지금 국민보건과 국가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미래통합당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밝힌다. 또한 미래통합당이 주관했으니 책임도 져야한다. 현 시점에 양비론을 펴는 언론은 미래통합당의 세작들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정부와 민주당은 이번 광화문 생화학 테러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를 하기를 다시금 촉구한다. 현 시점에서 국민보건과 국가경제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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