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우의 환경이야기] 소나무가 좋았다
[염우의 환경이야기] 소나무가 좋았다
염 우 (사)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청주새활용시민센터 관장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0.08.21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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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볼수 없는 충북 괴산군 청천면의 용소나무.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지금은 볼수 없는 충북 괴산군 청천면의 용소나무.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인류가 직면한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환경 문제는 이제 전문가들만의 고민이 아니다. 오늘을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지혜를 모아 실천하고 이겨내야 할 문제다. 이에 굿모닝충청은 충북 환경운동의 역사로 불리는 풀꿈환경재단 염우 상임이사로부터 환경의 중요성과 더불어 우리지역에서 진행돼온 환경운동의 현실과 앞으로 실천해야할 과제 등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환경운동가는 여러가지 모습이다. 상황에 따라 투사가 되기도 하고, 전략가, 교육자, 상담사, 연구자, 평론가 또는 조정자가 되기도 한다. 나는 오랜 기간 투사로 활동했고 최근에는 전략가 또는 조정자의 역할을 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초기에 가장 관심을 가졌던 것은 환경교육자, 즉 환경강사나 생태안내자 같은 역할이었다. 한 번 강의할 때 적어도 한 사람 이상에게 환경운동을 하고 싶은 마음을 심어 줄 수 있는 사람, 어느 곳이건 자연 속에 숨겨있는 생명의 신비나 이야기 꺼리를 찾아내 생태적 감수성을 높여 낼 수 있는 사람이야 말로 진정한 환경운동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2016년 생태환경 체험교육 전문시설인 청주국제에코콤플렉스 운영 책임을 맡았었고, 2019년에는 자원순환 실천협력 종합시설인 청주새활용시민센터 운영 책임을 맡고 있다. 

1996년 청주환경운동연합 실무활동가 일을 시작했을 때 첫 번째 했던 일 중의 하나는 생태탐사모임을 꾸린 일이다. 환경사업가가 된 선배, 환경전문직 공무원이 된 친구, 아내가 된 후배 등 친숙한 선·후배 몇 명이 모여 그저 한 달에 한번 자연과 환경을 찾아 답사는 떠나는 모임이었다. 이 작은 모임이 1년 후엔 20여명으로 늘었고, 2년 후엔 시민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생태탐방프로그램을 개최했고, 3년 후엔 생태문화센터라는 정식 기구로 발전하였다. 첫 번째 시민생태탐방이 ‘늘 푸른 소나무를 찾아서’ 소나무 기행이었다. 내 취향이 반영되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당시 나는 소나무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 상태였다. 소나무 사랑은 줄기차게 이어져 2000년에 청주시 솔밭공원에서 초례상에 솔가지를 올려놓고 소나무를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을 했고, 두 아들의 이름을 해솔, 지솔이라 지었다.

일단 소나무에 대하여 간략히 소개해 보자. 소나무는 소나무속에 속하는 모든 종을 말하며, 그 중 적송만을 가리키기도 한다. 잎은 늘푸른 바늘잎나무이며 대체적으로 큰키나무이다. 우리말의 솔은 우두머리(수리>술>솔)를 뜻한다. 나무 중의 으뜸으로 여겨진 것이다. 소나무속에는 세계적으로 100여 종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소나무(적송), 곰솔(해송), 잣나무, 눈잣나무, 섬잣나무 등 5개의 자생종이 있고 리기다소나무, 방크스소나무, 백송, 테에다소나무, 스트로브잣나무 등의 외래종이 도입되어 있다. “소나무 아래에서 태어나 소나무와 더불어 살다가 소나무 그늘에서 죽는다”는 말처럼, 우리 민족의 삶은 소나무와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다. 소나무 문화라고 부를 만하다. 뿌리에서 부터 줄기, 가지, 잎, 꽃, 열매까지 쓰임새도 다양하다. 목재, 약재, 식재로 쓰일 뿐 아니라 그으름으로 먹을 만들기도 한다. 

내가 소나무의 매력에 빠진 이유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 다들 그렇게 생각하듯, ‘독야청청’ 겨울에도 푸르름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날씨가 차가워진 뒤에야 송백만이 홀로 시들지 않음을 안다.’고 표현한 추사 김정희 선생의 세한도의 의미가 그것이다. 사실은 솔잎이 해를 넘겨 교대로 떨어지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둘째는 척박한 땅에 먼저 뿌리를 내리는 개척수종이라는 점이다. 산 속 큰 바위틈에 뿌리내린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균근 활동을 통해 질소를 고정시켜 흙을 비옥하게 만드는 기능을 한다. 선구자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셋째는 줄기가 잘라져도 새순을 내지 않는다는 점이다. 구차하게 사느니 당당하게 죽겠다는 모습으로 비춰진다. 잘린 그루터기에는 종종 신비의 복령을 남겨 약재로 쓰인다.

염우
염우 상임이사의 두 아들 해솔과 지솔. 소나무를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을 했고, 두 아들의 이름을 해솔, 지솔이라 지었다.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여기까지는 보편화된 이야기다. 네 번째 이유가 바로 소나무를 좋아하게 된 진짜 이유이다. 소나무는 기득권을 고수하지 않는다. 척박한 땅에 먼저 뿌리를 내린 소나무는 한동안 자신이 개척한 터에서 평화롭게 살아간다. 땅이 비옥해 지자 어느덧 어린 참나무들이 침투해 들어온다. 귀한 목재로 쓰인 소나무가 선비의 나무로 인식된 반면, 잡목으로 취급된 참나무는 서민의 나무로 인식되어 왔다. 어린 참나무는 더디지만 꾸준히 성장한다. 그늘에서도 잘 자라는 음수이기 때문이다. 어느덧 참나무가 소나무의 키를 넘어서게 되고, 소나무는 참나무가 정착했음을 깨닫는다. 이제 소나무는 참나무에게 기꺼이 자리를 양보하고 스스로 도태된다. 생태적으로 해석하면 초본-관목-양수-음수로 변화하는 숲의 자연적인 천이과정이다. 하지만 나는  적절한 시기에 기득권을 내려놓을 줄 아는 참다운 리더의 모습으로 해석되었다.

해안에 서식하는 곰솔(해송, 흑송)은 거친 바닷바람을 막아준다. 이순신 장군처럼 나라를 지키는 역할을 한다. 내륙에 있는 서식하는 소나무(육송, 적송, 여송)은 땅을 비옥하게 가꾼다. 세종대왕처럼 백성을 돌보는 역할이다. 첫째아이 이름을 바다소나무 ‘해솔’, 둘째아이 이름은 땅소나무 ‘지솔’이라 지었다. 해솔이는 밥을 잘 먹고 몸을 잘 쓰며 이해심이 크다. 지솔이는 책을 잘 보고 머리를 잘 쓰며 이해력이 크다. 마음이 통한 건지 정보가 누출된 건지, 강화에서 활동하는 내 환경운동 동료의 아이들 이름은 해솔, 다솔이다. 최근 솔이 들어간 이름이 점점 더 많아진다. 세상의 솔들이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기후변화로 인해 소나무의 생육환경이 나빠지는 게 안타깝다.

2011년 10월, 청주에서 소나무와 참나무를 두고 논쟁이 펼쳐졌다. 한국을 대표하는 나무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었다. 충북 환경교육 활동가대회에서 ‘두분토론’이라는 행사가 열리고 투표까지 진행하였다. 참나무 측, 소나무는 주로 양반이나 권력가들이 선호하던 나무이며, 참나무가 비록 잡목 취급을 받아왔지만 혁멱정 천이과정을 거쳐 숲의 주인이 되는 서민적 풍모를 닮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소나무 측, 권력의 비호를 받기도 하였지만 그만큼 생태적 특성과 쓰임새, 목재로서의 가치가 높았기 때문이며, 오히려 서민들의 삶에 속속들이 스며들어 우리 민족의 역사와 함께 해 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양반나무, 서민나무를 떠나 기득권을 내려놓을 수 있는 모습이야 말로 모두가 견지해야 할 덕목이라는 점이 부각되어 그때의 토론은 소나무가 우세승을 거두었다. 사실, 둘 다 한국을 대표하는 나무이다. 소나무 같은 선구적이고 헌신적 리더십과 참나무처럼 강인하고 대중적인 생명력을 지니고 살아간다면 무엇을 못하겠는가? 그것이 바로 코로나19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있는 ‘한국다움’의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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