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82] 주군의 마음을 잇다…논산 갈산리 곰솔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82] 주군의 마음을 잇다…논산 갈산리 곰솔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0.08.24 10: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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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사진 채원상 기자, 글 윤현주 작가] 충남 논산시 광석면 갈산리에는 충청남도 기념물 제27호로 지정된 곰솔 두 그루가 있다.

쌍군송(雙君松)이라 불리는 이 곰솔의 나이는 식재 연도를 통해 추정해 볼 때 370살 정도 된다.

쌍군송은 효종이 예조판서를 지낸 권육 선생에게 보낸 ‘마음’이다.

65세에 관직을 사퇴하고 고향으로 내려온 권육 선생은 2년 후, 67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다.

그의 죽음을 전해 들은 효종은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수원에 있는 소나무 묘목 두 그루를 보내 이곳에 심게 했다.

마을 사람들은 임금이 내린 한 쌍의 소나무를 황송히 여겨, 임금 군(君)자를 써 ‘쌍군송(雙君松)’이라 이름 짓고, 지금까지 살뜰히 보살피고 있다.

왕이 하사한 나무이기에 갖는 특별함도 있지만, 곰솔이 육지 내륙에서 서식한다는 것 또한 쌍군송을 특별하게 만드는 이유다.

곰솔은 바닷가를 따라 자라기에 해송(海松)이라 불리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중부 이남 해안이나 섬 지역에 주로 분포한다.

자연 상태에서 분포할 수 있는 북쪽의 한계선인 수원에서 옮겨 심었다는 것 또한 쌍군송의 의미를 더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효종은 많고 많은 나무 중 곰솔을 하사했을까?

소나무는 삶과 죽음을 모두 담고 있는 나무다.

생솔가지를 꽂은 금줄로 시작한 생은 삶이 끝나는 순간 소나무 관이 되어 한 사람의 일생과 함께 묻혔다.

그리고 무덤가에는 둥그렇게 소나무를 심어 고인의 혼을 달랬다.

삶과 죽음을 모두 함께한 것도 모자라 이승과 저승을 잇는 매개가 된 것이다.

효종에게 권육 선생은 소나무 같은 이가 아니었을까?

평생을 곁에 두고 싶었던 사람이었기에 그의 죽음이 더 애끓지 않았을까 감히 추측해 본다.

권육 선생의 묘 앞에 나란히 심었던 쌍군송은 370여 년이 흐르는 동안 각각의 위용을 뽐내며 자라났다.

같은 시기에 심었지만 한 그루는 키가 16m가 훌쩍 넘고, 다른 한 그루는 12m 정도다.

둘레 또한 차이가 난다.

그러나 크기 차이가 난다고 해서 나무의 가치가 달라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다름이 만들어 낸 조화가 쌍군송의 특별함을 더하고 있다.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남도청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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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 2020-08-25 09:14:00
충청도에도 이런 노송이 있었군요...소개해주신 기자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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