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석 칼럼》 전문가들의 사회적 역할과 시민사회의 무서운 힘에 대하여
- 최동석 인사조직연구소장
다른 교수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 지도교수는 제자가 학위를 마치고 떠날 때마다 마치 고승(高僧)이 제자를 속세로 하산시키면서 주는 화두(話頭)와도 같은 말을 해주곤 했다.
내가 귀국할 때도 그랬다. 그 말이 나에게는 너무나 강렬해서 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이 에피소드를 내 책에도 간단히 기록해 두었다.
---“공부를 마치고 귀국할 때가 되었다. 지도교수는 나에게 독일에서 일할 의향이 없느냐고 물었다. 원하면 추천서를 써 주겠다는 것이다. 잠시 고민하다가 한국은행으로 복귀하겠다고 했다. 아이들이 점점 우리말을 잊어가고 있었다. 독일로 이민 온 부모를 둔 2세대 젊은이들을 보면서 아이들의 정체성에 혼란이 오는 것도 염려가 되어 귀국하기로 결심했다. 교수가 나에게 해 준 말은 아직도 선명하다. ‘기업경영을 위한 영혼의 치유자’(Seelsorger für die Unternehmungsführung)가 되라는 주문이었다. 하지만 나는 지식을 조금 얻었을 뿐 그가 나에게 보여준 지혜의 깊이를 배우지 못한 채 귀국했다.”---
☞ 졸저 『인간의 이름으로 다시 쓰는 경영학』(2013, 21세기북스, 203~204쪽)
독일 교수들은 자신의 제자들, 특히 박사든, 의사든, 변호사든, 회계사든 특정 분야에서 전문직으로 일할 사람들에게 사회적 의무를 강조한다. 지금까지 배운 지식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사회의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가르친다.
독일 사회가 모든 면에서 안정적인 것은 남들보다 더 많은 부를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은 지식을 쌓은 사람들이 사회적 의무를 저버리면 안 된다는 것을 대학에서 교수들로부터 배우기 때문이다. 사회에 진출해서 어쩌다 개인적 일탈이 있으면 그것은 그것대로 처리하는 사회적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그래서 사회가 안정적이다.
이번 전공의들의 난동에 대한 교수들의 지지발언은 가히 충격적이다. 교수들이나 학생들이나 똑같은 놈들이다. 어찌 된게 우리나라에선 배운 놈들이 더 나쁜 짓을 한다.
우리 시민사회가 얼마나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어야 한다.
정부는 전공의들은 말할 것도 없고 교수들까지 의법 처리해야 할 것이다. 교수들이 뭘 가르쳤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올바른 사람이 되어야 올바른 의사도 되는 것이다.
교수님 같은 좋은 목소리들이 많이 나오길 바랍니다 김누리교수님도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