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미래통합당이 당명을 ‘국민의힘’으로 바꾸기로 했다. '국민의힘' 당이다.
4·15총선을 두 달 앞둔 2월 17일 보수진영 정치 세력이 하나로 뭉쳤음을 뜻하는 미래통합당으로 바꾼 뒤, 6.5개월여만에 간판을 바꿔 신장개업하기로 한 것이다. ‘코로나19’ 탓인지, 4.15총선 몰락 탓인지, 복합적인 사정에 따라 바꾸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31일 새 당명으로 ‘국민의힘’으로 낙점한데 대해 “가장 무난하다”며 “당명에 대해 여론조사를 많이 해봤는데 가장 많이 나온 것이 국민이었고, 우리나라 헌법 정신에도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이날 “함부로 도용하지 말라”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는 명백한 이름 훔치기다. ‘국민의 힘’이란 이름을 사용하지 말라”며 "새 당명 발표하면서 사용한 사진이라는데, 태극기 부대인가 연합기 부대 집회 사진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생활정치 네트워크 ‘국민의 힘’은 나와 많은 회원들이 2003년에 발족한 시민단체 이름으로, 내가 초대 공동대표를 맡았던 단체”라며 “17년 전 결성했던 우리의 시민단체 ‘국민의 힘’이 미래통합당의 새 당명으로 거론되는 것에 심히 유감이고 불쾌하다. 당신들은 이 이름을 사용할 자격이 없다”라고 소리쳤다.
이어 “미래통합당 세력은 국민의 힘에 의해 탄핵을 받았던 자유한국당의 후신 아닌가?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후예들 아닌가?”라고 묻고는, “’국민의 힘’에 의해 탄핵당한 세력들이 ‘국민의 힘’을 당명으로 사용하는 코메디가 어디 있느냐”며 매우 불쾌하다는 듯 갈퀴눈으로 째려보았다.
한 네티즌은 “영호남 강원, 충청 등 여러 지역에서 힘'은 '심'으로 발음된다”며 “이번에 ‘국민의힘’으로 이름을 바꾼다는데, 여기도 그리 읽는 게 맞을 것 같다”고 조크를 건넸다. 신박한 해석이다.
우리나라 국어에 있는 ‘구개음화’라는 음운법칙을 떠올린 것이다. ‘ㅣ(이모음)’나 ‘ㅣ(이모음)계’ 이중모음 앞에서 ‘ㅎ’이 ‘ㅅ’으로 바뀌는 현상으로, ‘형님’이 ‘성님’으로 발음되거나, '혀'가 '셔'로, ‘흉하다’가 ‘숭하다’로 발음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따라서 가장 민주적인 의미의 ‘국민의힘’이 지역에 따라 ‘국민의심’으로 발음돼, 자칫 “국민이 의심하거나 또는 거꾸로 국민을 의심하는 정당으로 오해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편 ‘국민의힘’(가칭)은 ‘3당 야합’이라는 비난 속에 출발한 민자당(1990년)으로부터 신한국당(1996년)-한나라당(1997년)-새누리당(2012년)-자유한국당(2017년)-미래통합당(현재)에 이르기까지, 당명만 무려 일곱번씩이나 바꾸는 진기록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