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정민지 기자] 지지난 주말, 하루를 마무리하던 중 한 통의 전화를 받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대전시 출입기자 중 한 명이 코로나19에 걸렸다는 소식이었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며칠 전 대전시청 내 기자실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날, 확진자와 같은 기자실에 있었고, 또… 내내 가까운 자리에 앉았었는데.’
30분 차이로 같은 식당을 방문했던 확진자 동선을 봤을 때도 뒷목이 다 서늘했었는데, 이번엔 아예 같은 장소에 몇 시간 동안 있었던 거다. 밀접접촉자가 분명했다.
설마-라고 생각하는 것도 잠시, 자연스럽게 최근 발자취를 짚어보게 됐다. 거기에 만났던 사람들 얼굴까지 빠짐없이 떠올리려 아닌 밤중에 애를 썼다.
놀랐던 마음이 진정되자 그제야 피부로 체감됐다. ‘아, 큰일 났구나.’
‘잠재적 감염자’란 의심
이튿날인 월요일 오전 대전시에서 연락이 왔다. 빠른 시간 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으란 내용이었다. 그리고 음성이 나오더라도 별도 통보가 있을 때까지 자가격리 부탁한다는 안내도 덧붙여졌다.
그 연락을 보니 더욱 실감이 났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얼른 관할 보건소로 전화해 코로나19 진단검사 예약을 잡았다. 빨리 잡는다고 잡았는데, 예약 잡을 수 있는 가장 빠른 시간은 오후 4시였다. 그만큼 검사 대상자가 많다는 얘기였다.
자가격리는 그날 검사를 받고 집으로 돌아온 후, 그제야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격리 대상이 된 내게 허용된 곳은 방 한 칸이었다. 혹시 모를 전염 위험에 대비해 가족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해야 했기 때문이다.
같은 지붕 아래 있어도 가족과 편히 대화할 수 없었다. 나는 ‘복불복 시한폭탄’이란 생각이 들어서다.
포근한 보금자리였던 집은 순식간에 차가운 격리시설이 돼버렸다.
공포심은 상상력을 불러오고, 상상력은 예민함을 끌어냈다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방에 격리돼 있으니 온갖 생각이 들었다. 생각 끝에 드는 감정은 마구잡이로 뒤섞였다.
미지의 바이러스, 코로나19로부터 오는 공포심은 단순히 ‘무섭다’로만 끝나는 게 아니었다.
나도 확진자가 될 수도 있다는 원초적인 불안감, 나와 접촉했던 사람들이 나로 인해 감염될 수도 있다는 죄책감 등은 자연스럽게 예민함으로 이어졌다.
치료제와 백신이 없는 감염병에 걸렸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적 낙오자가 될 것만 같은 처절한 감정까지 느껴졌다.
‘확진 판정’이 아닌 단순히 ‘자가격리 대상’이 됐을 뿐인데도, 기분은 순식간에 땅바닥으로 내리꽂혔다.
코로나블루. 나와는 그다지 가깝지 않은 단어라 생각했는데 자가격리 며칠 만에 그 뜻을 여실히 느끼게 됐다.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 누구나 될 수 있음에도.
확진되고자 나서는 이 아무도 없다. 대부분의 확진자들은 억울함과 동시에 죄책감을 호소한다고 한다. 그런 이들에게 손가락질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확진자가 전국적으로 속출하는 상황 속에서도, 마치 다른 나라 이야기인 양, 개인의 여가와 유흥을 즐기는 사람들은 여전히 즐비하다.
당장 프랜차이즈형 카페와 술집을 막으니, 앉아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빵집과 편의점 앞 테이블은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현재 전국 누적 확진자는 2만 명을 돌파했다. 타 시·도에 비해 잠잠하다고 하던 대전도 누적 확진자가 300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너무도 당연했던 일상은 추억으로만 남겨지고, 사람 간 유기적인 관계는 불신으로 버석하게 말라붙는 날이 올 수도 있다.
기침하는 사람을 보는, 마스크 위 빼꼼 나온 눈빛이 날 서있다. 말을 걸어오며 마스크를 턱으로 내리는 손짓이 거슬린다. 성큼 다가오는 거리가 부담스럽다.
만난 지 1년도 안 된 코로나19란 바이러스가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
격리가 해제된 지금, 마음이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