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의 세상읽기] 대전시 건설‧개발비리, 2005‧2020년 여름
[김선미의 세상읽기] 대전시 건설‧개발비리, 2005‧2020년 여름
2005년. 초유의 시 본청 압수수색, 조직적이고 관행적인 대형 건설비리 사건
2020년. 개발정보 거래 공무원 포함 무더기 기소, 그럼에도 안이한 대전시
  • 김선미 편집위원
  • 승인 2020.09.0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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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언론인
김선미 언론인

[굿모닝충청 김선미 편집위원] 2005년 8월25일. 딱 이맘때다. 대전시청은 충격에 휩싸였다. 

충남경찰청이 대규모 수사관을 이끌고 예고도 없이 광역시청의 위용을 자랑하는 대전시 둔산 신청사에 들이닥친 것이다. 그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대전시 공무원과 건설업체와의 뇌물 상납고리의 실체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둔산 신청사 덮친 대전시 공무원과 건설업체와의 뇌물 상납고리 

건설관리본부 공무원 1명이 뇌물비리 혐의로 이미 구속됐고 다른 1명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터라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예상치 못했던 본청 압수수색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시 공무원들은 아연실색했다. 

베일을 벗은 공무원과 건설업체 간의 검은 커넥션은 상상 이상이었다. 그해 대전시는 한 달에 한 번꼴로 대형 스캔들이 터져 나오는 등 유난히 건설비리가 줄을 이었다. 하지만 파장은 대전시청발 건설비리와는 비할 바가 아니었다. 대전시청과 대전의 대표적인 건설사를 비롯 국내 굴지의 건설사들과 하청업체들이 줄줄이 압수수색을 받았다. 

수사대상에 오른 건설사들은 대전시 지하철, 대전문화예술의전당, 동서관통도로, 동부순환도로 공사 등 대전시에서 건설되고 있는 굵직한 공사를 맡은 업체들이었다. 건설본부 일부 공무원들이 대전시 공사를 수주한 이들 8개 건설업체로부터 마치 월급을 받듯 수십 차례 뇌물을 받은 것이다. 

대전 대표적 건설사를 비롯 국내 굴지의 건설사 줄줄이 압수수색

드러난 뇌물 액수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단순 개인비리 차원을 넘어 비리가 수년에 걸쳐 조직적이고 관행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심지어는 시청 주차장에서까지 뇌물을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나 말문을 막히게 했다. 

전대미문의 건설비리에 당시 시장은 부시장의 사과에 이어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들에게 공개사과를 했다. 하지만 대전시에 대한 신뢰는 이미 추락했고 후폭풍은 거셌다. 장기간에 걸친 조직적 비리는 시민들로 하여금 세금으로 추진되는 수많은 대전시 공사발주와 인허가, 관리감독에 대해 의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부끄러움과 비난은 업무에 충실한 애꿎은 대다수 공무원들의 몫이었다. 아마 대전시로서는 두 번 다시 거론하고 싶지 않은, 지우고 싶은 오욕의 흑역사일 것이다. 

도안 2지구 개발 둘러싼 비리 수사 일단락, 되풀이 되는 흑역사

지난 31일 검찰은 대전 지역사회에 충격을 안긴 대전 도안지구 개발사업 인허가 관련 비리 수사를 종결하고 공무원을 포함해 외부 도시계획위원 등 9명을 기소했다. 뇌물사건과 관련 근래에 보기 드문 규모다. 

도안지구 개발사업 정보를 업자에게 넘기고 뇌물을 받은 혐의다. 이로써 한 시민단체에 의해 지난해부터 제기됐던 도안2지구 개발을 둘러싼 비리 의혹 수사는 일단락된 셈이다.
 
재판을 통해 최종적으로 유무죄가 가려지겠지만 이번 건설비리 파장은 대전시가 2005년에 이어 다시 한번 부패도시로 낙인찍힐 만한 사건이다. ‘부패제로‧클린대전’의 ‘반부패 청렴대책도 구두선으로 만들었다. 

15년 전의 사건을 소환하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05년과 비교해 다행한 것은 조직적 비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또 대전시로서는 코로나19 사태에 가려 사건 자체의 파장이 축소되면서 비난의 뭇매를 피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조직적 비리가 아니라는 점 그나마 다행, 그렇다고 면죄부는 아니다

대전시는 2005년 사건에서 어떤 교훈을 얻고 그동안 비리부패 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해 어떤 조치를 취했고, 관리감독을 제대로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허태정 시장은 지난달 공무원이 구속되자 “시민들에게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공무원 독직 사건에 대한 예방대책 마련을 주문하고 “재발방지 차원의 제도·환경개선”을 지시했다. 

이게 다다. 업체 관련자를 제외한 전‧현직 공무원 4명을 포함 도시계획위원 등 6명이 무더기로 기소됐는데도 재발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 절치부심의 각오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 무더기 기소된 이번 개발비리 사건을 너무 안이하게 보는 것은 아닌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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