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사람은 이름대로 산다’는 흔하면서도 의미심장한 말이 있다. 작명(作名)의 중요성을 내포하는 말이다.
미래통합당이 최근 당명을 ‘국민의힘’으로 바꾸기로 하면서, 뿌리인 1990년 민자당부터 역산할 경우 무려 일곱번째 이름을 바꾸게 됐다. 더 거슬러 올라가 1951년 자유당부터 계산하면, 딱 열번째 바꾼 셈이 된다. 정당이 이름대로 잘 안 굴러갔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2일 국민의힘 김태흠 의원이 뉴스메이커로 떠올랐다. 그런데 좋은 일이 아니라, 그 반대의 일로 입방아에 오르게 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국민의힘이라는 새로운 당명에 대해 “추구하는 가치적 측면에서 오히려 통합당보다 후퇴했다”며 영 마뜩잖아 했던 탓인지, 이날 운영위 초반부터 유난히 날카로워 보였다.
발단은 ‘끼어들기 언쟁’이었다. 이날 김 의원은 청와대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을 향해 국무위원 인사의 적절성 등을 따져 물었다. 이 과정에서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이 김 의원 주장을 반박하는 말을 했고, 김 의원이 “끼어들지 마세요, 초선이…”라며 짜증을 냈다. 재선인 김 의원을 초선으로 잘못 말한 것이다.
돌발상황은 다음 순서인 민주당 신현영 의원 질의 시간 중 벌어졌다. 발언 중에 자꾸 끼어드는 것을 못마땅해 했던 김태흠 의원이 김진애 의원 뒤로 가서 등을 툭하고 터치한 것이다.
이에 김진애 의원이 “국회는 어디까지나 말로 하는 곳인데, 어디 와서 국회의원이 다른 의원에게 손을 대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김태흠 의원은 자신의 행동을 ‘인기척’이라고 주장하며 “짧은 제 질의시간 중 훼방을 놓는 것도 아니고 두세 번씩이나 끼어들어, 다른 분 질의시간에 조용히 가서 말하려 했다. 다만 제 말을 듣지 못하길래, 살짝 인지할 수 있도록 (손을) 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진애 의원은 “성폭력은 느끼는 사람의 기준이 중요하다고 들었다. 제가 이 사안을 성폭력이라고 부르진 않을 것이지만, 다만 모르는 사이에 누가 와서 살짝 건드리는 것도 아니고, ‘떠들지 마라’며 등 뒤를 쳐 모욕감을 느꼈다”고 맞섰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제가 여자가 아니었다면 절대로 그러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불쾌한 얼얼함이 남아 있다”고 분을 삭이지 않았다.
순간 회의장은 “모욕, 폭행, 또는 성희롱도 될 수 있는 사안”(민주당)이라며 사과를 요구하는 쪽과, “끼어들기 자체가 부적절했다”(국민의힘)며 김태흠 의원을 두둔하는 쪽으로 엇갈리는 등 논란에 휩싸였다.
결국 사태는 정회 후 김태흠 의원이 “인기척을 냈는데 보지 않아 살짝 어깨에 손을 대려고 했던 것인데, 불쾌하셨다면 사과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에 김진애 의원이 “공개적으로 사과하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쿨하게 수용하면서 해프닝은 끝났다. 그러나 김 의원은 퇴근 후 겉옷을 세탁기에 넣고 돌렸다. "공개적인 사과라서 받아들이긴 했지만, 습격당한 느낌에 불쾌감이 여전히 얼얼하다"는 이유에서다.
김 의원으로서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저지른 순간의 실수로 본의 아니게 불명예를 안게 됐다.
한편 김 의원의 한자이름은 ‘金泰欽’이다. 성(姓)이 ‘김(金)'씨고, 본명이 ‘태흠(泰欽)’이다. ‘태흠(泰欽)’이라는 한자는 ‘크게 공경 또는 존경 받을 사람’이라는 뜻이 담겨 있는 아주 훌륭한 이름이다. 그런데 여기서 마지막 ‘흠(欽)’이라는 한자어에는 ‘삼가다(몸가짐이나 언행을 조심하다)’라는 뜻도 함께 숨어 있다. 동시에 언행을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는 이름이기도 하다.
논리에선 뒤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