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우의 환경이야기] 물, 흐르는 대로
[염우의 환경이야기] 물, 흐르는 대로
염 우 (사)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청주새활용시민센터 관장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0.09.04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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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천은 청주시민의 것이다', 환경운동가들이 청주 무심천내 구조물 증설에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무심천은 청주시민의 것이다', 1997년 지역 환경운동가들이 청주 무심천내 하상도로를 비롯한 구조물 증설에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벌이는 모습.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인류가 직면한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환경 문제는 이제 전문가들만의 고민이 아니다. 오늘을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지혜를 모아 실천하고 이겨내야 할 문제다. 이에 굿모닝충청은 충북 환경운동의 역사로 불리는 풀꿈환경재단 염우 상임이사로부터 환경의 중요성과 더불어 우리지역에서 진행돼온 환경운동의 현실과 앞으로 실천해야할 과제 등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모두를 이롭게 하지만 공을 다투지 않고 더욱 낮은 곳을 향해 흐른다. 물이 지니고 있는 부쟁의 철학과 겸손의 미학을 담은 멋진 말이다. 나는 올해 초에 새해 다짐을 ‘물 흐르는 대로’라고 정했다. 물은 ‘뚫고’ 흐르지 않는다. 막히면 돌아가거나 채운 뒤에 넘어간다. 핵심은 ‘뚫는’ 것이 아니라 ‘흐르는’ 것이다. 오랜 기간 ‘돌격 앞으로’ 방식으로 환경운동을 펼치다 보니 지치기도 하고 부딪히는 경우도 종종 있다. 기다리거나 돌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 어차피 코로나19로 인해 계획했던 일들에 대한 손실과 차질은 불가피한 상황이지 않은가? 

그런데 요즘은 물이 제대로 성난 모양새다. 50일 넘게 지속된 장마와 전국을 강타한 폭우, 강도 높은 태풍을 겪으니, 물이 만물을 이롭게만 하는 것 같지 않다. 부쟁의 철학과 겸손의 미학은 보이지 않는다. 1만여년 넘게 유지되어 온 물 순환 체계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지구의 평균 기온 1도가 높아지면 증발량이 7% 증가하고 대기 중의 수중기 양이 많아진다. 그로인해 비의 양과 시기가 바뀌고, 바람의 방향과 세기도 변한다. 기상 이변이 속출하고 더 이상 24절기와 일기예보가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 그야말로 물은 홍수가 되어 모든 것을 뚫어버릴 기세지만, 물에 대한 이해가 절실한 시점이다.  

물은 산소와 수소로 이루어진 아주 흔한 화합물이고 색과 맛과 냄새가 없다. 물은 생물체를 구성한다. 인체의 75%, 동식물의 60~90%, 미생물의 95%가 물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이 생활하는데 하루 7.5~15리터 가량의 물이 필요하다. 농경과 산업 활동을 위해서도 용수는 절대적이다. 그래서 생명의 물이라 부른다. 물은 지구 표면의 3/4을 덮고 있으며, 강물, 지하수, 바닷물의 형태로 존재한다. 온도에 따라 수증기나 얼음 상태로 변한다. 지표면의 물이 증발하여 수증기가 되고, 대기 중 수증기가 응축되어 구름이 되며, 구름은 비와 눈이 되어 다시 지표면에 내린다. 이렇게 순환하며 기후를 형성하고 지형을 변화시킨다. 수주합이원각이(水主合而原角李)라는 말이 있다. 물은 저마다 다른 곳에서 시작하여 서로 합쳐진다는 뜻이다. 물방울이 모여 도랑이 되고 도랑이 모여 하천이 된다. 하천은 물이 흐르는 통로이며, 유역은 물이 모이는 공간이다. 물은 스스로 모이지만 모으는 역할도 한다. 생명을 모으고 낳고 기른다. 하천은 생명의 요람이며 유역은 생명체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다. 사람도 모은다. 작은 내(川)를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되고 큰 강(河)을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된다. 하천은 문명의 젖줄이고 유역은 동질적인 생활문화권이다. 

앞서 물과 하천의 소중함을 살펴보았는데 문제가 심각하다. 상생의 자원이자 공간이었던 물과 하천은 산업화와 도시화, 인구증가로 인해 어느덧 사람에 의해 독점, 개조되고 훼손되었다. 수질오염, 무분별한 개발, 생태계 파괴, 물 부족과 물을 둘러싼 분쟁이 초래되었다.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과 폭우 등 재난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망가진 후에야 물과 하천을 잘 지키고 가꾸고 관리하는 일이 활용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임을 깨닫기 시작했다. 그것은 우리 고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청주와 충북지역에서 금강 유역을 중심으로 펼쳐졌던 하천보전활동의 네 가지 사례를 살펴볼 것이다. 

첫 번째는 청주의 도심하천인 무심천에 대한 자연형하천 복원운동 사례이다. 하상구조물 조성에 제동을 건 중요한 사건이었다. 1990년대 중반, 여름철에 소나기가 내리고 나면 물고기들이 집단으로 폐사하는 사건이 반복적으로 발생하였다. 원인을 분석한 결과, 하천부지 내에 과도하게 들어선 인공구조물 때문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뜨겁게 달궈진 하상도로나 주차장에 내린 빗물이 하도로 유입되게 되면 용존산소가 줄어들어 물고기들이 질식사를 당하게 되는 것이다. 1997년 무심천의 마지막 하상주차장과 하상도로를 중설하는 공사가 강행되자 환경단체들과 시민들이 강력한 반대운동을 펼쳤고, 이를 계기로 무심천을 자연형하천으로 복원하기 위한 도시하천살리기운동이 본격화되었다. 불과 몇 년 뒤 무심천 종합계획 수립과 함께 하상주차장은 단계적으로 철거되기 시작했고, 85% 이상의 면적이 복원되었다. 2013년 중복 설치된 하상도로 구간에 대하여 ‘100일간의 차량통제 실험’을 거쳤고, 2017년에 1.2㎞의 중복구간 전체를 철거하였다. 이후 수중보 조성 논란, 자전거도로 증설 갈등 등 여러가지 위기를 극복하였다. 현재 무심천은 1급수의 수질을 유지하고 있으며, 자연하천의 지표동물인 수달이 서식하고 있다. 또한 많은 시민들이 휴식과 문화를 즐기는 공간이 되었다.  

두 번째 사례는 충청권의 상수원인 대청호와 금강 유역에 대한 물환경보전운동이다. 2000년 전후 용담댐 용수배분을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고 금강수계 물관리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과정에서 금강유역의 연대와 협력활동은 본격화되었다. 2002년에 환경단체와 수자원공사 등 수많은 기관과 단체, 마을이 참여하는 수질개선 실천협력 거버넌스 기구인 ‘대청호보전운동본부’를 결성하였다. 보은·옥천·영동 등 대청호 상류지역에 주민들이 참여하는 금강하천감시센터를 운영하였다. 당시에는 ‘적과의 동침’이라는 표현을 썼을 만큼 파격적인 일이었다. 2009년에는 상생의 금강유역 공동체 실현을 목적으로 민간단체들의 연대기구인 ‘금강유역환경회의’를 결성하였다. 40여개 물·환경단체를 망라하여 결성하였는데 나는 초기 4년 동안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처음에는 청주충북환경연합에 사무국을 두었으나 지금은 대전에 독립적인 사무국을 운영하고 있다. MB정부의 4대강사업이 강행되기 직전까지 금강유역환경회의와 금강유역환경청은 금강환경지킴이 운영, 민간단체 수질보전활동 지원사업 운영 등 정책협력을 활발히 전개했으며, 현재까지 금강유역환경포럼을 주관하고 있다. 최근 수중보 처리 등 4대강 재자연화를 위한 활동에 있어서도 금강유역이 선도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다.

세 번째 사례는, 한반도운하와 4대강사업에 대한 반대운동이다. 2008년 MB정권이 추진한 한반도운하 구상은 사상초유의 국토파괴 사업이었으며 전국 곳곳에서 시민단체, 종교계를 망라한 범국민적 반대운동을 촉발시켰다. 충북지역에서도 ‘한반도운하반대충북도민행동’을 결성하였으며, 주로 운하 연결구간인 백두대간 탐방안내를 주도하며 운하가 왜 산맥을 뚫고 갈수 없는지 알려내었다. 이후 한반도운하 사업을 4대강사업으로 변경하여 강행하였고, 충북지역에서는 ‘4대강사업저지충북생명평화회의’로 맞섰다. 4대강사업 전면 재검토 약속 이행을 촉구하며  충북도민 160만배 이어가기 운동을 펼쳤으며 민선5기 충청북도와 갈등이 불거졌다. 특히 천연기념물 454호로 지정된 미호종개의 마지막 집단서식지가 위치한 백곡천의 백곡저수지둑높이기사업 추진 여부가 쟁점으로 부각되었다.

미호토피아 계획도.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미호토피아 계획도.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마지막 사례는, 최근 5~6년 동안 집중적으로 전개하여 하천유역활동의 모범적 사례로 부각되고 있는 미호강 상생협력운동이다. 통합청주시 출범과 세종특별자치시 조성으로 미호강의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되었다. 미호강은 금강 본류 수량의 60% 가량을 공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BOD가 4ppm을 초과하는 등 수질은 좋지 않다. 풀꿈환경재단은 2015년 대청호 상류지역에서 진행했던 경험을 토대로 ‘주민참여 유역통합관리체계 구축방안’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이를 통해 유역관리 3.0개념을 정립하였다. 이후 충북·청주·세종지역의 여러 기관과 단체들과 함께 ‘미호강 상생협력 2020 프로젝트’라는 자발적 물환경 개선운동을 전개하였다. 소로천가꾸기사업을 시작으로 주민참여형 하천모니터링, 미호강 종합탐사, 미호종개야 돌아와 캠페인, 유역협의회추진위원회 발족, 함께미호강가꾸기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2017년에는 미호종개와 황새가 다시 돌아와 함께 사는 ‘상생의 미호토피아’ 비전도 발표하였다. 이 때부터 미호천을 미호강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남은 과제가 더욱 많지만 ‘미호강’을 지역사회의 핵심의제로 부각시키는 것은 성공한 셈이다.  

유역은 몸, 하천은 핏줄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도시와 지역의 환경을 가꾸는데 있어 하천을 돌보는 일은 중요하다. 하천을 돌본다는 것은 자연과 사람이 조화롭게 살던 원래의 모습으로 회복시켜 나가는 일이다. 우리는 경험을 통해, 하천의 또 다른 주인은 물고기와 같은 ‘생명들’이라는 것을 인식했다. 하천 관리의 목적과 방향은 사람과 자연의 ‘상생’이며 유역 관리의 방법은 주민들의 ‘참여’와 사회집단 간의 ‘협력’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더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물 흐르는 대로 놔둬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성난 물도 제 모습을 찾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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