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닥치고 피해자중심주의’에서 비롯된 ‘무조건 피해자 중심’ 사과”
〈경향신문〉…”’닥치고 피해자중심주의’에서 비롯된 ‘무조건 피해자 중심’ 사과”
  • 정문영 기자
  • 승인 2020.09.05 14:1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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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은 4일자 인터넷 판에서 “7월29일 게재한 '박재동 화백 (이하 중략) 미투 반박' 기사와 관련해 독자와 피해자 A씨에게 사과드립니다”라는 ‘사고(社告)’를 냈다./굿모닝충청 정문영 기자〉
〈'경향신문'은 4일자 인터넷 판에서 “7월29일 게재한 '박재동 화백 (이하 중략) 미투 반박' 기사와 관련해 독자와 피해자 A씨에게 사과드립니다”라는 ‘사고(社告)’를 냈다./굿모닝충청 정문영 기자〉

[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경향신문〉이 4일 오후 ‘사과드립니다’라는 기사를 내며 납작 엎드렸다.

〈경향신문〉은 이날 인터넷 판에서 “7월29일 게재한 박재동 화백 (이하 중략) 미투 반박〉 기사와 관련해 독자와 피해자 A씨에게 사과드립니다”라고 ‘사고(社告)’를 냈다.

“기사 중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유발하는 내용이 있고, 사적인 SNS 대화 내용을 임의로 편집하는 등 경향신문 성범죄 보도준칙을 위반해 4시간 뒤 기사를 삭제했습니다. 경향신문은 인사위원회를 열어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 대한 징계를 결정했습니다.”

정직 4일째를 맞던 강진구 기자는 이날 난데없는 사과보도에 분노와 허탈감을 지울 수 없었다. 지난 8월3일 카톡대화에서 “공개사과는 섣불리 할 수 없다. 만약 그런 결정이 난다면 그전에 반드시 강 기자의 의견을 참고하겠다”고 했던 편집국장이 언제 그랬냐는 듯 일방적으로 공개 사과해 버렸기 때문이다.

“5일 새벽 한 지인이 링크해준 공개사과문 기사를 보고 나서야 회사의 무단송고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 강 기자는 즉시 편집국장에게 따졌다.

“사과할 땐 나한테 의견 구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10여분후 국장으로부터 전혀 예상 밖의 답변이 왔다.) “그쪽에서 공개사과 요구하고 있다고는 했는데 강 부장 의견 구하기로 한 것 같지는 않다” (할 수 없이 예전 카톡대화를 캡처해서 보냈다.) “(그제서야 국장은) 미안한다. 내가 한 말을 기억하지 못했다."

강 기자는 “한마디로 나와 사전 협의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은 미안하지만, 피해자의 강력한 사과요구가 있었고 회사내부 정식 절차를 밟아 사장과 편집인의 결재를 거쳐 기사를 내보낸 만큼 내 의견 따위는 중요치 않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요컨대, 철저하게도 ‘닥치고 피해자중심주의’ 연장선에서 비롯된 ‘무조건 피해자중심 사과’로 이어졌다는 이야기다.

그는 “제 기억에 경향신문이 회사이름으로 자사 기사에 대해 공개사과한 것은 2009년 노무현 대통령 서거 당시 ‘무죄추청의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겠다’고 다짐한 이후로 거의 처음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기억했다.

“과연 사측은 이OO작가의 공개사과 요구가 어떤 면에서 노 대통령 서거 시 사과문을 발표할 때와 마찬가지로 그렇게 심대하고 중차대한 사안으로 판단했는지 의문이 든다. 또한 사측은 박 화백과 관련한 기사가 사실관계가 명확해졌다고 판단한 것인지, 누가 진정한 피해자인지 확신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아무리 살펴봐도 자신의 기사에 공정보도를 해칠만한 구석을 도무지 발견할 수 없다며 다시 되새겼다.

“기사는 박 화백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는 이OO작가가 택시 안에서 재차 주례를 간청했다는 녹취파일이 가장 핵심적인 증거로 언급됐다. 피해자는 새로운 증거가 제시되자 ‘최초 성추행 당시는 이게 성추행인가 아닌가 긴가민가했다’고 말을 바꿨고, 이를 통해 최초 박 화백으로부터 ‘치마밑으로 손이 들어오는 끔찍한 성추행을 당해 정신이 나갔다’고 했던 이OO작가 진술의 일관성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했다. 또한 박 화백의 만화계내 영향력과 위계적 구조를 인정한다더라도 그런 끔직한 성추행을 당하고도 이 작가가 재차 주례를 부탁한 것은 경험칙에 비춰볼 때 합리적이지 않다. 경험칙 상 재차 주례를 부탁하지 않았다고 박 화백이 이 작가를 서운하게 생각하거나, 재차 주례를 부탁해야 박 화백과 좋은 관계가 유지될 것이리고 믿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더구나 SBS보도 직후 ‘판은 내가다 깔아주고 자기(박 화백과 갈등관계였던 당시 윤OO 만화협회 회장)는 춤만 추면 되는데 그걸 못하네’ 등 ‘기획미투’를 의심케 하는 카톡대화도 발견됐다. 대법 판례에 비춰볼 때, 피해자 진술의 진실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할 만한 3가지 요건이 모두 발생했고, 저는 독자들이 이 사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피해자의 반론까지 충실히 반영해서 기사를 내보냈던 것이다.”

그는 “정확한 사실관계에 대한 파악노력이나 해당 기자의 소명을 들어볼 것 없이 ‘무조건 피해자에게 사과부터 하고 보자’는 경향신문의 태도는 기사삭제 당시 ‘무조건 피해자편을 드는 것이 우리가 정한 원칙’이라는 편집국장의 발언과 정확히 궤를 같이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경향신문은 이번 공개사과문을 통해 사실보도와 공정보도라는 언론사로서 기본책무를 저버리는 치명적인 우를 범했다”며 “동시에 피해자 인권보호를 위해 기자의 인격권은 무시해도 좋다는 선례를 남겼다”고 꼬집었다.

특히 “이를 통해 향후 경향신문 기자들은 미투사건 발생시 ‘검증’이라는 기자의 기본책무를 저버린 채 피해자 주장을 받아쓰기 급급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피해자 주장에 합리적인 의문이 제기되더라도, ‘잘못하면 강진구 된다’는 생각에 기사는 물론 입도 뻥끗하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리고는 빅토르 위고가 《레미제라블》에서 묘사했던 표현을 인용, “경향신문은 ‘한낮에도 해를 향하고 있는 부엉이들의 학교’가 될 것”이라며 한숨지었다. 밝은 빛에 드러난 진실보다 어두운 공간에서 맹목적 믿음과 연대를 강요하는 부엉이학교를 비판하면서 했던 위고의 말이다.

한편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경향신문의 몰락은 이미 예고되었고 진행 중”이라며 “도대체가, 피해를 주장하는 당사자의 진술이 엇갈린 지점에 대한 질문을 전혀 하지 않았다. 이는 언론의 진실추적 기능을 스스로 닫아버린 태도로, 규탄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고 후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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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구 2020-09-05 19:54:54
정문영 기자님 연대에 항상 감사드립니다

루탄 2020-09-05 17:26:40
굿모닝충청 같은 정론지가 얼른 커서 대한민국의 이정표가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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