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진명의 문화산책]  끊길 위기에 놓인 활 풍속3
    [정진명의 문화산책]  끊길 위기에 놓인 활 풍속3
    1970년 들어 사라진 활 백일장 복원 필요…활터, 사격장 아닌 전통문화 현장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0.09.17 13:3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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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평택 들녘에서 열린 경자년 활백일장 모습. 사진=온깍지활쏘기학교/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2019년 평택 들녘에서 열린 경자년 활백일장 모습. 사진=온깍지활쏘기학교/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문화재청이 전통 ‘활쏘기’를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했다. 활쏘기를 하는 전국의 2만여 국궁인에게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활터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법과 사풍 등의 활쏘기가 오천년 역사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굿모닝충청은 전통활쏘기를 연구하고 계승해 가기위해 노력하고 있는 ‘온깍지활쏘기학교’ 정진명 교두의 활쏘기의 현실과 문제점, 대안 등을 연재한다. 지난회 ‘끊길 위기에 놓인 활 풍속2’에 이어 일곱 번째로 ‘끊길 위기에 놓인 활 풍속3’이 이어진다./편집자 주 

    [정진명 온깍지활쏘기학교 교두] 앞서 살펴본 편사와 한량놀음이 지배층인 양반사회에서 전해온 것이라면, 일반 백성들 사이에서 성행한 활 풍속도 있다. ‘활 백일장’이 그것이다. 

    활 백일장은 이미 끊겼다고 봐야 할지, 아니면 아직 희미하게나마 생명줄을 겨우 붙잡고 있다고 봐야 할지 판단하기가 참 어렵다. 왜냐하면 경기도 지역에서 그네타기와 씨름처럼 성행하던 것이 1970년대 들어 완전히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활 백일장 풍속은 끊어진 것이 된다. 

    하지만 활 백일장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전해준 이야기가 있고, 그것을 활용하여 30여 년 만에 활 백일장 놀이를 하고, 그 놀이를 보존하기 위하여 단체를 꾸린 곳이 있다. 경기도 평택지역을 중심으로 꾸려진 ‘활백일장계승회’(회장 정만진)가 그것이다. 이것은 활 쏘는 당사자들이 만든 모임이고, 실제로 옛날과 똑같이 몇 년째 놀고 있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한 사건이다. 이렇게 본다면 활 백일장은 그 모임의 이름대로 계승되는 중이라고 봐야 한다. 

    경기도 지역의 활쏘기는 특수성이 있다. 평야 지대이고 서울에 식량을 대는 창고 노릇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농번기에는 활쏘기를 할 수 없다. 농사를 짓는 틈틈이 활쏘기를 동네별로 즐기는데 주로 대회는 단옷날이나 농한기인 겨울에 열렸다. 활터도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가을걷이가 끝난 들판이 곧 그 동네의 활터 노릇을 했다. 앞서 ‘정간배례’를 두고 그것이 해방 전부터 있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렇다면 건물 없이 논바닥에서 활을 쏜 동네별 활터는 도대체 어디가 정간이고 어디에 대고 폴더인사를 해야 하는가 반문해보면, 정간배례에 대한 집착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황당무계한 것임이 저절로 증명된다.

    활 백일장의 방법은 이렇다. 어느 지역의 활터에서 통문을 각 지역으로 돌려 활 백일장을 한다고 하면,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드는데, 덩달아 난장이 선다. 보통은 5일 정도 한다. 예선전과 비교전으로 나뉘는데, 예선전에서는 윷놀이처럼 동 다는 방식으로 한다. 즉 비교권이라는 표를 돈 내고 구하여 1순을 쏘는 것이다. 돈만 내면 얼마든지 쏠 수 있다. 1중을 하면 5등 비교전에 나갈 수 있고, 2중을 하면 4등, 3중 하면 3등, 4중 하면 2등, 5중 하면 1등 비교전에 참가할 수 있다. 과녁 거리나 과녁 크기는 주최 측에서 멋대로 정한다. 예선전에서 많은 사람의 참가를 유도하기 위해 과녁을 헝겊으로 엄청 크게 만든다. 사람들은 1등 비교전에 나가기 위해 여러 차례 도전한다. 

    3일 뒤 비교전에서는 5위 비교전부터 한다. 여기서는 우승자가 5위를 한다. 예선전과 달리 비교전에서는 과녁 크기도 확 줄이고 거리도 한결 멀게 놓는다. 정해진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주최 측이 오직 결과만을 내기 위하여 멋대로 결정한다. 이런 식으로 4위전, 3위전, 2위전을 하고 마지막으로 1위 비교전을 한다. 이 때면 동네별로 응원하기 위해 풍물패는 물론이고 동네 사람들이 거의 다 나와서 흥겹게 응원을 한다. 씨름이나 그네타기와 똑같은 풍경이다. 집궁 경력 80년이라는 신기록을 세운 장석후 옹은, 장단 출신으로 젊어서 씨름판과 활 백일장에서 동시에 장원을 한 적도 있다고 자랑했다. 상품으로는 주로 송아지를 주었고, 그 다음으로 많은 상품이 재봉틀이었다. 등위에 따라 각기 다양한 상품을 준다. 쌀, 삽, 비료, 양동이 같은 것을 주었다. 

    ‘활백일장계승회’에서는 매년 한겨울인 2월에 평택 들녘에서 활 백일장을 치른다. 보통 활터에서만 대회를 치른 경험이 있는 활량들이 활 백일장에 참가하고 나서 꼭 하는 말이 있다. 표를 무한정으로 살 수 있어서 묘하게 승부욕을 자극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한두 번만 쏘고 말겠다고 다짐을 해도 시수가 좋지 않으면 지갑을 열어서 자꾸 표를 사게 한다면서 웃고는 한다.

    편사와 마찬가지로 활 백일장에도 기공이 동원된다. 많은 사람을 동원하기 위하여 소리꾼과 악공을 동원하여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때 사용한 악기는 삼현육각이고, 소리는 편사에서 한 획창이다. 삼현육각은 북, 피리, 해금, 장구, 대금을 말한다. 피리가 둘이기 때문에 악기 수는 여섯 가지가 되는 셈이다. 

    활터의 활과 화살. 사진=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활터의 활과 화살. 사진=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활터는 1000년의 풍속이 살아있는 곳이다. 활터에서 무심코 하는 행위와 절차가 1000년 내력을 지닌 것들이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그런 전통문화의 소중함을 자각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풍속사를 전공한 학자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어쩐 일인지 편사에 관한 보고서는 지금까지 단 한 편도 학계에 제출된 적이 없다. 디지털 국궁신문과 『국궁논문집』에서나 한두 차례 특집으로 다룬 적이 있는 수준이다. 온 세상이 이렇게 한결같이 무심하다는 것이 2020년의 한국에서는 예수 부활의 기적만큼이나 놀라운 현상이다. 풍속은 누가 끊는 것이 아니라 이 무심함 때문에 저절로 시들어버리는, 그런 것이다. 

    지금까지 몇 차례에 걸쳐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활쏘기’에 대해 활터 내부의 상황을 점검해보았다.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은, 그 대상을 문화로 보아야 함을 또렷이 하는 행위이다. 활터는 체육이면서 전통문화이다. 하지만 지난 세월 활터는 전통문화를 버리고 사격장으로 전락했다. 활터 구성원들 자신이 활터의 모든 풍속을 귀찮아하며 내다 버리고 오로지 과녁 맞히는 쪽으로만 몰두해왔고 협회는 이를 조장했다. 이번 2020년 7월 30일의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은 이런 관행이 크게 잘못된 것임을 천하에 선포한 셈이다. 따라서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이후의 활터에 대한 정책은 체육 단체가 아닌 문화 보존 단체에서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 그것만이 꼬리뼈처럼 희미해진 활터의 전통문화를 살리는 길이다. 

    활터가 사격장이 아닌 전통문화 현장의 성격으로 보존하는 일은, 활터 안팎에서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활터 구성원인 활량들 자신이 활쏘기를 체육만으로 국한하여 과녁 맞히기를 전부로 여기는 한심한 행태를 버리고 지금이라도 활터 풍속을 지키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 그 하나이다. 남은 하나는 활터의 소유주이자 관리 주체인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정부 기관의 정책을 체육시설 관리가 아닌 문화공간으로 접근하는 대책을 마련하여 추진해야 하는 일이다.

    활터를 전통문화 공간으로 보는 것만이 활터의 천년 전통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그러자면 활터를 체육시설로 관리하는 현행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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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유락 2020-09-20 13:37:07
    대부분 시군청에서 운영하는데도 협회와 자기들만이 규칙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른데도 비슷하다 들었는데 청양에서 국궁 배우려다 정간례에 반대한다고 활터 입장을 금지 당했네요.
    폐단은 바로 잡아야지요. 좋은글 감사합니다.